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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속담에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한번 올려 놓은 실적이나 치적이 있으면 어려운 시기에도 극복할 수 있는 저력이 된다는 말일텐데요.

최근 한국 시리즈를 2연패한 SK는 프로야구판에서 최고 부자겠지요? 무적의 SK도 올해는 과거의 그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주전들의 부상이 연이어 이어지면서 정상 라인업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습니다. 특유의 로테이션 야구로 주전과 비 주전의 차이가 적은 탓에 야수들의 부상은 그런대로 메꾸어 나갔고, 올 시즌 투구에 눈을 뜬 송은범 선수가 김광현 선수와 원투 펀치를 형성하면서 승리를 견인했고 선두권을 유지에 큰 동력이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박경완 선수의 부상과 시즌 아웃은 큰 충격이었습니다. 전력의 반이라고 하는 주전 포수의 부상은 정신적으로도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SK는 강했습니다. 만연 2인자 정상호 선수가 그 공백을 잘 메우면서 다시 포수에 안정감을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더 큰 충격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에이스인 김광현 선수의 불의의 부상은 SK를 완전히 망하는 부자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치열한 순위 경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15승 이상을 할 수 있는 에이스의 하차는 박경완 선수 부상보다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었습니다. 작년 보다 약화된 전력에도 선두 싸움을 하던 SK에게 4위권 수성도 어렵게 할 수 있는 악재였습니다.

수 많은 악재가 이어진 상황에서 8월을 보낸 SK의 지금 성적은 당당히 2위입니다. 기아의 무서운 기세로 묻히긴 했지만 알게 모르게 승수를 챙기면서 3위 두산과의 승차로 꽤 벌려 놓았습니다. 1위 기아를 따라 잡기는 무리가 있지만 가을 잔치 티겟은 이미 예약해 두었습니다. 정말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이 실현되는 것일까요?

시즌 막판 SK의 상승세는 계투진의 부활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다년간 계속된 출책 야구에 피로가 누적된 계투진은 올해 전반적으로 부진했습니다. 선발인 고효준, 채병용 선수까지 중간으로 돌렸지만 예전의 철옹성은 아니었습니다. 질적 양적으로 약화된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벌떼 야구에서 꿀벌들이 지쳐버리니 역전패를 당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팀의 성적은 뒷 걸음질 쳤습니다.

이런 불펜이 다시 예전의 위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병두 선수와 이승호 선수가 분투하던 불펜에 윤길현 선수가 가세하면서 양적으로 보강이 되었고 부진하던 정우람 선수마저 예전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5회까지만 리드를 하면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연승 가도를 달리면서 비교적 여유있는 2위를 달리게 되었구요.

사실 저는 SK팀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승리 지상주의의 야구, 지나친 선수 로테이션, 불펜진의 혹사 등등 경기 운영에 대해서는 지지를 보내고 싶지 않구요. 제가 좋아하는 롯데 자이언츠와의 껄끄러운 여러 관계도 큰 요인이었습니다. 롯데에 유난히 강한 SK에 시샘어린 눈길이 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SK의 행보를 보면 이 팀이 정말 강한팀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어려움을 끈끈한 팀웍과 응집력으로 극복해 내는 모습은 망해서 3년을 가는 부자가 아니라 망하지 않는 탄탄한 부자의 모습이었습니다. 어느 팀 보다도 많은 훈련량이 독이 되기도 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하는 원동력이 되는 듯 합니다. 여기에 전력 분석팀의 능력, 계속 되는 우승을 통한 잠재된 자신감까지 전력 외의 정신적인 면에서 어느팀 보다 강한 팀이 SK가 아닐까요?

아직 순위싸움이 남아있지만 현 순위로 플레이오프를 하더라도 우승의 DNA를 깊이 간직한 SK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알 수 없습니다. 부상 선수들이 속속 복귀하고 두 외국인 투수들의 안정된 투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벌떼 야구를 지탱하는 주역들의 컨디션을 회복하고 있으니 SK는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SK 와이번스의 모 기업 광고에 있는 주문이 효력을 발휘했는지 나날이 살아나고 있는 SK의 가을 행보가 흥미롭습니다.


(문학 구장에서의 가을 야구는 이미 예약이 되었습니다. 지난 봄 시범경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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