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 죽을 뻔했다가 살아났다는 고사 성어가 딱 맞는 경기였다. 최강야구 몬스터즈가 시즌 2의 26번째 경기 중앙대와의 1차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으로 시즌 19승 달성에 성공했다. 승률은 0.732로 시즌 3를 위한 조건인 시즌 7할 승률 확정까지 3경기만을 남겨두게 됐다. 패했다면 몬스터는 남은 5경기에서 4승 1패 이상이 필요했지만, 3승 2패만 하면 7할 승률이 가능한 몬스터즈다. 한결 목표 달성이 수월해졌고 그만큼 승리의 의미가 컸다.
승리하긴 했지만, 몬스터즈는 중앙대의 끈끈한 팀 컬러에 고전하면서 힘든 경기를 했다. 올스타전 이후 3주 이상의 경기 공백이 있어 선수들의 경기 감각이 다소 떨어졌고 프로 구단에 입단 예정인 정현수, 고영우, 황영묵, 김민주에 소속팀 일정으로 함께 하지 못한 유태웅까지 전력 이탈도 많았다. 몬스터즈는 야수진에서 사실상 교체 멤버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경기에 나서야 했다.
몬스터즈와 맞선 중앙대는 투. 타에서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였고 몬스터즈 전력을 잘 분석한 모습이었다. 타자들의 변화구 대응 능력도 이전 대학 팀에 비해 우수했고 수비도 크게 흔들림이 없었다. 빠른 기동력 야구도 위협적이었다. 잘 준비되고 조직된 중앙대였다.
중앙대에 고전한 몬스터즈
몬스터즈는 경기 초반 선발 투수 신재영이 거듭 실점하면서 경기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신재영은 구위가 떨어지지 않았지만, 제구의 정확성이 떨어졌고 승부구가 가운데 몰리는 경향이 있었다. 신재영에 맞서는 중앙대 타자들의 맞춤형 공략법도 효과적이었다. 중앙대 선수들은 큰 스윙을 지양하고 신재영은 변화구를 잘 맞히는 타격으로 안타를 양산했다. 이 과정에서 빗맞는 안타가 다수 나오면서 신재영의 멘탈을 흔들었다.
특히, 중앙대 5번 타자 고대한은 신재영을 상대로 3안타 4타점을 기록하며 천적과 같은 모습을 보였다. 신재영의 거의 매 이닝 출루를 허용했고 실점 위기에 몰렸다. 관록으로 대량 실점을 막아내긴 했지만, 실점이 쌓였고 실점은 4실점까지 늘었다. 최근 이대은과 함께 몬스터즈의 원투펀치 역할을 하고 있는 그의 비중을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투구 내용이었다.
믿었던 선발 투수의 부진은 팀 분위기에도 영향을 줬다. 예상치 못한 실점이 이어지면서 몬스터즈 선수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타자들이 타석에서 서두르는 타격으로 이어졌고 거듭된 득점 기회에서 많은 잔루 양산과 연결됐다. 몬스터는 1회 말 1득점하긴 했지만, 이후 경기 중반까지 득점하지 못했다. 중앙대는 가장 뛰어난 투수들은 적절히 마운드에 올리며 몬스터즈 타선의 흐름을 끊었다.
이렇게 경기는 6회까지 몬스터즈가 1 : 4로 밀리는 흐름으로 전개됐다. 이런 흐름을 반전시킨 선수는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오주원이었다. 오주원은 시즌 1 후반기, 시즌 2 전반기까지 2선발 투수로 활약했지만, 7월 이후 등판을 하지 못했다. 컨디션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었고 그 기간 이대은과 신재영, 대학생 투수 정현수의 활약이 뛰어났다. 7할 승률 달성이라는 당면 목표가 있는 몬스터즈로서는 보다 승리 확률이 높은 마운드 운영을 해애 했고 오주원을 포함해 송승준, 유희관, 장원삼까지 베테랑들의 등판을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이 대거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에서 앞서 언급한 베테랑들의 활약이 절실해진 몬스터였다. 이미 올스타전을 통해 그들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그리고 오주원이 2 달여 만에 공식 경기 마운드에 먼저 올랐다. 오주원은 더는 실점하면 팀의 패배 가능성이 한층 더 커지는 부담을 안고 마운드에 올랐지만, 특유의 날카로운 제구를 바탕으로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 오주원을 통한 마운드 안정은 경기 후반 몬스터즈 반격의 발판이 됐다.
