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 훈련을 끝낸 프로야구가 시범경기에 들어가면서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승패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상.하위권 팀들 사이 순위 변동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시범경기 기간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 시범경기에 대한 비중이 그만큼 커진 올 시즌이다.
울산에서 시범경기 첫 경기를 가진 롯데와 SK는 오프시즌 동안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롯데는 FA 영입 등을 통해 지난해 전력에서 상당 부분 업그레이드 되었지만, SK는 주력 선수들을 FA 시장에서 떠나 보내며 전력이 지난해만 못하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반된 분위기 속에서 시즌을 준비하는 양 팀의 시범경기 첫 만남은 접전이었다. 양팀은 치열한 승부를 펼치며 6 : 6 무승부를 기록했다. 양 팀 모두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가 함께 하는 경기였다. 9회 말 3득점으로 3 : 6으로 뒤지던 경기를 동점으로 만드는 저력을 보였던 롯데는 두 명의 좌완 투수가 돋보였다.
선발 투수로 나선 외국인 투수 레일리는 3이닝 동안 1피안타 3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 투구로 지난해에 이은 활약을 예고했다. 첫 공식 경기 등판이었지만, 37개의 투구로 3이닝을 막아낼 정도로 그 내용이 좋았다.
하지만 이어 나온 불펜 투수들의 투구 내용은 아쉬움이 있었다. 두 번째 투수로 나선 배장호는 2이닝 5피안타 4실점으로 부진했고 개막 엔트리 진입 가능성이 큰 이상민, 이정민 두 우완 불펜 투수들도 각각 1실점 하며 아직은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은 모습이었다. 우완 불펜진의 부진 속에서 마지막 투수로 나선 좌완 김유영의 투구는 긍정적이었다.
김유영은 1이닝을 투구하며 무안타 무실점 1탈삼진으로 안정감을 보였다. 공에 힘이 느껴졌고 젊은 투수다운 과감한 투구가 인상적이었다. 시범 경기긴 하지만 젊은 투수, 그것도 좌완 투수의 호투는 롯데에는 반가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시즌을 준비하면서 롯데는 젊은 좌완 투수에 대한 갈증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그나마 우완 투수진은 군에도 돌아온 고원준과 지난해 트레이드로 영입한 박세웅, 이성민이 있고 지난 시즌 가능성을 보인 김원중도 전력에 가세할 수 있는 자원이 있다. 하지만 좌완 투수로 눈을 돌리면 부족함 크게 느껴진다. 선발진은 외국인 투수 레일리를 제외하고 마땅한 선발 투수가 없다. 불펜진에 이명우, 강영식 두 베테랑이 버티고 있지만, 이들 모두 30대 중반의 나이로 구위 저하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을 대신할 젊은 투수들의 성장은 더디기만 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유영의 시범 첫 경기 투구는 희망적이다. 사실 김유영은 2014시즌 롯데에 1차 지명을 받은 최고 유망주였다. 하지만 투수로서의 성장이 더뎠다. 2014시즌 1군에서 5경기 7.2이닝 투구에 그친 김유영은 지난 시즌 단 한 번도 1군 마운드를 밟지 못했다.
2군 퓨처스 리그에서도 난타당하면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결국, 시즌 후반기 김유영은 타자로의 변신을 모색했고 13경기 출전 기록이지만, 3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하며 또 다른 가능성을 보였다. 시즌 도중 갑작스러운 타자 변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타자 전향을 고려해도 될 정도의 기록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그의 선택은 투수였다.
롯데는 김유영을 동계훈련 명단에 포함하며 투수로서의 가능성을 될살릴 기회를 줬다. 연습 경기를 통해 달라진 모습을 보였던 김유영은 올해 첫 공식경기에서 투수로서 존재감을 보였다. 만약 김유영이 시범경기 기간 좋은 투구 내용을 유지한다면 기존의 이명우, 강영식에 더해 좌완 불펜진에 새로운 대안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롯대의 시즌 운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시범경기는 결과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는 특성이 있다. 한 경기 등판으로는 그의 실력을 검증하지 부족하다. 불펜진의 경우의 수가 많아진 롯데의 마운드 사정상 좌완 투수라는 이점만으로 중용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김유영으로서는 시범경기 기간 안정감 있는 투구로 신뢰를 쌓을 필요가 있다. 롯데 역시 시범경기를 통해 김유영에게 보다 많은 투구 경험을 줄 가능성이 크다. 김유영이 롯데 좌완 투수진에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을지 롯데 팬들에게는 시범경기 기간 그의 투구 내용이 큰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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