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를 표방한 다큐 최강야구가 이번에 가장 기대되는 직관 경기를 예고했다. 최강야구 시청자들이 가장 원했던 대결인 몬스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대결이 성사됐기 때문이다. 이 대결은 직관이 예고된 이후부터 주목을 받았고 티켓 예매 전쟁도 치열했다. 그 경기는 6월 16일 롯데 자이언츠의 홈 구장인 사직 야구장에서 녹화됐다.
이 경기에 대한 관심이 큰 이유는 역시 이대호 때문이다. 이대호는 롯데 자이언츠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레전드고 KBO 리그의 레전드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과 일본, 미국의 리드를 모두 경험한 선수라는 이력에 모두 인상적인 활약을 했다. 그 누구보다 화려한 선수 이력을 쌓았던 이대호였다.
이대호는 해외 리그 생활을 마치고 2017 시즌 롯데와 계약하며 KBO 리그로 복귀했다. 2011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은 그가 일본 리그에 진출한 이후 6년만의 일이다. 그가 더 나은 조건의 일본 리그 오퍼를 뿌리치고 롯데로 돌아온 가장 큰 이유는 롯데에서의 우승이었다. 이대호 스스로도 롯데 선수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강력히 밝히기도 했다.
이런 이대호지만 롯데와의 관계가 행복으로만 가득했었던 건 아니었다. 이대호는 2001년 롯데에 투수로 입단했다. 하지만 시즌 중 타자로 전향하며 야구 인생의 큰 변화를 맞이했다. 그 해 롯데는 김명성 감독이 시즌 중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심장마비 세상을 떠나는 아픔이 함께 했다.
이대호의 등장과 롯데의 암흑기 탈출
롯데는 마지막까지 감독 대행 체제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순위 경쟁을 지속했지만, 외국인 타자 호세가 경기 중 상대 투수의 빈볼을 강펀치로 응징하는 전무후무한 사건과 함께 잔여 경기 출전 금지 징계를 받는 악재가 겹치며 최하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후 롯데는 긴 암흑기를 보내야 했다. 일명 꼴데 시대의 시작이었다. 롯데는 2002 시즌 베테랑 백인천 감독을 영입하며 팀 분위기를 일신했지만, 그는 롯데 역사상 최악의 감독이 됐다. 여기에 구단 프런트의 무능과 지원 부족 등이 겹치며 롯데는 더 깊은 부진의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그 속에서도 이대호는 서서히 타자로서 잠재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백인천 감독 시절 그는 무리한 훈련으로 큰 부상을 당했고 상당 기간 재활을 하기도 했다. 이는 백인천 전 감독이 롯데팬들로부터 지금도 큰 비판을 받는 중요한 이유다. 그는 감독 재임 기간 이해할 수 없는 트레이드를 주도하며 비판을 받았었다. 그것도 모자라 롯데의 레전드 투수로 활약했던 손민한과 이대호까지 그의 트레이드 리스트에 있었다. 결국, 이대호 트레이든 구단 고위 관계자의 반대로 무산됐다. 만약 이대호가 다른 팀으로 트레으됐다면, 롯데 팬드로서는 상상만으로도 아찔한 일이었다.
이런 고비르 넘긴 이대호는 양상문 감독 체제가 들어선 2004 시즌부터 중심 타자로 중용됐다. 조금 늦은 시작이었지만, 이대호는 2004 시즌 20홈런 68타점으로 팀 중심 타자로 올라섰고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대호는 매 시즌 20홈런, 80타점 이상의 보장되는 타자가 됐다.
2008 시즌 롯데가 로이스터 감독 부임 후 노피어 공격 야구로 팀 컬러를 바꾸면서 이대호 공격력도 한층 더 업그레드 됐다. 롯데는 만연 최하위 팀 굴레를 벗어나며 이후 한동안 포스트시즌 단골 진출팀이 됐다. 이대호는 그런롯데의 중심이었다. 엄청나게 육중한 체격이지만, 타고난 운동신경과 유연함으로 부드러운 스윙을 하는 이대호의 모습은 과거 큰 유행을 했던 야구 게임의 강타자를 연상하게 했고 롯데의 마스코트인 거인과 닮아 있었다. 성적과 캐릭터 모두 롯데 자이언츠를 대표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대호였다.
