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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으로 대표되는 소위 말하는 을들의 애환을 현실적으로 그린 드라마 미생과 비교되는 드라마가 관심을 끌고 있다. 10월 24일부터 시작된 토.일 드라마 송곳은 미생과 같이 을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회사라는 공간에 국한된 미생과 달리 주 무대인 푸르미 마트를 벗어나 우리 사회 곳곳의 문제들을 함께 다루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송곳의 이야기 중심을 이루는 인물은 두 명이다. 푸르미 마트의 과장인 이수인과 노무사 사무소를 운영하는 구고신이 이들이다. 두 인물은 그들의 삶 속에서 공통분모를 가지지 않고 있는 인물들이지만, 그들의 겪는 사건 속에서 만남의 시간이 가까워져 오고 있다. 이수인과 구고신이 만나면서 이야기 전개는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두 인물의 특징은 강한 정의감과 올곳음으로 우리가 몸담고 있는 조직과 융화되기 어려운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위 꼴통이라 비아냥 받으면서도 자신들의 신념에 반하는 타협을 거부한다. 두 인물은 오랜 기간 굳어진 관행과 부조리의 틀을 벗어난 삶을 살려 한다. 이들의 주장은 옳은 것이지만, 조직 내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오히려 조직의 융화를 깨는 문제아들과 같이 취급됐다. 









푸르미 마트에서 고군분투할 이수인은 학창시절부터 사회의 부조리를 몸소 느끼고 저항한다. 이는 불의를 참지 않고 맞서 싸웠던 부친의 영향이 컸다. 이수인의 부모님은 가난하지만, 올바르게 하는 것은 최선으로 알았고 이수인은 부모님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이런 이수인이 정의롭지 못한 상황을 견디는 건 분명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저항의 결과는 그에 대한 강한 폭력과 억압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다친 어려움을 독하게 견뎌냈지만, 달라지지 않은 현실에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가난한 집안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현실에 이수인은 출세라는 목표를 위해 공부했고 안정적인 직장이 보장되는 육사에 입학하게 된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엄격한 규율과 시스템하에서 이수인은 편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정의롭지 못한 상황은 여전히 그에게 다가왔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자유를 억압하는 학교에 이수인은 홀로 맞선다. 마음은 공감하지만, 용기를 내지 못하는 다수를 대표한 이수인의 행동이었다. 옳은 일이었지만, 후폭풍은 강력했다. 그의 행동은 상관의 명령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과 같았다. 이수인은 퇴교의 위기까지 몰렸다가 가까스로 이를 벗어날 수 있었다. 



한고비를 넘긴 이수인은 군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장교로 자리를 잡는 듯 보였지만, 군에 만연된 부정과 비리는 그를 견딜 수 없게 했다. 이수인은 자신의 힘으로 이를 바꿀 수 없는 현실에 큰 환멸을 느껴야 했다. 그는 현실에 순응할지 맞서 싸울지를 선택해야 했다. 그의 선택은 전자도 후자도 아닌 회피였다. 이수인은 출세라는 목표를 위해 어렵게 발을 들였던 군 조직을 벗어나 사회로 나왔다. 이수인은 보다 합리적이고 선진적인 시스템을 갖춘 외국계 기업에서 활로를 찾으려 했다. 



그가 사회인으로 자리한 외국계 기업 푸르미 마트에서 이수인은 힘든 일과와 적은 급여에도 원칙과 규정을 중시하는 기업문화에 잘 적응하며 능력도 인정받았다. 그곳에서 이수인은 장래가 촉망받는 사원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그에게 내려진 부당한 명령이 그를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다. 회사는 그에게 함께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내보낼 것을 지시받았다. 법적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지는 해고나 구조조정이 아니었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에게 인간적인 모멸감을 주거나 하는 등의 무리한 방법이 필수적이었다. 



이수인은 순간 갈등했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의감이 작동했다. 그는 회사의 요구를 거부했다. 도리어 같은 요구를 받고 갈등하는 타 부서 과장들과 함께 노조 가입을 통해 이에 저항하려 했다. 이는 그를 더 궁지로 몰아넣었다. 타 부서 과장들은 애초 약속과 다릴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그와 함께하지 않았고 회사의 명령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뜻을 굽히지 않은 이수인은 점점 회사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았고 왕따가 됐다. 미약하기만 한 푸르미마트 노조도 그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수인은 퇴로가 막힌 채 군에서도 만찬가지로 현실 순응과 저항 또는 회피의 선택을 강요받았다. 이수인은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았다. 사측의 부당한 압력과 원칙을 중시한 그의 진심을 모르고 이수인의 매장 운영방식에 불만을 가진 부서 직원들의 노골적 반감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수인은 싸우기로 했다. 그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고 힘든 여정의 시작이었다.



이런 이수인을 조력자로 자리할 구고신은 지역 노동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노동자들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는 기업과의 싸움에서 법적인 다툼과 함께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기도 하고 다소 거친 방법도 마다치 않았다. 부당한 상황에도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상대의 힘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대신 싸웠다. 그 과정에서 구고신은 무모하리만큼 정면 돌파만 시도하는 이수인과 달리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는 베테랑의 면모를 보였다. 그의 과거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렇게 송곳의 두 축을 이루는 인물은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사는 인물들이다. 체제에 순응하고 현실과 타협한다면 안락한 삶을 살 수도 있었지만, 두 인물은 그렇지 않았다. 분명 이들은 옳고 정의로운 일을 하고 있지만, 그들이 속한 조직과 사회에서 이들은 성가시고 불편한 존재들이다. 이들로 인해 도움을 받는 사람들조차도 당장 자신들이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과 멸시의 시선을 함께 보내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이수인, 구고신이 어떻게 힘을 합치게 되고 그들의 신념을 현실화시킬 수 있을지 일단 드라마 초반 분위기는 이들의 노력이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닐 것을 예고하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라도 정의가 거대한 힘으로 무장한 불의를 이기는 장면을 만날수 있을지 물론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응원하고 싶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글 : 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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