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KIA가 전날 패배를 설욕하며 시리즈 균형을 맞췄다. KIA는 선발 투수 양현종의 9이닝 완봉투와 8회 말 행운의 1득점이 더해지며 1 : 0으로 승리했다. 전날 정규리그 20승 투수 헥터가 다소 부진하며 3 :5로 패했던 KIA는 또 한 명의 20승 투수 양현종이 이를 만회하며 원투 펀치의 위력을 과시했다.
두산은 선발 투수 장원준이 7이닝 무실점 투구로 KIA 선발 양현종 못지않은 호투를 했지만, 8회 말 아쉬운 실점으로 연승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8회 말 KIA는 선두 타자 김주찬의 빗맞은 타구가 2루타가 되는 행운을 득점과 연결했다. KIA는 팀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중심 타자 베르나디나에게도 보내기 번트 작전을 하며 득점에 의지를 보였다. 이에 맞서 두산 전날 호투했던 필승 불펜 투수 함덕주에 마무리 김강률까지 모두 마운드에 올려 실점을 막으려 했다.
두산은 1사 3루 위기에서 KIA 4번 타자 최형우와의 승부를 피하고 타격감이 떨어져 있는 5번 타자 나지완과의 승부를 택했다. 1사 1, 3루에서 병살타를 기대하는 수비 작전이었다. 마침 나지완은 3루 정면 땅볼로 두산의 수비 전력은 통하는 듯 보였다. 여기서 변수가 발생했다. 3루 주자 김주찬이 끈질기게 런 다운 플레이를 했고 두산 포수 양의지는 이 과정에서 판단 실수로 김주찬의 홈 득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두산 내야진의 실수를 유발한 김주찬의 재치가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0 : 0의 승부에서 이 득점은 결국 결승 득점이 됐다.
단 1점으로 승부가 결정된 2차전을 지배한 건 앞서 언급한 대로 양 팀 선발 투수들이었다. KIA 양현종, 두산 장원준은 모두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선발 투수다운 투구를 했다. 올 시즌 20승과 함께 최동원상 수상자로 선정된 양현종은 시즌 후반기 불안감을 잊게 하는 압도적인 투구를 했다. 3주간의 휴식으로 힘을 충전한 양현종의 직구는 알고 대비해도 밀릴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변화구도 낮게 제구 되면서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를 피했다. 포스트시즌에서 뜨거운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는 두산 타자들이었지만, 양현종의 구위에 밀리면서 쉽게 득점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두산은 아직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하지 않은 주전 포수 양의지와 유격수 김재호에 1차전 선발에서 제외됐던 외국인 타자 애반스를 선발 출전시키며 우타자 라인을 보강했다. 그들의 자리는 박세혁, 류지혁, 최주환까지 모두 좌타자들이었다. KIA 선발 투수 양현종이 좌완임을 고려한 라인업이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없었다. 양의지, 김재호, 애반스는 모두 무안타로 침묵했다. 이들 외에 두산의 클린업도 양현종의 투구에 위력이 반감됐다. 오재일이 2안타로 분전했지만, 폭발적인 공격력을 나오지 않았다.
두산은 5회 초 무사 1루, 6회 초 1사 2루, 7회 초 무사 1루의 기회를 잡았지만, 양현종은 변화구를 적절히 추가하며 실점을 막았다. 이런 양현종의 무실점 호투에 두산 선발 장원준도 무실점 호투로 맞섰다. 장원준은 상대적으로 직구의 스피드는 덜했지만,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 변화구 제구가 잘 이루어지면서 KIA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위기의 순간에는 병살타 유도가 이루어졌고 수비의 뒷받침도 그에게 힘이 됐다. 장원준은 플레오프에서 부진한 투구로 우려가 있었지만, 빅게임 투수의 면모를 다시 보여줬다.
결국, 두 좌완 투수의 대결은 승패를 가릴 수 없었다. 장원준은 7회까지 117개의 투구 수를 기록했고 8회부터 불펜진에 마운드를 넘겼다. 양현종은 9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팀의 1 : 0 승리를 지켰다. 양현종의 판정승이라 할 수도 있지만, 장원준의 투구 역시 훌륭했다. 양현종의 투구가 너무 좋았던 것뿐이었다.
KIA는 양현종의 완봉투에 힘입어 시리즈 분위기를 완전히 내줄 위기에서 벗어났다. KIA는 야수들의 경기 감각이 회복되는 3차전 이후 승부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KIA의 3, 4선발 투수가 헥터, 양현종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지만, 보우덴, 유희관으로 이어질 두산의 3, 4선발 투수진도 1, 2선발 보다는 공략이 수월하다. KIA는 불펜진 소모도 크지 않았다.
두산은 2차전 패배가 아쉽지만, 원정 2연전 1승 1패는 만족할 수 있는 결과다. 함덕주 김강률 두 불펜 투수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고 전체적으로 불펜 소모가 많지 않았다. 2차전 무득점에 그쳤지만, 이는 KIA 선발 양현종의 투구 내용이 너무 좋았던 결과였다. 다만, 양의지, 김재호 등 부상 중인 두 선수의 컨디션이 떨어져 있다는 점과 외국인 타자 애반스의 타격 부진도 아쉬운 부분이다. 3차전부터 두산은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다시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한국시리즈 1, 2차전은 일종의 탐색전이었다.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다. 타격은 보다 활발해질 가능성이 크고 더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하지만 중요한 건 2차전 양현종, 장원준의 무실점 투수전은 타고 투저의 흐름이 포스트시즌에도 이어지는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는 포스트시즌의 한 장면이었다. 이들이 다시 맞대결할 수 있는 6차전까지 승부가 이어진다면 또 한 번의 명품 투수전이 기대된다. 현재 분위기라면 그 가능성이 아주 크다.
사진,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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