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프로야구] 유망주가 베테랑으로 14년 만의 롯데 귀환, 김민성

 

프로야구 스프링 캠프가 시작되는 시점에 미 계약 FA 선수들의 계약이 잇따라 발표됐다. 대부분 선수들이 원 소속팀과 계약한 가운데 눈에 띄는 한 선수가 있었다. LG의 베테랑 내야수 김민성이었다. 김민성은 싸인 앤 트레이드의 과정을 거쳐 롯데로 팀을 옮겼다. 김민성을 영입한 롯데는 군필 내야 유망주였던 김민수를 LG로 보냈다.

김민성의 영입 소식과 함께 롯데는 이대호의 후계가 미래 4번 타자로 큰 기대를 받아왔던 한동희의 상무 지원을 함께 알렸다. 예정대로 그가 상무에 합격한다면 한동희는 2024 시즌 중 입대를 할 예정이다. 이는 그가 올 시즌과 내년 시즌까지 롯데 전력 구상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동희가 2023 시즌 부진 탈출을 위해 겨우내 미국에서의 별로 훈련을 했던 것을 고려하면 의외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동희가 병역의무 이행을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유추할 수도 있다. 

이 점에서 김민성의 영입은 한동희의 공백 등을 고려한 즉시 전력감 내야수 영입이라는 목적도 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반대 급부로 LG로 보낸 김민수가 20대 군필 내야수로 아직 잠재력을 다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롯데 팬들 사이에서 이 트레이드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김민수는 그동안 그에게 주어진 기회를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한 점이 있다. 내야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고 장타를 때려낼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수비 불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즉시 전력감 FA 내야수 김민성


더군다나 롯데는 김태형 감독 체제가 들어서면서 2024 시즌 포스트시진 진출 이상의 성적이 필요하다. 오랜 기간 기회를 제공했던 김민수에게 1군에서 출전 기회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이미 롯데는 지난 2차 드래프트를 통해 1군에서 활용할 수 있는 베테랑 내야수 오선진과 최항을 영입한 바 있다. 이는 롯데의 내야 구성에서 유망주보다는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선수를 중용하겠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또한, 롯데는 FA 시장에서 4시즌 동안 주전 2루수로 활약했던 안치홍을 떠나보내면서 내야진의 공격력이 약화됐다. 이에 더해 내야 중심 선수 한동희도 시즌을 함께 하기 어려워졌다. 롯데로서는 기존 내야진의 뎁스를 강화시킬 추가 카드가 필요했다. 김민성의 영입은 롯데가 적극 추진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민성 역시 LG에서 우승을 경험했고 베테랑으로서 나름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두꺼운 LG 선수층과 젊은 선수들의 성장 속에 출전 기회에서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김민성은 지난 시즌 수년간의 침체기를 벗어나 멀티 내야수로 가능성을 재확인했고 다시 존재감을 높였다.

김민성은 지난 시즌 성과를 바탕으로 현역 선수로서 더 많은 기회가 필요했고 롯데보다 상대적을 출전 기회가 많은 롯데행을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LG 역시 김민성이 필요한 선수지만, 유격수 오지환을 축으로 문보경, 신민재, 외국인 선수 오스틴까지 주전 내야진이 단단하고 가용 자원이 풍부하다. 이미 LG는 베테랑 2루수 서건창을 보류선수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은 2023 시즌 후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김민성과의 협상에서 계약 조건과 관련한 이견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계약 기간에서 양측의 차이가 컷을 가능성이 크다. 그 사이에 롯데는 김민성과 최대 3년의 계약에 합의했다. LG는 김민성의 앞길을 열어주면서 그들에게 부족한 20대 우타 내야수를 보강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반응형

롯데, LG, 김민성의 이해관계 맞아 떨어진 싸인 앤 트레이드 


이렇게 롯데와 김민성, LG 사이의 싸인 앤 트레이드는 각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거래였다. 김민성은 과거 첫 번째 FA 자격을 얻었을 당시에도 히어로즈에서 LG로 싸인 앤 트레이드를 통해 팀을 옮긴 기억이 있다. 김민성은 두 번의 FA 계약을 모두 싸인 앤 트레이드로 팀을 옮기는 보기 드문 이력을 가지게 됐다. 