타격 7관왕
2010 시즌 이대호는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기록을 달성했다. 해당 시즌 이대호는 9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대기록과 함께 시즌 타격 부분에서 도루를 제외한 7개 부분 타이틀을 차지했다. KBO 리그는 물론이고 미국이나 일본 리그에서 그 사례를 거의 찾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를 통해 이대호는 리그 최고 타자 반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시즌 후 연봉 협상에서 이대호와 롯데는 큰 의격차이를 보였다. 이대호는 자신의 성과에 걸맞은 대우를 원했다. 롯데 역시 그의 성적에 대한 보상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구단의 원칙을 지키려 했다. 연봉 협상에서의 대립은 이대호의 연봉조정 신청으로 이어졌다. 이 제도도 진작에 있었지만, 선수들이 쉽게 신청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두 차례 선수협 파동에서도 볼 수 있듯 여전히 선수들의 권리를 인정받기에는 구단 우위의 리그 환경이 너무나 강하게 리그를 지배하고 있었다.
이대호는 과감히 자신의 주장을 공론화했다. 이대호가 요구한 연봉 7억원과 구단이 제시한 6억 3천만원의 연봉 안은 연봉조정신청위원회의 결정을 통해 구단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이에 대해 많은 롯데 팬들은 7관왕을 달성한 리그 최고 타자에게 7천만원을 아까워한 롯데 구단에 대한 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는 이대호와 관련한 비판이기도 했지만, 당시 롯데 구단 운영의 여러 문제들에 대한 누적된 불만의 표출이기도 했다.
일본리그 진출과 롯데 복귀
이후 이대호는 2011 시즌 후 FA 자격을 얻었고 일본 리그 진출을 선택했다. 롯데는 이대호에게 최고 대우를 제시했지만, 머니 게임에서 일본 리그를 이길 수 없었다. 여기에 2010 시즌 후 연봉조정 신청과 관련한 갈등도 적지 않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리그에서 이대호는 빠른 적응력을 보이며 팀 4번 타자로 활약했다. 그는 오릭스를 거쳐 소프트뱅크에서도 4번 타자 자리를 지켜냈다. 그에 상응하는 성적도 보였다. 이대호는 롯데에서 하지 못했던 우승을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함께 하며 소중한 커리어를 쌓았다. 이대호는 이후 일본 리그를 떠나 메이저리그 시애틀에서도 활약하며 한. 미. 일 야구를 모두 경험했다.
2017 시즌 이대호는 당시 리그 최고 대우와 함께 롯데와 계약했다. FA 신분이었던 그는 타 구단과 계약도 가능했다. 과거 불편한 감정, 우승에 대한 열망을 고려하면 다른 선택을 한다고 해도 비판받을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롯데를 떠날 수 없었다. 타 구단 역시 롯데 레전드라는 상징성이 큰 이대호에게 쉽게 오퍼를 하기 힘들었다.
이렇게 롯데로 돌아오 이대호였지만, 그가 그토록 원했던 롯데의 우승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7 시즌 롯데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긴 했지만, 플레이오프 고비를 넘지 못했고 이후에는 하위권을 맴돌았다. 2019 시즌에는 정규시즌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런 팀의 부진은 팀내 최고 연봉자 이대호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따. 이대호는 프로야구 선수 생활동안 가장 큰 비판을 받았다.
심지어 경기 후 퇴근하는 과정에서 팬이 던진 오물에 맞는 불상사도 있었다. 롯데를 대표하는 살아있는 레전드였던 이대호로서는 아픈 기억이었다. 마침 2019 시즌 이대호는 이런저런 요인이 겹치며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시즌 중 2군으로 내려가는 경험도 했다. 성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이 강했다. 팀 분위기를 새롭게 하기 위한 일종의 충격 요법이기도 했다. 누구보다 야구 선수로서 자존감이 큰 그로서는 2019 시즌은 기억하기 힘든 시간이었다.
2020 시즌 이대호는 그 전 시즌보다 나아진 성적으로 에이징 커브에 대한 우려를 일정 덜어냈다. 하지만 최고 연봉을 받는 선수로서는 부족한 성적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대호는 시즌 후 2번째 FA 자격을 얻었지만, 구단의 협상 태도는 이전과 다른 냉정한 기류가 흘렀다. 40살을 바라보는 선수에게 원하는 대우를 해줄 수 없는 분위기가 분명했다. FA 협상은 예상보다 쉽게 타결되지 않았다.
