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흥행에 성공을 거두고 있는 프로배구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벌어졌다. 3라운드 종료 직후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 사이에 단행된 트레이드가 논란 끝에 취소된 사건이 그것이다. 양 팀은 현대캐피탈이 세터 권영민과 레프트 공격수 박주형을 한전에 내주고 한국전력 공격수 서재덕을 받아들이는데 합의했다. 선수 간 교환은 3라운드까지 문제 될 것이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합의가 임대 트레이드라는 점이 규정에 어긋나는 부분이었다. KOVO 규정에 정규리그 기간 중 트레이드 된 선수가 시즌 후 복귀하는 일종의 임대 트레이드는 불가하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었다. 즉, 규정에 대한 이해가 없이 단행된 트레이드였다. 양 팀은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이를 승인한 KOVO 역시 자신들이 만든 규정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한 우를 범한 셈이다.
이 트레이드의 핵심은 현대캐피탈 세터 권영민과 한전 공격수 서재덕이었다. 한국전력은 보다 안정적인 세터가 필요했고 현대캐피탈은 사이드 공격력을 높일 필요가 있었다.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전력 보강과 함께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던 양 팀의 이해는 맞아떨어졌고 전격적으로 트레이드가 발표됐다.
한국전력은 국가대표 세터 권영민이 가세한다면 고질적인 세터진의 약점을 메울 수 있었다. 전광인, 외국인 선수 쥬리치, 더불어 3각 공격편대를 구성했던 서재덕의 공격력이 아쉽지만, 대신 그가 담당하던 레프트 자리에 수비가 좋은 선수를 배치하면서 리시브 라인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었다. 한국전력을 공격력을 조금 포기하는 대신 보다 안정적인 팀 전력을 구축할 수 있었다.
(상위권 도약을 위한 승부수가 무의미해진 현대캐피탈, 한국전력)
현대캐피탈은 오랜 기간 팀의 주전 세터로 활약했던 권영민을 떠나보내기 쉽지 않았지만, 권영민 은 시즌 부진으로 신예 세터 이승원에 밀려 벤치를 지키는 일이 많았다. 신에 이승원의 성장은 또 다른 베테랑 최태웅과 권영민의 역할을 중첩되게 했다. 두 선수 중 한 명은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할 여지가 있었다.
마침 현대캐피탈은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 선수 캐빈 효과가 반감되면서 공격력에서 아쉬움이 많았다. 그의 영입 후 이어졌던 상승세는 캐빈의 결정력 부족으로 내림세로 돌아선 요즘이다. 문성민이 분전하고 있지만, 그만의 힘으로 부족함이 있었다. 5위까지 떨어진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공격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절실했다.
서재덕 카드는 현대캐피탈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서재적은 왼손잡이 공격수지만, 레프트 공격을 할 수 있는 공격수도 올해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등 기량이 급 성장했다. 빠른 공격과 더불어 날카로운 서브 능력을 갖춘 그가 보다 나은 토스를 받을 수 있다면 위력일 배가될 여지가 충분했다. 수비력의 저하는 리베로 여오현이 조금 더 역할을 분담하면 해결될 부분이었다. 보다 날카로운 창이 필요한 현대캐피탈에 서재덕은 필요한 조합이었다.
이렇게 필요한 선수를 트레이드 한 양 팀이었지만, 규정에 대하 검토는 없었다. 이를 잡아내야 할 KOVO 역시 특별한 검토가 없었다. 타 팀의 항의를 받고서야 규정 위반에 따른 트레이드 불과 결정을 내리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트레이드를 인정할 경우 앞으로 상위권 팀이 상위권 도약 가능성이 없는 하위권 팀과 암묵적인 합의로 팀에 필요한 선수를 보이지 않은 트레이드 머니가 함께 하는 임대 형식으로 영입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배구판의 질서를 흐트러뜨리는 일이 될 수 있다. 이미 프로배구는 승부조작 파문으로 큰 상처를 받은 기억이 있다. 이 파문을 딛고 겨우 팬들의 사랑을 회복하고 있는 프로배구이기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일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된다. 뒤늦게 나마 잘못된 부분을 되돌린 것은 잘 한 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트레이드 당사자인 선수들의 마음속 상처는 쉽게 아무것 같지 않다. 이 들은 모두 소속 팀의 주력 선수로 오랜 기간 활약했다. 어느 날 갑자기 팔려가듯 이루어진 트레이드에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트레이드가 취소된상황에서 해당 선수들이 원 소속 팀에서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 선수들과 함께 해야 하는 다른 선수들의 마음도 무거울 수밖에 없다.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는 현대캐피탈, 한국전력 모두 팀 조직력에 있어 타격을 입었다 할 수 있다.
이 모든 사태는 규정, 즉 기본을 잘 지키지 않은 것에 그 원인이 있다. 지난해 각종 사고와 참사의 주요 원인도 기본을 지키는 않았던 것에서 비롯됐다. 그것과 일치한다 할 수 없지만, 본의 아니게 피해자가 된 선수들의 아픔은 결국, 구단과 협회의 무책임에 근거한다. 진심으로 선수들의 위로하고 다시 팀에 녹아들게 하는 소속 팀의 배려가 절실하다. KOVO 역시 규정을 재정비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배구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준 사건이었다. 어렵게 되찾은 흥행 분위기를 깨뜨릴 수 있는 일이다. 한 번 돌아선 팬심이 쉽게 돌아오지 않음은 과거 승부조작 파문에서 경험한 바 있다. 이번 트레이드 파문이 결코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사안이 아님을 프로배구 구성원 모두는 잘 인식할 필요가 있다.
사진 : KOVO 홈페이지, 글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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