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4위 넥센이 3위 한화와 순위 바꿈에 성공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넥센은 10월 23일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신인 안우진의 5.2이닝 무실점 구원 역투와 하위 타선에 자리한 김규민, 임병욱의 결정적인 2타점 적이 안타를 묶어 5 : 2로 승리했다. 넥센은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그들의 홈구장인 고척돔에서 승리를 자축했다.
한화는 4차전 신예 박주홍을 깜짝 선발 투수로 내세우고 젊은 투수들로 불펜 운영을 하며 3차전 승리의 기운을 이어가려 했지만, 넥센보다 3개 더 많은 9안타를 때려냈고 더 많은 출루와 득점 기회를 잡고고 집중력 부족을 드러내며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10년이 넘는 세월을 지나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한화는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넥센의 승리로 끝난 4차전 전망은 결코 넥센에 유리하지 않았다. 넥센은 전날 에이스 브리검을 내세워 시리즈 스윕을 기대했고 그렇게 된다면 팀 상승세를 유지함과 동시에 휴식과 플레이오프 마운드 운영을 더 원활하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화는 쉽게 시리즈를 내주지 않았고 넥센의 뜻대로 3차전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에이스를 소진하고 맞이한 4차전에서 넥센은 마땅한 선발 투수가 없었다. 한화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았지만, 한화는 상대적으로 강력한 불펜진을 활용해 그 상황을 극복할 여력이 있었다. 전날 짜릿한 승리로 기세 싸움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았다. 넥센은 선발 투수로 신예 좌완 이승호를 예고했지만, 올 시즌 주로 불펜 투수로 나섰고 선발 투수 경험이 일천한 그가 중압감이 큰 경기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두 번째 투수의 선택과 투입 시점이 넥센에게는 중요했다.
넥센의 우려와 달리 이승호는 기대 이상으로 마운드에서 잘 버텨주었다. 1회 초 만루 위기에서 몰렸지만, 1실점으로 이를 잘 극복했고 3회까지 추가 실점 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이승호로서는 최선을 다한 투구였다. 하지만 넥센의 문제는 타선에 있었다. 전날 한화 선발 투수 장민재의 호투에 막혔던 넥센 타선은 4차전 초반 한화 선발 투수 박주홍을 공략하지 못하면서 전날의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박주홍은 올 시즌 8점대 방어율의 좌완 투수로 전문 선발 투수도 아니었다. 박주홍은 먼저 나오는 투수 개념이었지만, 넥센은 초반 박주홍의 들쑥날쑥한 제구와 생소함에 말려들었다. 3회 말 1득점으로 경기 균형을 맞추긴 했지만, 상대 실책과 스퀴즈 번트에 의해 짜낸 득점이었다. 같은 동점이어도 넥센이 밀리는 흐름이었다.
경기 흐름의 변화는 4회 일어났다. 4회 초 한화는 1득점하며 다시 리드를 잡았다. 이 상황에서 넥센은 불펜 카드를 꺼내들었다. 넥센은 2차전 두 번째 투수로 나서 호투했던 신인 안우진을 마운드에 올렸다. 안우진은 한화와의 두 번째 만남에서도 2차전의 위력을 재현했다. 150킬로를 넘나드는 직구와 130킬로 후반대 슬라이더는 구속 차이를 극대화가 하며 타자들에 혼란을 주었다. 안우진은 4회 초 승계주자 득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이후 무실점 호투를 이어갔다.
신인 안우진의 위력투는 넥센 타선에 자극제가 됐다. 넥센은 4회 말 넥센은 만루 기회에서 이정후의 부상을 대신해 주전 좌익수로 출전한 김규민의 2타점 적시 안타로 경기를 뒤집었다. 김규민은 올 시즌 이정후의 부상 때 2군에서 콜업된 이후 맹활약하며 1군 엔트리 한자리를 차지했었다. 김규민은 후반기 체력 저하로 주춤했지만, 중요한 경기에서 한껏 그의 존재감을 높였다.
이후 경기는 넥센 안우진과 한화 벌떼 마운드의 팽팽한 투수전이었다. 한화는 적절한 투구 교체로 추가 실점을 막았고 안우진은 출루를 허용하긴 해지만, 신인답지 않은 침착함과 강력한 구위로 1점 차 리드를 지켜냈다. 마운드 대결로 팽팽했던 승부는 8회 말 넥센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2사 2, 3루 기회에서 좌중간 3루타로 2명의 주라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고 넥센은 3 : 2의 불안한 리드를 5 : 2의 넉넉한 리드로 변화시켰다.
임병욱은 꾸준한 활약을 하는 외야수였지만, 스타급 선수의 면모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연타석 3점 홈런으로 팀 승리를 견인하면서 그 존재감을 높였었다. 임병욱은 시리즈 승부를 결정짓는 한 방으로 또 한 번 빛났다. 임병욱의 쐐기 2타점으로 승기를 완벽하게 잡은 넥센은 안우진이 9회까지 책임지며 시리즈를 자신들의 홈구장에서 끝냈다.
넥센은 이번 시리즈에서 중심 타자들이 대체적으로 부진했고 부동의 1번 타자 이정후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20대 젊은 타자 임병욱, 김규민에 송성문이 맹활약하며 공격의 활로를 열었다. 여기에 마운드에서는 안우진이 특급 신인의 면모를 과시하며 불펜진이 허약한 넥센의 마운드에 버팀목 역할을 해주었다. 4차전 선발 투수로 나선 이승호 역시 경험 부족이 우려됐지만, 무난한 투구로 플레이오프에서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이렇게 넥센은 투. 타에서 젊은 선수들이 승리에 주역이 되면서 포스트시즌의 다음 계단으로 향할 수 있었다. 젊은 에이스 최원태와, 컨디션이 최고조에 있었던 지난 시즌 신인왕 이정후의 부상 공백이 아쉽지만, 이들을 대신하는 또 다른 젊은 선수들이 있었다. 넥센으로서는 포스트시즌에서의 성과와 함께 젊은 선수들의 큰 경기 경험을 쌓고 자신감을 더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 앞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넥센의 포스트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정규리그 2위 SK는 한화보다 투. 타에서 강한 상대다. 충분히 넥센을 분석하고 체력도 비축한 상태다. 이미 와일드카드전부터 5경기를 치른 넥센으로서는 힘든 대결이 예상된지만, 젊은 선수들의 파워가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정규리그 4위의 돌풍을 기대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넥센의 젊은 영웅들의 포스트시즌에서 어떤 모습을 더 보여줄지 기대된다.
사진 : 넥센히어로즈 홈페이지, 글 : 지후니74 (youlsim7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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