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패배. 5월 13일 롯데vsKIA

롯데와 KIA의 주말 3연전은 상승세와 상승세가 맞서는 대결이었습니다. 5월 들어 최고 승률팀으로 탈바꿈한 롯데나 SK, 두산을 상대로 4연승을 이어온 KIA 모두 쾌조의 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제 마지막 까지 접전양상으로 전개된 경기는 1 : 6 열세를 후반에 뒤집은 KIA의 8 : 6 승리로 끝났습니다. 

KIA로서는 패색이 짙던 경기를 역전하면서 5연승의 신바람을 낼 수 있었습니다. 반면 롯데는 초반 우세를 끝내 지켜내지 못하면서 쓰라린 패배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결코 질 수 없는 져서는 안되는 경기를 잃은 느낌이었습니다. 전준우 선수의 시즌 첫 홈런이나 황성용 선수의 묘기에 가까운 다이빙 캐치도 패배와 함께 그 빛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다시 찾은 상승세 역시 꺽일 수 있는 결과였습니다.

젊은 좌완투수인 롯데 장원준, KIA 양현종 선수가 선발로 나선 경기는 투수전이 예상되었습니다. 장원준 선수는 앞 선 경기에서 부진하긴 했지만 올 시즌 안정된 투구를 이어오고 있었습다. KIA 양현종 선수 역시 초반 부진에서 벗어나 지난해 에이스로서 보여주었던 위력을 되찾고 있었습니다. 두 투수의 공은 힘이 있었고 제구도 비교적 안정적이었습니다. 

선취점은 KIA의 몫이었습니다. KIA는 부상을 딛고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는 이용규 선수의 출루와 이범호 선수의 적시타로 1회초 공격에서 득점에 성공했습니다. 최근 4번에 기용되면서 무서운 타격감과 타점 생산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이범호 선수는 1회 찬스에서 어김없이 그 능력을 다시 발휘했습니다. 

KIA의 선취점 이후 양팀은 3회까지 이렇다할 기회없이 공방을 이어갔습니다. 롯데 장원준 선수는 1실점 이후 다시 안정을 찾았습니다. KIA 양현종 선수는 낮게 깔리는 제구와 직구의 위력을 앞세워 3회까지 롯데 타선을 퍼펙트로 막아냈습니다. 다시 살아난 롯데 타선이었고 좌투수에 대비한 라인업을 구성했지만 양현종 선수의 구위에 크게 밀리는 모습이었습니다. 

1 : 0, KIA의 근소한 리드로 전개되던 경기는 4회말 롯데 타선이 일으킨 폭풍으로 큰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선두타자로 나선 전준우 선수의 솔로 홈런은 롯데 타선의 불꽃쇼의 서막이었습니다. 유리한 카운트에서의 노림수가 적중한 순간이었습니다. 장타력을 지닌 선수로 평가되던 전준우 선수는 올 시즌 1번 타자로 고정되면서 홈런 양산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출루가 선행되어야 하는 타순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금요일 경기에서 전준우 선수는 장타 본능을 뽐내며 센터 중간을 넘기는 장쾌한 홈런으로 양현종 선수에 눌려있던 타선을 깨워냈습니다. 이 홈런은 잘 던지던 양현종 선수의 리듬을 깨뜨렸습니다. 양현종 이후 자신의 페이스를 잃고 크게 흔들렸습니다. 롯데 타선은 6번 타자까지 연속 안타를 이어가면서 한 회에만 5득점하는 놀라운 집중력으로 경기를 뒤집었습니다. KIA의 좌익수 김상현 선수의 의욕적인 수비가 3루타로 연결되는 행운까지 겹치면서 경기는 완전한 롯데의 흐름으로 전개되었습니다.

또한 1사 3루에서 나온 황성용 선수의 재치있는 스퀴즈 번트는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는 득점과 같았습니다. 롯데의 기세는 더 크게 오를 수 밖에 없었고 KIA는 믿었던 선발 투수가 일순간 무너지면서 힘이 빠지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KIA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롯데타선의 폭풍이 지나가자 마자 KIA의 폭풍이 몰아쳤습니다. 5회초 차일목 선수의 2루타로 시작된 KIA의 공격은 롯데 수비진의 실책이 함께 하면서 또 한번의 대량득점을 만들어냈습니다. 롯데 장원준 선수는 큰 점수차의 리드에서 더 집중할 필요가 있었지만 롤러코스터 피칭의 나쁜 습관이 다시 나타나고 말았습니다.

4회말 롯데 공격이 길어지면서 생긴 긴 휴식은 바람이 세차게 몰아친 다소 쌀쌀한 날씨와 맞물리면서 장원준 선수에게 나쁜 영향을 주고 말았습니다. 자기 스스로 투구 감각을 잃어버리면서 힘겨운 5회를 보내야 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롯데 양승호 감독은 과감한 결정을 했습니다. 승리 투수 요건을 위해 아웃카운트 하나만을 남겨둔 장원준 선수를 강판시킨 것입니다.

