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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장르에서 빠지지 않는 소재 중 하나가 전쟁이다. 전쟁은 그 자체로 큰 비극이지만, 인간의 사악한 본성과 우리 삶의 어두운 이면을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 다큐를 통해 사람들은 전쟁의 참상을 그대로 느낄 수 있고 전쟁이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범죄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인류는 수많은 전쟁과 그로 인해 인명과 재산의 피해 속에서도 전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금도 인류의 큰 재앙이었던 제1, 2차 세계대전도 교훈이 되지 못했다. 이후 세계는 미국과 소련이 중심이 된 냉전체제를 거치며 인류를 파멸시킬 수 있는 핵 전쟁의 위협 속에 살아왔고 소련의 붕괴와 함께 냉전 시대가 끝났지만, 전쟁의 위협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이 지속 중이고 심각한 내전에 시달리는 국가들도 있다.

우리 역시 6.25 한국 전쟁이라는 큰 아픔이 있었고 그 전쟁은 불안정한 휴전 상태로 수십 년 넘게 끝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전쟁 관련 뉴스와 다큐는 우리에게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또 하나 픽션이고 허구지만, 더 실화 같고 사실 같은 전쟁 영화가 있다. 독일 감독 볼프강 퍼테르젠이 연출한 1981년 작 '특전 유보트'가 그 영화다. 

제1,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에 큰 위협이 됐던 독일 잠수함 유보트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영화사적으로 매우 의미가 큰 작품이다. 우선, 패전국 독일이 그들의 시각으로 제2차 세계대전을 조명했다. 그 때문인지 이 작품은 독일어로 제작되며 극의 사실성을 더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에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다. 당시 돈으로 32,000만 마르크는 가장 많은 제작비였다. 

이 영화는 독일어 영화였지만, 전 세계적으로 크게 흥행했다. 특히, 극 사실주의에 근거한 실감 나는 장면 구성과 재현은 실제 전쟁 상황이라 해도 잘 정도였다. 작품의 완성도 또한 뛰어났다. 지금은 보편화된 CG 작업을 거치지 않았지만, 전투 장면이나 잠수함 내부의 장면은 매우 사실적이고 세밀했다. 지금으로 말하며 블록버스터 전쟁 영화였다. 

이 작품은 독일 감독이었던 페테르젠 감독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도록 했고 그가 헐리우드로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헐리우드에서 페테르젠 감독은 대작 영화를 연달아 연출했고 2004년 당시로는 최고의 제작비를 투입한 블록버스터 영하 '트로이'는 전 세계적으로 크게 흥행했고 페테르센은 최고 블록버스터 감독이 되도록 했다.

 

 

영화 스틸 컷

 



이처럼 큰 찬사와 함께 잠수함이 등장하는 전쟁영화의 표준이 되기도 했던 '특전 유보트'지만 그와 관련한 갈등도 있었다. 특히, 영화와 관련해 당시 영화의 소재가 됐던 U-96 잠수함의 함장과 승조원 사이에 고증과 관련한 견해차가 있었고 이 영화의 원작이 되는 소설 'Das Boot'의 저자 로타워퀸터 부흐하임 역시 논란에 가세하며 영화와 관련한 갈등은 매우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기도 했다. 

이런 갈등과 논란에 대한 이해는 유보트로 통칭되는 제1,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잠수함 작전의 성격과 그 내용을 아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영화 '특전 유보트'를 각종 기록과 영화의 여러 모습들과 함께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전장을 지배하다, 잠수함 U-96'은 영화를 둘러싼 논란과 영화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근원적 의문에 접근하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에 대해 또 다른 시각으로 살피고 이야기해 보는 시간이 있었다. EIDF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다큐 토크에서 군사 전문가인 월간 플래툰의 홍희범 편집장과 함께 영화와 관련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특전 유보트'에서 묘사되지만, 당시 유보트 잠수함의 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좁은 공간에 많은 인원이 탐승해야 했고 그에 따른 위생문제가 심각했고 악취는 물론이고 감염병의 위험도 컸다. 무엇보다 장기간 바다에서 생활하는 데 따른 스트레스가 매우 컸다. 

대신 유보트 승조원들은 모두 자원자들로 이루어졌다. 그만큼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사명감이 뛰어난 이들이었다. 열악한 환경은 그들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독일군은 유보트 등 잠수함에 있어서는 최고의 보급을 하며 사기를 높이려 했다. 특히, 식사에 있어 유보트 대원들은 최고급 식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었다. 출항전에는 성대한 환영 파티를 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유보트 잠수함의 낮은 생존율이 자리하고 있었다. 영화에도 자막으로 나오지만, 유보트 잠수함 부대 승조원 4만여 명 중 만명 정도만 생존했다고 전해진다. 그만큼 위험한 임무였다. 아무리 충성심이 뛰어난 이들도 죽음에 대한 공포를 안 가질 수 없었다. 유보트 잠수함 역시 기술적으로 완벽한 건 아니었다. 전쟁 상황에서 독일은 단기간에 다수의 잠수함을 제조해 실전에 배치했다. 당연히 기술적 문제에 대한 점검이 미흡했다. 적의 공격 이전에 잠수함 자체의 결함으로 사망한 승조원도 다수 존재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독일은 이럼에도 잠수함의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했다. 독일은 육군과 공군력은 강했지만, 해군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제2차 세계대전 개전 초기 독일은 막강한 전차 부대를 중심으로 한 육군 전력으로 빠르게 유럽 각 지역을 장악했다. 하지만 섬나라 영국은 이런 독일에 강력히 저항했다. 영국은 강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독일의 해상 진출을 봉쇄해고 재해권을 장악했다. 