2024 시즌 롯데 내야수로 새 출발을 하게 된 김민성에게 롯데는 완전히 낯선 팀은 아니다. 그가 프로에 데뷔했던 팀이기 때문이다. 김민성은 2007 시즌 신인 2차 2라운드 전체 13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았다. 꽤 상위 라운드 지명이었고 이는 대한 기대가 컸다고 할 수 있다. 

김민성은 2009 시즌 1군에서 114경기에 출전하면서 1군 선수로 존재감을 보였고 2010 시즌에는 유격수와 3루수를 오가며 롯데 내야진의 주축으로 성장세를 유지했다. 이런 김민성에게 큰 변화가 찾아왔다. 당시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을 하던 롯데는 내야진과 팀 공격력을 강화할 수 있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롯데는 히어로즈의 주력 내야수 황재균을 영입하면서 김민성과 유망주 투수 김수화를 보냈다. 이와 관련해 당시 구단 운영 자금이 필요한 히어로즈와 롯데의 이면 거래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만큼 황재균과 김민성의 이름값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이와 관련해 KBO는 트레이드의 승인을 보류하는 일도 있었다. 이는 이후 김민성의 하루 차이로 FA 등록 일수가 부족한 상황에 직면하게 했고 첫 번째 FA 자격을 1년 늦게 행사하는 불이익과 연결됐다. 이에 김민성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롯데 시절 김민성

 

김민성 선수 커리어에 큰 전환점 된 히어로즈로의 트레이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 트레이드는 김민성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히어로즈에서 김민성은 구단의 출전 경기 수를 늘렸고 주전 3루수로 자리 잡았다. 확실한 출전 기회 보장은 그의 기량 발전을 이끌었다. 김민성은 벌크업에 성공하며 파워를 더했고 2013 시즌 15개의 홈런과 72타점을 기록하며 장타 생산력을 갖춘 내야수로 자신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했다.

이 활약은 2018 시즌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그 기간 김민성은 두 자릿 후 홈런을 매 시즌 기록했고 뛰어난 타점 생산 능력도 과시했다. 또한, 김민성은 2014 시즌에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팀에 선발돼 금메달 멤버가 되기도 했다. 

김민성의 성장과 함께 그의 트레이드 상대였던 황재균 역시 롯데의 중심 타자로 큰 역할을 하면서 두 선수의 트레이드는 모두가 윈윈하는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했다.

이렇게 성공적인 선수 이력을 쌓았던 김민성은 2018 시즌 후 FA 자격을 얻었고 대형 계약을 기대했지만, 시장 상황은 그의 기대와 달랐다. 마침 FA를 앞둔 2018 시즌 그의 타격 지표가 내림세를 보였고 부상도 있었다. 장타를 때려낼 수 있는 내야수에 대한 수요가 클 것으로 보였지만, 시장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원 소속팀 히어로즈 역시 구단의 재정 상황 등으로 그에 눈높이에 맞는 계약 조건을 제시할 수 없었다.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시점까지 FA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던 김민성은 결국, 김민성은 싸인 앤 트레이드로 돌파구를 열었다. 마침 내야진 보강이 필요했던 LG가 김민성과 연결됐고 김민성은 3년 최대 18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하고 현금 트레이드로 LG 선수가 됐다. 그에게 분명 아쉬운 결과였다. 

문제는 김민성이 LG 소속 선수로 활약하면서도 성적 지표가 계속 내림세를 보였다는 점이었다. LG에서 김민성은 넓은 잠실 홈구장이라는 환경 변화도 있었지만, 한 번도 두 자릿 후 홈런을 기록하지 못했다. 그의 장점은 타격 능력이 있는 내야수였지만, 그 장점이 사라진 김민성은 점점 LG에서 입지를 잃어갔다. 중간중간 잔부상도 있었다. 젊은 유망주들의 성장은 김민성이 주전 3루수 자리를 유지하기 어렵게 했다. 