6 : 3의 리드를 확실히 지키기 위한 과감한 결정이었습니다. 1회 적시타를 때려낸 이범호 선수의 승부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것도 중요한 요인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교체는 실패한 결정이었습니다.

장원준 선수를 구원한 김일엽 선수는 이범호 선수에게 또 하나의 적시타를 허용했고 경기는 6 : 4, 박빙의 흐름으로 다시 변화했습니다. 흔들임이 있었지만 아직 투구수의 여유가 있었던 장원준 선수였습니다. 롯데의 불펜이 코리 선수를 제외하고 믿음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힘이 남아있는 선발 투수의 교체는 위험성이 큰 결정이었습니다. KIA의 상승세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 이상의 의미가 없는 불펜 운영이었습니다.

이는 4회말 집중타를 허용하면서 6실점 한 양현종 선수를 7회 1사까지 끌고간 KIA와 크게 대조되는 모습이었습니다. KIA는 다시 안정감을 찾은 양현종 선수의 무실점 투구를 바탕으로 역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롯데는 확실한 승리를 위해 선발 투수를 5회초 수비에서 내리는 결정을 했지만 그 실점이 실책에 편승된 것임을 감안하면 다소 성급한 면이 있었습니다.

롯데는 김일엽 선수를 임경완, 이정민 선수를 차례로 등판시키면서 코리 선수까지 가는 징검다리를 놓으려 했지만 그 다리는 튼튼하지 못했습니다. 최근 타선의 힘이 다시 살아난 KIA 타선은 7회말 다시 기회를 잡았고 김상현 선수의 적시타와 김주형 선수의 3점 홈런을 묶어 4득점 하는 저력을 발휘했습니다.

롯데는 6 : 1의 리드를 끝내 지키지 못했고 6 : 8 로 리드당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승리를 위한 과감한 투수 교체가 패착이 된 것입니다. 롯데는 7회말 재 역전의 찬스를 잡았지만 2사 만루에서 손아섭 선수가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추격할 수 있는 동력을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KIA는 양현종 선수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곽정철, 이상화 선수를 이어 던지게 하면서 승리를 지켜냈습니다.

힘있는 커브를 바탕으로 7회 위기를 벗어난 곽정철 선수나 타이밍을 뺏는 피칭으로 2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기록한 이상화 선수 모두 기대 이상의 호투를 보여주었습니다. 롯데 타선은 마지막까지 역전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지만 이상화 선수의 완급 조절 피칭에 또 한번의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롯데는 너무나도 아쉬운 역전패를 당하면서 주력 불펜을 모두 소모하고 말았고 선발의 주축 투수인 장원준 선수의 자신감마저 떨어지게 하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최근 무리한 코리 선수가 휴식을 취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였습니다. 선발 투수에 대한 믿음까지 무너뜨리면서 승리를 위해 전력을 다했지만 그 결과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어버리는 것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반면 KIA는 어려운 흐름의 경기를 극적으로 반전시키면서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부진하던 김상현 선수가 적시타로 승리에 기여했고 팀이 기대하는 젊은 거포 김주형 선수가 결승 3점 홈런을 기록하면서 그 자신감을 더 높일 수 있었다는 것고 큰 수확이었습니다. 팀 13안타를 기록할 만큼 타선 전체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또 다른 긍정 요소였습니다. 초반 6실점한 선발 양현종 선수에 신뢰를 보내면서 6.1이닝을 던지게 한 것은 선수의 자심감도 유지하고 불펜의 소모까지 줄일 수 있는 1석 2조의 효과까지 얻을 수 있었습니다.

3연전 첫 경기를 아쉽게 놓친 롯데는 주말 2경기에 상당한 부담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최근 KIA 선발진의 페이스가 큰 상승세를 그리고 있고  KIA 주력 불펜들까지 힘을 비축한 상황입니다. 롯데는 금요일 경기 불펜의 소모가 많았고 그나마도 믿음을 주지 못했습니다. 초반 리드가 후반까지 이어지기 어려움을 확인한 것은 불펜 운영에 큰 고민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문규현 선수가 부상으로 주전 출전이 어려운 유격수 자리에서 특히, 수비에서 상당한 불안감을 노출했다는 사실은 남은 주말 경기에 있어 또 다른 부담이 될 전망입니다. 

결국 롯데는 남은 두 경기에서 선발 등판할 송승준, 고원준 선수가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져주고 코리 선수가 남은 이닝을 책임져야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과연 롯데가 금요일 대 역전패의 충격을 이겨내고 주말 위닝 시리즈를 가져갈 수 있을지 토요일 등판하는 송승준 선수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습니다.


김포총각/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youlsim)
사진 :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