 

행사장 입구

 



영국은 해상 수송로를 통해 미국이나 우방으로부터 전쟁 물자 등을 보급 받을 수 있었고 전쟁을 지속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영국은 나치 독일의 침략에 대응하는 유럽의 마지막 보루로 기능할 수 있었다. 이런 영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독일은 잠수함전을 적극 이용했다. 

독일은 1차 세계대전에서 큰 효과가 있었던 무제한 잠수함 작전을 2차 세계대전에도 적용했다. 이를 위해 1천여 척이 넘는 유보트 잠수함을 건조해 실전에 투입했다. 유보트들은 독일 인근 해역을 물론이고 대서양 전체를 항행하며 영국의 해상 수송로를 위협했다. 다수의 보급선과 군함들이 유보트에 의해 격침됐고 막대한 인명,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유보트의 위협에 영국의 해상 수송로가 큰 위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이런 유보트에 대한 영국과 연합군의 대응 전력이 강화되고 특히, 독일군의 암호체계인 에니그마가 연합군에 해독되면서 유보트의 위력은 급속히 감소했다. 연합군은 유보트의 작전 경로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었고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했다. 또한, 잠수함에는 천적과 같은 구축함 전력이 강화되면서 유보트 잠수함은 곳곳에서 격침됐다. 해군력의 열세를 만회하는 군사용어 대표적인 비대칭 전력인 잠수함은 점점 그 효율성이 떨어지는 무기가 됐다. 

이에 유보트는 애초 전장을 지배하는 공포의 전략 자산의 지위를 잃었다. 결국, 대부분의 유보트는 나치 독일의 패망과 그 운명을 함께 했다. 유보트 상당수가 작전 중 격침되고 연합군에 노획됐고 자침되며 그 모습이 사라졌다. 

 

 

행사장 내부

 



영화 '특전 유보트'의 잠수함 역시 이와 같은 유보트의 운명을 상징하고 있다. 유보트 승조원들은 누구보다 잠수함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함장의 지휘 아래 바다에서 큰 공을 세우겠다는 마음으로 호기롭게 나서지만, 기대했던 성과는 나오지 않았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폐쇄된 공간에서의 큰 긴 시간은 또 다른 고통이었다. 

진짜 고통은 구축함과의 대결이었다. 유보트 U-96은 연합군 수송선 몇 척을 격침하는 전과를 올리지만, 이후 연합군 구축함의 집요한 추적과 공격에 시달린다. 그 공격에 잠수함은 수차례 격침될 위기에 직면한다. 구축함의 추격과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소음을 차단하고 더 깊게 잠수를 해야 한다. 영화에서 그 장면은 매우 긴박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공격을 피하기 위한 숨 막히는 침묵은 영화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올린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구축함의 폭뢰 공격과 요동치는 잠수함, 승조원들의 혼란스러운 모습은 전쟁의 참상을 그대로 표현하다.

이후 승조원들은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해야 했다. 계속되는 구축함의 공격을 피해 귀항하는데 당면한 목표가 됐다. 하지만 구축함의 추격은 집요했다. 삶과 죽임이 교차하는 수많은 순간이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평화, 이제 살았다는 안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그들에게 지브롤터 해협을 통과해 지중해로 진출하라는 명령이 내려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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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과 모로코 사이에 자리한 지브롤터 해협은 그 폭이 매우 좁고 영국 해군이 그 일대를 장악하고 있었다. 잠수함이 쉽게 통과하지 어려운 곳이었다. 이 지점에서 당시 잠수함의 기술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보트는 분명 뛰어난 기술이었지만, 잠수함의 잠항 시간인 극히 제한적이었다. 대부분은 공기 공급 등을 위해 수면 위를 항해해야 했다. 그때 적에게 발각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었다. 공격을 당하면 빠르게 잠수해 그 지역을 벗어나야 하지만, 그전에 격침되는 일이 많았다. 

이런 유보트에 지브롤터 해협 통과 명령은 무모한 도박이었다. 결국, 유보트는 연합군의 공격에 심각한 손상을 입고 퇴각했다. 하지만 기계 고장으로 유보트는 다시 항해를 할 수 없었고 그대로 수장될 위기에 직면했다. 절재 절명의 상황에서 기관장은 유보트와 승조원들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기계 수리에 들어가고 극적으로 유보트는 항해가 가능해졌다. 그 순간 승조원들은 살았다는 안도감에 환호했다. 

