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시즌 정규리그에 임하는 프로야구 구단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승이다. 전력의 강함과 약함을 떠나 구단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팀이 우승의 영광을 차지할 수 없다. 구단들은 차선책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한다. 정규시즌과 함께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진정한 챔피언으로 인정받는 상황에서 우승을 위한 첫 관문을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LG 트윈스는 2002년 포스트 시즌 진출 이후 더는 그 무대에 서지 못했다. 한 때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롯데와 KIA가 상위권 팀으로 올라설 때도 LG는 좌절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 사이 같은 서울 연고지를 하는 라이벌 두산은 강팀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또 다른 서울팀 넥센 히어로즈 역시 어려움을 이겨내고 단단한 팀 전력을 구축했다.
LG는 어느 팀 부럽지 않은 팬들의 지지와 성원이 있다. 프로 원년 MBC 청룡 시절부터 유일하게 서울 연고지를 지킨 팀이라는 자부심도 있다. 과거 신바람 야구로 절대 강자의 위치에 있기도 했고 타 팀들이 하지 않은 선진야구를 이끌기도 했다. 수많은 레전드 스타를 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과거 속 이야기기 되었다.
LG는 포스트 시즌이라는 목표를 위해 온 힘을 다했지만, 그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 사이 수 많은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 누구도 여름 이후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지는 LG의 고질적인 약점을 해결하지 못했다. 지난해 부임한 김기태 감독 역시 다르지 않았다. 젊은 선수들을 중용하며 체질개선에 나섰지만, 리그 후반기 LG는 주저앉고 말았다.
타선의 중심 박용택
LG는 올 시즌 또 한 번 희망 속에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LG는 상위권 팀 상당수가 전력 약화로 고심하는 사이 알차게 전력을 보강했다. 전력 누수가 거의 없고 젊은 선수들은 지난해 경험 경험을 축적했다. 김기태 감독 체제도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베테랑 선수들의 각오도 남다르다. 항상 팀 조직력에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올 시즌은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LG는 지난해 FA에서 정성훈, 이진영과 소속팀 우선 협상기간에 성공했다. 그 전 해 소속팀 선수를 미온적인 협상태도로 떠나보낸 것과는 다른 행보였다. 계속되는 FA 선수 영입 실패로 주저하던 타 팀 선수 영입에서 나섰다. 그 결과 LG는 삼성의 베테랑 불펜 투수 정현욱에 LG에 유니폼을 입히는데 성공했다.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받는 정현욱이지만, LG는 그의 성실함과 리더십을 높게 평가했다.
이후 LG는 금기와도 같았던 삼성과의 트레이드로 전력의 빈자리를 메웠다. 현재윤은 포수진에 손주인은 내야진에 요긴하게 쓰일 선수다. 김효남 역시 선발진과 불펜진 모두에서 모두 활용할 수 있다. LG는 전력보강은 물론이고 우승팀의 DNA를 함께 받아들이려 했다. 내부 경쟁을 더 강화하는 효과도 얻었다.
LG는 이러한 플러스 요소들을 묶어 올 시즌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현시점에서 LG의 전력은 야수 부분에서는 맑음이지만 투수 부분은 흐림이라 할 수 있다. 베테랑 선수들은 나이를 한 살 더 먹었지만, 그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박용택은 시범경기 4할 타율로 중심 타자의 면모를 보였고 현재윤의 영입으로 그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윤요섭 역시 맹타를 휘두르며 공격형 포수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40대 현역 선수 최동수는 여전히 꾸준함을 유지하고 있고 김용의는 유망주를 벗어나 주전 1루수의 가능성을 높였다. 여기에 신예 정주현과 강승호, 삼성에서 온 손주인은 내야수 주전 경쟁에 불을 붙였다. 붙박이 3루수 정성훈을 제외하면 기존의 오지환, 서동욱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외야진 역시 이대형이 조금씩 부활의 조짐을 보이는 것이 긍정적이다. 지난해 극심한 타격 부진과 부상으로 주전 자리를 위협받았던 이대형은 심기일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 타격에서 본 궤도에 오르지 못했지만, 변화한 타격폼에 적응하고 있다. LG로서는 이대형이 슈퍼소닉으로 다시 돌아와 주길 고대하고 있다.
여기에 부상으로 시범경기에서 많은 타석에 들어서지 못한 큰 이병규의 컨디션 회복 여부도 시즌 초반 큰 변수 중 하나다. 만년 유망주 정의윤이 타고난 힘에 정교함을 더해 외야진에 활력을 불어넣을지고 관심사다. 명암이 교차하고 있지만, LG의 야수진은 지난해 보다 질적으로 양적으로 더 두터워진 느낌이다.
문제는 마운드 운영이다. 선발 투수진의 원투펀치를 구성할 두 외국인 투수 리즈와 주키치는 여전히 건재하지만, 나머지 선발진 구성이 여의치 않다. 시범경기 동안 여러 선수를 시험했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언더핸드 듀오 우규민, 신정락이 가능성을 보였지만, 기복이 심한 투구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임찬규가 발전된 모습을 보였지만, 풀 타임 시즌 내내 꾸준함을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부상으로 시즌 초반 등판이 불가능한 김광삼의 공백이 아쉽다. LG로서는 휴식일을 끼고 있는 경기 일정을 고려해 리즈, 주키치의 활용도를 높이는 쪽으로 선발 투수진 운영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선발투수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불펜도 고민이 있다. 마무리 투수로 완전히 전업한 봉중근이 부상에서 회복한 모습을 보이고 삼성에서 영입한 정현욱이 안정된 투수를 한 것은 긍정적이었다.
특급 선발투수로의 변신을 꿈꾸는 리즈
하지만 그 외 불펜 투수들이 시범경기 동안 만족스럽지 못했다. 베테랑 좌완 이상열이 시범경기 동안 무실점 투구를 한 것 외에는 주력 불펜 투수들의 투구 내용이 좋지 못했다. 이동현, 류택현, 한희, 김효남 등 불펜진을 구성할 투수들이 모두 기대 이하의 시범경기 성적을 남겼다. 불펜의 축인 유원상은 WBC 대회 참가의 후유증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자칫 정현욱의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LG로서는 선발과 불펜 할 것이 불안감을 안고 시즌에 임해야 하는 상황이다. 개막전까지 마운드가 얼마나 안정될 수 있을지가 시즌 초반 행보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LG팬들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미워도 다시 한번을 반복했다. 기대감 속에 시작한 시즌이 좌절감 속에 끝난 것을 수없이 경험했다. 그럼에도 LG 팬들은 팀에 대한 강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시범경기 두산과의 잠실 야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석은 팬들의 열기를 대변하고 있다. 최근 LG는 서울 라이벌 두산에 밀리고 있지만, 팬들의 사랑은 두산 못지않다.
LG로서는 올 시즌 팬들의 오랜 숙원을 풀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그동안 패배에 익숙한 야구를 했지만, 올해는 화려하지 않지만, 알차게 전력을 보강했고 부상 선수도 거의 없다. 팀 간 전력 평준화가 더 심화된 상황에서 하위권 팀이 상위권으로 올라설 가능성도 더 높아졌다. 해마다 반복되는 후반기 침체현상을 극복할 수 있다면 이전과 다른 시즌을 만들수도 있다.
올 시즌 LG가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LG가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면 프로야구 순위 싸움은 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LG가 그들의 바람대로 상위권 판도의 변수가 아닌 주역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LG 트윈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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