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프로야구에서 한화는 약체팀의 전형이었다. 순위는 2012시즌부터 최하위였고 9개 팀으로 늘어난 2013, 2014시즌에도 최하위 자리를 변함이 없었다. 에이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악재가 있었지만, 그동안 FA 영입 등 구단의 투자가 있었음에도 한화의 추락은 끝이 없었다.
한화는 2013, 2014시즌 과거 해태와 삼성에서 우승 청부사로 명성이 높았던 백전노장 김응룡 감독을 영입해 팀 분위기 쇄신과 성적 향상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올 시즌 한화는 기대감이 높았던 시즌이었다. FA 계약으로 이용규, 정근우를 영입하면서 전력 향상을 국가대표급 테이블세터진을 구성했고 외국인 투수 영입에도 공을 들이며 마운드도 강화했다. 최소한 최하위 팀의 굴레는 벗어날 것 같았다.
하지만 기대는 시즌 초반부터 무너졌다. FA로 영입한 이용규가 부상 재활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타순과 외야진 구성에 차질이 생겼다. 외국인 타자 피에의 활약은 타선에 활력을 실어주었지만, 상. 하위 타선의 격차가 크면서 팀 공격을 효율적이지 않았다. 마운드 역시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이 미미하면서 애초 계산과 크게 어긋나는 모습이었다.
(과감한 변신 한화, 약팀의 기억 지워낼까?)
유망주들의 성장은 더디기만 했고 이는 선발 마운드의 붕괴로 이어졌다. 선발진의 부진은 불펜진의 과부하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허약한 마운드는 한화를 다시 나락으로 빠뜨렸다. 여기에 고질적인 수비 불안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한화는 좀처럼 반등의 가능성을 찾지 못 했다. 리그 후반기 잠시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지속력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또다시 최하위, 한화는 성적 향상은 고사하고 물론이고 젊은 선수들의 육성도 이루어지 않는 최악을 시즌을 보내고 말았다. 2년간 팀을 이끌었던 김용용 감독의 퇴진은 불가피했다. 한화는 다시 변화를 모색해야 했다. 하지만 그 방향을 한화 팬들의 생각도 달랐다. 한화 팬들은 근본적인 변화를 원했다. 새 감독을 내부 승진을 통해 임명하려 했던 구단의 계획은 큰 반발에 부딛혔다.
해마다 최하위 성적에도 열광적인 성원을 보냈던 한화 팬들은 이전과 달리 행동으로 구단의 쇄신을 요구했다. 한화팬들은 야인으로 있던 김성근 감독의 영입을 강력히 원했다. 김성근 감독은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음에도 프런트가 제어할 수 없는 강한 개성으로 인해 쉽게 선택할 수 없는 뜨거운 감자같은 존재였다. 한화 역시 김성근 감독 카드를 수차례 꺼내들었다고 포기한 전력이 있었다.
한화는 애초 김성근 감독 영입에 미온적이었지만, 팬들의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다. 최하위 팀이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서도 팀을 바꿀 카드가 필요했다. 결국, 한화는 김성근 감독을 선택했다. 이는 오랜 기간 팀과 함께 했던 레전드 출신 코칭스텝과의 이별을 의미했다. 한화는 김성근 감독의 의중대로 대폭적인 코칭스태프 개편에 들어갔다. 새로운 얼굴들이 다수 영입됐고 그 수도 대폭 늘었다. 여기에 더해 한화는 이전과 다른 강도 높은 마무리 훈련으로 팀 분위기를 다잡았다.
한화의 마무리 훈련은 포스트시즌 이상으로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모두 김성근 감독 영입이 불러온 변화였다. 패배주의에 빠져있던 한화 선수들은 강력한 카리스마의 김성근 감독 체제에서 달라진 모습을 안 보일 수 없었다. 이는 김성근 감독 영입을 강력히 원했던 한화 팬들의 바라던 바였다.
한화는 이에 그치지 않고 스토브리그에서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큰손으로 나서 전력 보강에 나섰다. 한화는 삼성 좌완 불펜 투수 권혁 영입을 시작으로 KIA에서 송은범, 삼성에서 다시 배영수를 영입하며 마운드의 높이를 높였다. 지난해 이용규, 정근우 영입에 이어 투. 타에서 확실한 전력 보강을 이뤄냈다.
권혁은 한화에서 박정진과 함께 좌완 불펜진을 이끌어 줄 수 있고 송은범은 지난 2년간 부진했지만, SK시절 감독이었던 김성근 감독과의 재회로 기량을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 배영수는 전성기를 지났다는 평가가 있지만, 아직 두 자리 수 승수를 기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한화는 국내 리그 경험이 있는 검증된 유먼, 탈보트로 재편된 외국인 투수 2명과 올시즌 젊은 에이스로 떠오른 이태양과 더불어 5선발 체제 구축이 가능해졌다. 경기 수가 늘어난 내년 시즌 큰 힘이 될 수 있다.
선발 투수진의 강화는 불펜의 과부하를 덜 수도 있다. 올 시즌 새롭게 필승조로 자리 잡은 안영명, 박정진, 윤규진 조합에 선발 경쟁에서 탈락한 선수와 권혁이 가세하는 불펜진은 경쟁력이 있다.
이런 마운드 보강과 더불어 한화는 타선에서도 부상에서 회복할 이용규와 정근우가 구성할 강력한 테이블 세터진, 올 시즌 크게 활약한 외국인 타자 피에를 과감히 떠나보내고 영입한 외국인 타자 모건과 김태균, 최진행, 김태완 등이 구성할 중심 타선은 상당한 위력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발전하며 FA 계약까지 성공한 김경언은 하위 타선의 힘을 더 강하게 할 선수다. 노장 포수 조인성은 내년에도 한화 안방을 든든하게 지켜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한화는 투. 타에서 알차게 전력을 보강하며 내년 시즌 하위권 탈출 이상을 노릴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김성근 감독 영입으로 선수들이 가지고 있었던 패배의식을 떨쳐버리고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수년간 상당한 투자를 했던 2군 선수 자원에서도 기량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시점이다. 분명 한화에게 2014시즌은 힘겨웠지만, 올가을과 겨울, 한화는 보다 큰 희망을 가지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한화가 과연 2014년 스토브리그에서 보여준 과감한 팀 개혁을 반전의 성적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게 할지, 다른 관점에서 보면 구단의 과감한 지원과 전력 보강이 부담이 될 수 있지만, 하위권 팀을 상위권 팀으로 변모시키는데 일가견이 있는 김성근 감독의 한화라면 기대감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다. 한화의 내년 시즌의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사진 : 한화이글스 홈페이지, 글 : 심종열(http://gimpoma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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