이대호는 다시 롯데와 계약했다. 계약 조건은 이전과 비교해 크게 축소됐다. 이대호로서도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신 이대호는 롯데 우승에 따른 옵셥을 더하며 팀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이런 다짐에도 이대호는 롯데에서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에이징 커브 극복, 화려한 은퇴, 몬스터즈의 4번 타자
스스로 정한 은퇴 시즌인 2022 시즌에도 이대호는 나이를 잊은 활약을 보였지만, 롯데는 포스트시즌 진출에도 실패하며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대호는 이승엽에 이어 KBO가 인정한 두번째 은퇴 투어를 진행하면서도 즐거울 수 없었다. 이대호는 그가 정했던 야구 선수로서 마지막 목표를 끝내 이루지 못했다.
이대호는 은퇴를 앞둔 선수로는 믿을 수 없는 0.331의 타율에 23홈런 101타점의 기록을 남기며 최고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롯데 팬들로서는 안타까운 그의 퇴장이었다. 그의 은퇴는 1982년생, 야구 잘하는 선수들의 시대가 저물어 감을 상징하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야구 선수 이대호의 모습은 최강야구를 통해 다시 구현됐다. 이대호는 시즌 1 후반기 몬스터즈 선수로 영입되 선수 부족 등으로 어려움에 있었던 몬스터즈가 7할 승률을 달성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시즌 2에서도 이대호는 4번타자로 큰 활약을 했다. 이대호는 여전히 상대 팀에게 큰 위압감을 주는 존재였다. 개인적인 스케줄로 훈련에 상당한 제약이 있었음에도 기량은 변함이 없었다.
시즌 3에서도 이대호는 변함없이 몬스터즈 4번 타자로 활약중이다. 그리고 몬스터즈의 4번 타자 이대호가 그의 야구 인생에서 처음으로 롯데를 상대팀으로 만나게 된다. 현역 은퇴 이후에도 롯데를 상징하는 선수로 팬들에게 남아있는 이대호와 롯데의 대결은 그 자체로도 큰 흥밋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대호 역시 그를 열렬히 응원했던 롯데 팬들로 가득한 사직 야구장에서 롯데의 상대팀 선수로 경기에 나서는데 대한 감회가 클 수밖에 없다.
경기가 열리는 6월 16일 사직 야구장은 포스트시즌 그 이상의 열기로 가득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몬스터즈의 직관 경기는 티켓 확보 경쟁이 매우 치열하기도 유명하다. 다수의 유명인들도 이 경기 관중석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레전드들이 한 팀이 되어 경기를 하는 것 자체가 신기하기도 하고 그들의 현역 선수들과 대등한 조건에서 경기를 하는 것도 신선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
적이 되어 만나는 이대호와 롯데
여기에 몬스터즈와 이대호의 직관 경기는 이대호라는 그 존재만으로도 흥분되는 경기가 될 수 있다. 몬스터즈에는 이대호 외에 롯데 출신의 김문호가 있고 한 시즌 롯데에서 활약했던 국해성도 소속되어 있다. 여기에 롯데의 또 다른 레전드라 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출신 투수 송승준도 감회가 남다른 경기가 될 수 있다. 니퍼트, 유희관, 송승준과 함께 몬스터즈의 100승 클럽 소속 투수 장원삼도 롯데가 그의 현역 마지막 팀이었다. 유독 사직 야구장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사직택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박용택도 관심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시즌 중이라 1군 선수의 출전은 불가능하지만, 롯데에는 몬스터즈 출신의 투수 정현수가 있다. 그는 시즌 2에서 트라아웃부터 인상적이 투구를 했고 몬스터즈에서도 기량이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현수는 2024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의 2라운드 지명을 받을 정도로 큰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정현수는 아직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퓨처스 리그에서 선발 투수로 기량을 쌓아가고 있다.
정현수는 몬스터즈와의 경기에서 등판할 가능성이 크다.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서라면 선발 등판도 유력해 보인다. 경기 후 스포일러가 돌겠지만, 롯데 선수 정현수가 몬스터즈를 상대로 선발 등판하는 장면 또한 기대되는 장면이다. 퓨처스 리그 선수가 주축일 롯데지만, 2군 선수들 중에는 1군을 오가는 1.5군 선수들도 있고 노진혁과 신윤후 등 1군에 당장 들어가도 되는 선수들도 있다. 몬스터즈로서는 만만치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
여기에 사지 야구장은 홈 관중들의 뜨거운 응원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경기 외적으로도 상당한 재미를 더할 수 있는 직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가장 압권은 앞서 언급한 대로 이대호와 롯데의 대결이다. 1경기만 치르겠지만, 이대호 시리즈라는 말을 붙여도 이상하지 않을 직관경기라 할 수 있다. 상상이 현실이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분되는 대결이기도 하다. 벌써부터 그 방송이 기다려진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 프로그램,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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