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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베테랑이 은퇴를 발표했다. LG의 레전드 중 레전드라 할 수 있는 적토마 이병규가 스스로 선수생활의 마침표를 찍었기 때문이다. 시즌 종료직후 선수생활 지속과 은퇴를 놓고 소속팀과 줄다리기를 이어가던 이병규였다. 40대의 노장이었지만, 선수생활 지속의지도 있었고 충분한 기량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의지가 를 이어가기에는 모든 여건이 좋지 않았다. 



LG는 올 시즌부터 그를 전력외로 분류했다. 젊은 선수들을 중용하는 리빌딩을 정책 기조로 삼은 LG는 40대의 베테랑 외야수의 자리를 신예들로 대신했다. 시즌 초반 팀 성적이 부진하고 팬들의 이병규 1군 복귀 함성이 커지는 상황에도 LG는 그를 1군에 부르지 않았다. 이병규로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음에도 그를 전력에서 배제한 구단의 결정에 굴욕감을 가질 수 있었지만, 2군 경기에 꾸준히 출전하며 때를 기다렸다. 퓨처스리그 성적도 타율 4할에 이를 정도로 출중했다. 그는 결코 퓨처스리그 레벨의 선수가 아니었다. 



그의 바람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후반기 반등에 성공한 LG는 하위권에서 정규리그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반전을 이루어졌다. LG의 뚝심이 이루어낸 성과였다. LG는 정규리그 4위를 확정하고 나서야 베테랑을 1군에 불러올렸다. 시즌 최종전 이병규는 대타로 나섰고 두산 에이스 니퍼트로부터 안타를 때려내며 그의 기량이 녹슬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LG 팬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뜨겁게 그를 응원했다. 그 역시 그 응원에 손을 흔들며 답했다. LG 팬들에게는 가슴 벅찬 순간이었다. 








LG 팬들 사이에서는 LG가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이병규를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LG는 포스트시즌에서도 팀 운영 기조를 바꾸지 않았다. LG가 와일드카드전, 준PO를 거치는 과정에 이병규는 없었다. 결국, 정규리그 최종전 한 타석은 그의 현역 선수로서 마지막 타석이 됐다. 



이병규는 통산 1,741경기 출전에 타율 0.311, 안타 2,043개, 161홈런 972타점의 기록을 남겼다. 명예의 전당이 생긴다면 당장 입회할 수 있는 레전드급 성적이었다. 90년대과 2000년대를 함께 관통한 이병규는 LG에서만 17시즌을 보냈다. 이 기간 그와 함께 했던 수 많은 레전드급 선수들이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선수생활을 접었다. 이병규는 달랐다. 일본리그에서 활약한 기간을 제외하더라고 40대의 나이에도 정상급 기량을 과시했던 몇 안되는 선수가 이병규였다. 



이병규는 장타자는 아니었지만, 어떤 코스 어떤 구질도 때려낼 수 있는 극강의 컨텍 능력 등 그의 천부적인 야구센스는 그를 최고의 교타자 중 한 명으로 만들었다. 간혹 그의 느슨해보이는 플레이가 비난의 소재가 되기도 했고 팀과의 불화설이 그를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기도 했지만, 야구 실력에 있어서만큼은 이병규는 최고였다. 그는 실력으로 그에 대한 비난을 잠재웠다. 



하지만 내부 육성이 새로운 프로야구의 흐름이 되면서 베테랑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을 그도 거스를 수 없었다. 그가 없이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낸 LG였기에 이병규가 내년 시즌 팀과 함께하기는 더 어려웠다. 이병규로서는 인고의 시간을 2군에서 보냈던 올 시즌의 기억을 지워내고 그가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강할 수밖에 없었다. 타 팀에서라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는 팀을 떠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었다. 



고뇌의 시간이 흘렀다. 선택의 순간, 이병규는 LG의 이병규로 남기로 결정했다. 분명 아쉬움이 남는 은퇴다. 아직 충분히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베테랑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현역 생활을 접어야 하기 때문이다. LG 팬들 역시 이병규가 이렇게 떠밀리듯 선수생활을 끝내야 하는 것에 착잡함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선수 생활 연장 의지를 접을 정도로 이병규는 LG를 사랑한 선수였다. 그는 LG를 떠날 수 없었다. 이렇게 그의 길었던 그리고 화려했던 선수생활은 막을 내렸다. 이제 그의 은퇴 선언에 LG가 답해야 할 때다. LG로서는 명예로운 은퇴식 외에 그에 대한 최대한의 예우가 필수적이다. 이는 레전드뿐만 아니라 그를 오랜 기간 아끼고 성원했던 팬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프로야구의 한 시대를 대표했던 선수가 떠난다는 것이 왠지 모를 슬픔으로 다가오는 건 피할 수 없다. 



사진 : LG 트윈스 홈페이지, 글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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