그리고 어렵게 돌아온 기항지에서 유보트 승조원들은 큰 환영을 받지만 누구도 웃을 수 없었다. 살았다는 안도감만 마음에 가득했다. 하지만 운명을 그들 편이 아니었다. 연합군의 공습이 항구에 퍼부어졌고 유보트와 승조원 대부분이 수장되고 말았다. 생존을 위한 힘겨운 투쟁을 이겨낸 이들은 그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이 모든 과정은 함께 작전에 나섰던 종군 기자가 목격하고 기록했다. 그는 낭만적인 항해를 기대했지만, 전쟁의 상황 속에서 그의 기대는 절망과 불안으로 변했고 삶에 대한 간절함으로 이어졌다. 그 속에서 승조원들과의 강한 연대감도 가질 수 있었다. 그는 원작 소설의 작가를 모델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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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유보트의 비참한 최후를 살아서 목격했다. 그는 생존했지만, 전우와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존재가 사라지는 큰 고통을 마음 가득 안고 살게 됐다. 이런 유보트의 모습은 전쟁이 죽음의 공포가 항상 존재하는 지옥이고 산자와 죽은 자 모두가 비참해지는 일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 속에서 강한 반전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런 영화와 달리 영화의 소재가 된 U-96은 전쟁 중 생존한 몇 안 되는 유보트 중 하나였다. 그 함장은 전쟁 증 공훈을 인정받아 수차례 훈장을 수여받았고 전후 해운업에 종사하며 큰 업적을 더 쌓았다. 함께 한 승조원들 역시 생존이라는 큰 선물을 받았다.

이들은 영화의 고증과 관련해 실상과 다른 해석이라는 비판에 내용을 지나치게 각색했다는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전쟁이 가지는 비참함과 폭력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 전쟁영화가 누군가의 영웅적인 면을 담기 보다 반전의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점은 전쟁 영화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부분이다. 특히, 생존이라는 큰 선물을 받은 이들이라면 전쟁의 또 다른 비극을 막는데 더 힘을 보태야 한다. 이는 자신으로 인해 죽거나 다친 이들에게 대한 속죄이기도 하다. 전쟁은 참전한 이들을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만들기 때문이다.

실제 유보트의 공격으로 수많은 이들이 사망했다. 이에 유보트는 연합군에게 공포의 대상 이전에 증오의 대상이었다. 영화 속에서 연합군 구축함의 집요한 추적은 유보트에 대한 연합군의 인식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큐 토크는 전쟁의 비 인간성 그리고 어두운 이면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한편으로서는 잠수함의 전략적 가치고 유보트 잠수함에 대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막대한 보상금을 부담하고 군비가 대폭 축소되는 상황에서도 해외로 기술자를 보내 잠수함 기술 개발을 지속하게 했다는 사실과 제2차 세계 대전 후 냉전체제가 들어서면서 소련의 팽창에 대항할 수 있는 국가로서 군사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 그 속에서 잠수함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는 역사도 알 수 있었다. 

 

정원 야외 상영 풍경

 



재미있는 건 이런 독일의 잠수함 기술이 우리나라에 전해져 한국 해군의 잠수함 전력 강화에 활용됐다는 점도 이채로웠다. 현재 우리 해군의 잠수함 중 상당수는 독일 잠수함 기술에 근거하고 있다. 그리고 그 기술의 원천은 유보트였다. 

현재 잠수함은 핵 추진 잠수함의 등장과 함께 그 전술적 가치가 더 커졌다. 핵 추진 잠수함은 수개월 이상 해저에서 활동이 가능하고 장거리 미사일 공격도 가능하다. 핵보유국들은 이 핵 추진 잠수함에 핵탄두가 장착된 장거리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다. 이런 잠수함의 미사일 공격은 매우 위협적이다. 물론, 이런 잠수함에 대응하는 대 잠수함 전력도 점점 강력해지고 있다. 잠수함과 그 잠수함을 막으려는 대결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이렇게 다큐 영화 '전장을 지배하다, 잠수함 U-96'과 관련한 다큐 토크는 전쟁의 본질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관련 군사지식도 쌓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큐 토크 행사가 있었던 카페의 분위기도 편안함을 줬고 특히, 야간에 작품의 야외 상영을 볼 수 있어 또 다른 재미를 더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건 전쟁 다큐가 전쟁의 장면까지 미디어에서 소비재로 사용되는 현실에서 그 현상을 보여주는 것에서 벗어나 그 내면의 문제를 파고들고 전쟁의 본질을 보는 이들이 느끼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다큐멘터리가 가진 중요한 사명이기 때문이다. 전쟁 관련 뉴스와 차별화된 전쟁 다큐를 더 많이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본 게시글은 EBS 스토리 기자단 18기 활동(자격)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사진 : EBS/ 픽사베이 / jihuni74,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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