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독주, NC의 추격 구도였던 프로야구 선두권 판도에 큰 변수가 등장했다. 후반기 18경기에서 단 2패만을 기록한 두산이 상승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LG와의 3연전을 모도 승리하며 최근 7연승을 질주하고 있다. 두산은 3위에 머물러 있지만, 4위 LG를 5경기 차로 멀찍이 따돌렸고 2위 NC와는 1.5경기 차로 그 차이를 크게 줄였다.
최근 두산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2위 자리를 충분히 노릴 수 있는 상황이다. 아직 KIA와의 승차는 7경기 차로 크지만, KIA로서는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KIA와 NC 모두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산이 지난 시즌과 같은 강팀의 모습을 되찾는다는 건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후반기 제 모습을 되찾은 두산이지만, 전반기 두산은 지난 시즌 압도적 우승 팀의 힘을 보이지 못했다.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인 외국인 투구 보우덴이 부상으로 장기간 전력에서 빠졌고 에이스 니퍼트를 비롯해 장원준, 유희관 등 일명 판타스틱 4 선발 투수들이 지난해보다 못한 투구 내용을 보였다. 젊은 투수들이 성장세를 보였지만, 기복이 심한 약점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불펜진은 돌아온 베테랑 투수 김승회, 김성배 등이 분전했지만, 여전히 팀의 약점이었다. 타선은 여전히 강력했지만,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면서 완벽한 엔트리를 구성하지 못하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두산은 올 시즌에도 여전히 우승 후보 1순위였지만, 모든 전력을 가동하지 못하면서 순위 경쟁에서 밀리며 중위권 경쟁을 하는 처지가 됐다. 물론, 두산이 이대로 중위권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두산이 제대로 된 전력을 구축한다면 그 힘이 상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즌 도중 터진 심판과 구단 임원과의 금전 거래 사건은 두산에 치명타를 안기는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구단은 급히 구단 사장을 교체하고 구단 차원의 사과를 해야 했다.
이후 사건은 잠잠해졌지만, 두산은 도덕적으로 치명타를 입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이 사건은 팀 전체를 침체기에 빠뜨릴 수 있는 일이었다. 큰 위기였지만, 두산은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마침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이 되면서 팀 분위기를 추스를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건 두산에는 큰 행운이었다.
잠깐의 휴식기를 거치고 시작된 후반기, 두산은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아니 본래 강팀으로 돌아왔다. 강력한 선발진이 정상 가동되면서 팀 전체가 강해졌다. 부상에서 돌아온 외국인 투수 보우덴이 건강한 모습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두산은 팀의 강점이 선발진이 더 단단해졌다. 제5선발 자리 역시 함덕주가 잘 메웠고 무엇보다 불안했던 불펜진이 후반기 안정감을 보인 것이 큰 힘이 됐다.
이에 더해 다소 느슨했던 야수진의 경쟁 구도가 다시 정립되면서 팀 전체가 활력을 되찾았다. 우선, 양의지에 절대 의존했던 포수진은 그의 부상 공백을 백업 포수 박세혁이 잘 메웠다. 박세혁은 부담이 큰 상황임에도 공수에서 큰 활약을 했다. 박세혁이 역할 비중을 높이면서 양의지는 체력 안배를 더 확실히 할 수 있게 됐다.
내야진은 최주환, 류지혁, 서예일 등이 급성장하면서 기존의 오재원, 허경민, 오재일, 김재호에게 큰 자극제가 최주환은 타격 능력은 출중했지만, 상시 출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제는 2루와 3루를 번갈아 맡으며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류지혁, 서예일도 주전으로 손색이 없는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성장에 타격에서 부진했던 오재일, 오재원도 덩달아 타격 상승세를 보이면서 두산 내야진은 공. 수에서 더 강해졌다.
외야진은 팀의 4번 타자로 확고히 자리한 김재환이 지난 시즌보다 한층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며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고 후반기 고감도 타격감을 보이고 있는 박건우의 활약도 눈부시다. 부상에도 돌아온 민병헌은 여전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고 만연 백업에서 올 시즌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는 등 그 존재감을 높은 정진호가 백업 이상의 역할을 하며 외야진의 선수층을 두껍게 하고 있다. 이 외에도 국해성, 김인태 역시 충분히 주전을 대신할 기량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풍부한 선수 자원을 바탕으로 두산은 주전들의 부상 공백기를 잘 넘겼고 이제는 팀이 치고 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되고 있다. 여기에 팀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SK, 한화, kt와 후반기 시작과 함께 대결했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들과의 9경기에서 8승 1패로 상승세가 시작된 두산은 1위 KIA와의 3연전에서 포스트시즌을 방불케하는 접전 끝에 1승 1무 1패를 기록하며 상승 분위기를 유지했다. 두산은 이 분위기를 이거 8월 첫 6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이제는 3강 구도를 형성하는 위치에 이르렀다.
여전한 상승세와 함께 2연전 체재가 이어진다는 점도 두산에게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안정된 선발진과 두꺼운 선수층은 잦은 이동으로 피로감이 더 쌓일 수 있는 앞으로 일정에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두산으로서는 지금의 가파든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두산이 지금의 분위기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현재 차이라면 1위 탈환까지는 어려움이 크다. 하지만 중요한 건 후반기 두산은 지난 시즌 우승 팀의 모습 그 자체라는 점이다.
사진 : 두산베어스 홈페이지,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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