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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LG가 FA 시장에서 의도된 것은 아니었지만, 선수를 맞교환했다. 삼성은 LG 선발투수 우규민을 영입했고 LG는 삼성 선발 투수 차우찬을 영입했기 때문이다. 각각 지명할 수 있는 보상 선수까지 고려하면 2대2 트레이드가 성사된 셈이다. 당연히 이런 변화에 대한 손익을 따지는 이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일단 상대적으로 젊고 좌완에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차우찬을 영입한 LG의 전력 상승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 대부분 여론이다. FA 계약금액에서도 차우찬은 4년간 95억이었고 우규민은 4년간 65억원이었다. FA 시장이 열리기 전 차우찬은 FA 투수 빅3에 포함되었고 우규민은 그렇지 않았다. 삼성이 차우찬의 높은 계약금액에 부담을 느껴 우규민을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설도 있었다. 삼성이 차우찬에게도 상당한 금액의 계약안을 제시한 것이 알려지면서 그 예상은 다소 빗나갔지만, 선수에 대한 가치 평가에 있어 차우찬이 우위에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LG는 프랜차이즈 선수로 10년 넘게 함께 한 우규민과의 FA 계약에 미온적이었다. FA 시장에 열린 이후 차우찬과 LG의 교감설이 나오기도 했다. LG는 차우찬이 전력 상승을 위한 더 나은 선택으로 여겼다. 우규민에는 냉정한 평가를 했지만, 차우찬에게는 상당한 베팅을 했고 그를 영입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우규민은 타 팀 이적을 모색해야 했고 그에 적극적인 제안을 한 삼성생을 선택했다. 우규민으로서는 10년 넘은 세월을 함께 한 LG를 떠난다는 것이 분명 힘든 일이었지만, 자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팀에서 제2의 야구 인생을 열게 됐다.





(LG에서 삼성으로 팀을 옮긴 우규민)





이러한 변화는 올 시즌 우규민의 부진에 큰 영향을 주었다. 2004시즌 LG에 입단해 프로선수 생활를 시작한 우규민은 언더핸든 투수로 까다로운 구질을 가진 투수로 주로 불펜에서 활약했다. 2007시즌에는 30세이브를 기록하며 LG의 마무리 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이후 2008, 2009시즌 연속 부진으로 마무리 투수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후 병역의무 이행을 위해 경찰청에서 보낸 2시간이 그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 우규민은 경찰청에서 선발투수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실제 성적도 준수했다. 2012시즌 LG로 돌아와 적응기를 보낸 우규민은 2013시즌부터 2015시즌까지 세 시즌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하며 선발투수로 변신에 성공했다. 언더핸드 선발 투수의 성공 가능성이 갈수록 떨어지는 현실에서 우규민은 안정된 제구로 어려움을 극복했다. 



2013시즌 147.1이닝 투구에 볼넷 31개, 2014시즌 153.2 이닝에 볼넷 34개, 2015시즌에는 152.2이닝에 볼넷 17개로 놀라운 제구 능력을 보였다. 낮게 깔리는 그의 투구는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무수히 많은 땅볼을 유도했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안정감은 선발 우규민의 가치를 크게 높였다. 그리고 FA 계약을 앞둔 올 시즌에도 그 활약이 이어진다면 그의 가치는 크게 치솟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 우규민은 앞선 3시즌에 크게 못 미치는 투구를 했다. 계속되는 부상에 발목 잡히며 구위가 떨어지고 제구의 정교함도 이전만 못하면서 고전했다. 시즌 중에는 부진을 상당 기간 2군에 머물기도 했다. 시즌 후반기 그리고 포스트시즌에서는 선발보다 불펜 투수로 활약하는 일이 많았다. 결국, 우규민은 6승 11패, 방어율 4.91을 기록했다. 투구 이닝도 132이닝으로 이전 세 시즌보다 크게 줄었다. 



FA를 앞두고 성적저하에 부상까지 겹친 우규민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상대적으로 차가울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선발투수가 귀한 우리 프로야구 현실에서 최근 수년간 그의 누적된 데이타는 관심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했다. 그가 건강한 몸 상태로 시즌을 보낸다면 두 자릿 수 승수가 가능한 선발 투수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 부진이 아쉽긴 했지만, 선발 투수 보강이 필요한 팀에서 우규민은 고려할만한 FA 투수였다. 우규민을 잘 알고 있는 원 소속팀 LG역시 우규민 잔류를 원했지만, LG는 한 편으로는 더 나은 대안을 모색했다. 마침 LG는 내년 시즌 그와 비슷한 유형의 선발 투수 자원이 신정락이 군 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할 예정이었다. 이런 배경으로 우규민의 기대치를 LG가 충족시키기 어려웠다. 



지지부진한 협상 과정에 삼성이 우규민에 상당한 제안을 했고 우규민은 대구행을 결정했다. 삼성으로서는 차우찬이 빠진 선발진을 메워야 했고 땅볼 유도 능력이 출중한 우규민이 타자들에 유리한 홈 구장에 더 적합하다는 판단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에이스급 투수였던 차우찬을 떠나보내고 영입한 우규민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는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우규민은 올 시즌 부진한 것을 제외하고 최근 4시즌 성적에서 LG로 떠난 차우찬과 비교해 크게 떨어지는 성적이 아니었다. 아직 30대 초반으로 기량이 내림세에 있다고 할 수도 없다.  



결국, 우규민으로서는 이러한 평가를 뒤집을 반전이 필요하다.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부상을 떨쳐내야 하고 새로운 팀에서의 빠른 적응은 필수적이다. 경험이 많은 투수라는 점은 긍정적이다. 여기에 자신의 가치를 평가해준 팀에서의 시즌은 그에게 동기부여 요소가 될 수 있다. 우규민이 그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지워내고 차우찬의 대안이라는 평가까지 뒤집으며 새로운 팀 삼성에서 선발투수로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사진 : LG 트윈스 홈페이지, 글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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