반대로 중앙대는 경기 후반 믿었던 에이스 투수가 제구 난조를 보이며 몬스터즈의 추격을 허용했다. 7회 말 몬스터즈는 볼넷 등으로 잡은 무사 만루 기회에서 희생 플라이 2개로 2점을 따라붙었다. 하지만 역전까지 기대했던 상황임을 고려하면 성에 차지 않는 결과였다. 특히, 2사후 박용택의 우중간으로 향하는 2루타성 타구가 중앙대 우익수의 호수비에 잡히는 장면은 뭔가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할 수 있었다.
극적인 반전 드라마 그리고 역전승
하지만 더 초조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몬스터즈는 포기하지 않았다. 8회 말 몬스터즈는 다시 만루 기회를 잡았다. 2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박재욱이었다. 박재욱은 시즌 2에서 유독 만루에 매우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극적인 역전승을 했던 군상상고와의 2차전에서 박재욱은 만루에서 3타점 2루타로 팀을 구했다. 이 외에도 박재욱은 만루에서 팀 해결사로 많은 타점을 만들었다.
박재욱은 긴 볼 카운트 승부를 했고 투수와의 대결에서 주도권을 잡았다. 풀 카운트까지 간 승부에서 박재욱은 상대 투수의 높은 공을 힘 있게 스윙했지만, 타구는 좌익수 방면 높은 플라이볼이 됐다. 때리지 않았다면 밀어내기 볼넷이 될 수 있는 공이었다. 박재욱에 대한 선수들의 원망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성근 감독 역시 박재욱의 타격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렇게 몬스터즈의 득점 기회가 무산되는 듯했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높게 솟아오른 타구에 중앙대 좌익수의 반응이 이상했다. 그는 공을 놓친 듯 보였다. 플라이볼은 좌익수가 없는 곳에 떨어졌고 3명의 주자가 모두 홈으로 들어오는 3타점 2루타로 둔갑했다. 마치 귀신이 쓰인 듯한 장면이었다.
8회 말 몬스터즈의 공격 시점에 경기장에는 해가 저물고 야간 경기를 위한 조명탑이 점등된 상황이었다. 이는 프로야구에서도 선수들이 공을 자주 놓치며 평범한 플라이가 안타가 되는 상황과 일치했다. 우리나라 야구장의 조명탑은 그 높이가 낮고 조명탑에 공이 겹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박재욱의 타구는 해 질 녘 역광과 조명탑의 영향이 동시에 발생하며 중앙대 좌익수가 공의 방향을 잃게 만들었다. 야구에서 나오는 극히 드문 일이 마침 그 시점에 발생했다. 몬스터즈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간절함이 하늘에 닿은 듯 보였다.
행운의 3타점 2루타로 역전에 성공한 몬스터즈는 오주원이 남은 이닝을 무실점으로 정리하며 6 : 4로 승리했다. 힘겨웠지만, 기쁨의 깊이가 몇 배는 더 큰 승리였다. 김성근 감독 역시 기쁜 감정을 애써 감추는 모습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잘 풀리지 않는 경기에 벤치에서 답답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고 초조함까지 보였다. 그 역시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승리가 간절했다. 그리고 그 간절함은 상상하지 못한 행운으로 연결됐다.
7할 승률 확정까지 남은 승수는 3
승리 후 몬스터즈는 모처럼 만의 등판에서 호투로 승리투수가 된 오주원과 만루 요정이 된 박재욱에서 경기 MVP 시상을 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담당 팀이 모두 패하며 패배 요정이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었던 던 보조 PD에게도 그동안의 징크스가 깨진 걸 기념해 MVP 시상을 하면서 승리의 기쁨을 더했다.
이보다 짜릿할 수 없는 승리였다. 극적인 승리로 몬스터즈는 시즌 3로 가는 문을 열 가능성이 더 높였다. 전력 약화와 베테랑들의 체력 문제 등으로 쳐질 수 있는 팀 분위기를 상승 반전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승리 의미는 더했다.
예고편에서 몬스터즈는 중앙대와의 2차전에서 1차전 패배 설욕에 나선 중앙대의 거센 반격에 고전하는 듯 보였다. 그동안 연전에서 몬스터즈는 2번째 경기가 어려웠다 특히, 최근 경기에서 에이스 이대은의 컨디션이 다소 떨어진 모습을 보이면서 연전이 부담이 커졌다. 하지만 팀을 떠난 젊은 선수들을 대신해 새롭게 합류한 인하대 선수 문교원이 유격수로 나서며 새 바람을 몰고 올 것임을 예고했다.
앞으로 몬스터즈가 하늘이 도운 극적인 승리를 바탕으로 7할 승률 확정까지 계속 순항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프로그램,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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