최근 우리는 뉴스에서 불특정 다수에 대한 흉악범죄,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갑질, 누군가에 대한 혐오와 증오, 편견에 근거한 극단적 행동 등의 소식을 자주 접한다. 이전에는 자주 볼 수 없었던 일들이다. 이는 민주주의 시민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공동체 사회의 안전과 질서를 흔드는 일이다.
더 큰 문제는 누군가에 대한 극단적 혐오와 증오, 편견이 일정 세력들에 의해 조장되고 지지하는 세력들이 형성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사회적 갈등이 더 커지고 심화된다.
이에 우리는 점점 공동체라는 말의 의미가 퇴색됨을 느낀다.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와 성공 지상주의,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해지는 현실에서 과거와 같은 이웃 간 정을 나누는 공동체는 이미 붕괴되고 있었다. 하지만 안전마저 위협받는 상황에서 현대인들은 사회적 연대로 이를 극복하기보다는 각자도생식의 개인주의가 더 심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청년층들에게 개인주의는 매우 보편화됐고 이는 사회적 공감 능력의 저하와 이기주의로 변질되는 양상도 보인다.
일각에서는 한층 다양성과 개성이 강조되는 사회 흐름 속에서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커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해낼 수 없다. 싫든 좋은 사회 구성원들과 관계를 맺어야 하고 그 관계는 가족과 지역사회를 넘어 타 지역과 외국과도 연결된다. 이는 국가에도 적용이 되는데 어느 국가든 글로벌 공급망의 구조 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 끊임없이 다른 나라와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
사회 자본이란?
이 점에서 사회적 연대는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사회 자본이라는 용어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사회 자본은 미국의 유명 정치학자인 로버트 퍼트넘을 중심이 되어 이슈가 된 사회 자본은 사회 구성원들이 상호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협력하는 네트워크로 그 안에는 사회적 규범과 상호 신뢰, 조정과 협력의 과정이 함께 한다.
예를 들어 각종 취미 동호회나 사회단체, 주민자치 조직 등이 이에 포함될 수 있다. 이는 정부기관이 주도하는 것이 아닌 시민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자치 조직이다.
로버트 퍼트넘은 'EBS 위대한 수업'에서 사회가 발전하면서 사회적 연대가 더 붕괴되는 현상을 사회 자본 감소라는 관점에서 분석하고 그에 따른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실증적 연구와 각종 사례들을 중심으로 강의했다.
영상 링크
로버트 퍼트넘은 사회자본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장기간의 실험과 연구를 했다. 그 대상은 1970년대 20개의 지방 정부를 구성하며 지방분권을 강력히 추진한 이탈리아였다. 이탈리아는 로마 제국의 빛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나라지만, 로마제국의 멸망 이후 장기간 도시 국가들로 나뉘어 있었고 긴 분열의 시기를 지나야 했다.
이후 19세기 후반 통일 운동이 강력히 전개되면서 하나의 국가가 됐지만, 오랜 세월 각 분열된 역사는 각 지역별로 매우 독특한 문화, 역사 전통을 만들었다. 이는 다양성의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었지만, 강한 지역색은 국가 통합의 측면에서는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런 이탈리아에서 1970년대 지방분권을 위한 행정구역 개편은 각 지역의 특성을 존중하면서도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는 시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지역별 경제적 격차를 더 크게 했고 지역별 갈등의 또 다른 원인이 됐다. 특히, 상공업이 크게 발전한 북부지역과 상대적으로 크게 낙후한 남부지역의 갈등은 지금도 이탈리아의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북부지역 주민들은 풍족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복지와 교육 등에서 더 나은 혜택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한 남부지역 주민들은 큰 박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로버트 퍼트넘은 이런 이탈리아 북부와 남부의 차이를 경제적 관점 외에 사회자본의 문제가 함께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지방 정부 성과에 대한 장기간의 연구
로버트 퍼트넘는 이탈리아 지방정부의 성과를 동일한 기준에 따른 수치화, 계량화하고 성과 지표를 만들었다. 이에 따르면 북부 지역의 지방정부와 남부지역 지방 정부의 성과는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로버트 퍼트넘이 주목한 건 시민공동체 사회자본의 활성화 여부였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사회 공동체의 활성화 수치는 지방정부의 성과와 대체로 일치했다.
이 연구는 사회자본이 가치를 입증하는 것으로 자주 인용된다.
로버트 퍼트넘은 사회자본을 자신과 비슷한 사람끼리 연결되는 결속형 사회자본과 세대, 인종, 종교, 연령 등을 초월한 연대형 사회자본, 두 가지로 정의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연대형 사회 자본이다. 어쩌면 현대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혐오와 증오, 편견에 근거한 폭력적인 행동은 연대형 사회자본의 부재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각종 이해관계 등으로 만들어진 사회단체와 모임은 인간이 태어나면서 소속되는 가족, 친척, 지역사회, 사회 활동을 하면서 생기는 학연, 지연 등의 관계는 결속형 사회자본이라 할 수 있다. 결속형 사회자본은 지금도 강하게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연대형 사회자본은 점점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들에 공감하기보다는 그들을 멸시하고 차별하는 현상이 점점 커지고 있다.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수용하는 사회가 아닌 개인과 조직의 이해를 강하게 추구하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이는 갈수록 심화되는 사회적 불평등 속에서 생존의 또 다른 방식이라 할 수 있지만, 그럴수록 차별과 멸시를 당하는 이들의 분노도 한편에서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자칫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출될 수 있고 그에 따른 피해는 모두에게 향할 수 있다. 이런 서로에 대한 분노의 일상화는 사회를 파괴하는 형태로 표출될 수 있다. 이는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로버트 퍼트넘은 사회자본의 확충이 현재 우리가 당면한 사회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그의 강의는 이와 관련한 사례와 사회자본 확충을 위한 방법론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의 강의는 공동체의 붕괴를 경고하고 있지만, 희망의 불씨가 아직 살아있음을 알려주려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의 강의를 따라가면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본 게시글은 EBS 스토리기자단 18기 활동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사진 : EBS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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