 

 

 

2023 시즌 내림세의 커리어 반전시킨 김민성 


결국, 2023 시즌 김민성은 주전이 아닌 백업 내야수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현역 선수 생활 지속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었다. 여기서 반전이 일어났다. 김민성은 자신의 위기 상황을 멀티 내야수로의 변신으로 기회를 바꿨다.

김민성은 시즌 초반 주전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 속에 주전 유격수로 나섰고 훌륭히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민성은 취약 포지션인 2루수는 물론이고 3루수, 1루수까지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며 안정된 수비와 타격 능력까지 더하며 자신의 가치를 다시 끌어올렸다. 김민성의 전천후 활약은 LG가 초반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규 시즌과 한국시리즈 챔피언이 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였다. 김민성 역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우승 멤버가 되며 의미 있는 이력을 더할 수 있었다. 

이렇게 시즌을 마무리한 김민성은 시즌 후 다시 주어진 FA 자격을 다시 행사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상황은 그에게 유리하지 않았다. 경험 많은 내야수 수요는 분명 있었지만, 2차 드래프트에서 상당수 구단들이 그 수요를 충족했다. 여기에 25인 외 보상 선수를 내줘야 하는 B 등급 선수로 분류되면서 운식의 폭이 좁아졌다. 30대 후반에 접어드는 그에게 이런 상황은 복수의 영입 경쟁을 불러오기 힘들었다. 만약, 그가 C 등급 선수였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다. 

결국, 김민성은 LG 잔류가 유력해 보였다. 다른 선택지도 없어 보였다. 아마도 스프링캠프 시작 시점에 LG가 제시한 조건으로 FA 계약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여기서 또 반전이 일어났다. 검증된 내야 자원 확보가 필요한 롯데와 김민성이 연결됐고 LG와의 삼각 협상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는 14년의 세월을 넘어선 김민성의 롯데 복귀였다. 김민성은 최대 3년간 9억 원에 롯데와 계약했다. 연봉 수준은 LG와 큰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계약 기간과 출전 기회 등에서 김민성은 롯데에 마음이 기울었다. 이렇게 김민성은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그가 프로에 데뷔했던 롯데와 함께 하게 됐다. 

 

 

2024 시즌 롯데 내야진에서 큰 비중 차지할 김민성 


이런 김민성의 롯데에서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당장 안치홍의 떠난 주전 2루수 자리에 김민성은 1순위 대안이다. 이학주와 박승욱, 2차 드래프트로 영입된 오선진, 최항 등이 있지만, 그동안의 성적이나 경험 등에서 김민성이 가장 우위에 있다. 한동희가 자리를 비울 3루수 자리는 롯데가 기대하는 신예 나승엽이 우선 고려될 것으로 보이지만, 김민성도 충분히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주전 유격수 노진혁이 매 시즌 허리 부상 이슈가 있고 풀 타임 유격수를 하는 데 무리가 있는 만큼 그를 3루수로 이동하면서 내야진 운영 틀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김민성은 그런 변화에서도 중심이 될 수 있다. 스프링 캠프가 열리기 전이지만, 현시점에서 김민성만큼 공. 수의 균형을 이룬 내야 자원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는 김민성이 그가 원하는 대로 보다 많은 출전 기회를 보장받을 가능성을 높인다. 다만, 김민성이 자신의 건재를 입증해야 하고 이를 통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일이다. 또한, 매 시즌 그에게 찾아오는 부상 이슈의 최소화도 필요하다. 

롯데로서는 김민성의 영입이 여러 가지로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우승 경험이 있는 중량감 있는 내야수에 히어로즈와 LG에서 리더십을 발휘했던 이력은 분명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병역의무를 이행 중이거나 2군에서 육성 중인 젊은 내야수들의 성장까지 버텨줄 수 있는 검증된 내야수의 존재는 팀의 미래 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여기에 14년의 세월이 흘러 유망주에서 베테랑으로 돌아온 김민성의 스토리 또한, 롯데 팬들에게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 결코 수월하지 않았던 여정 끝에 롯데로 돌아온 김민성이 롯데가 원하는 역할과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지 이는 내년 시즌 롯데 전력에 분명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