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LG와의 3연전 전패로 순위 경쟁에서 멀어졌던 롯데가 주말 3연전을 통해 절망 끝에서 희망을 되살리고 있다. 롯데는 8월 4일과 5일 5위 넥센과의 주말 3연전 2경기를 승리하며 위닝 시리즈를 확정했다. 두 경기 모두 극적이었다. 롯데는 8월 4일 경기에서 초반 선발 투수 린드블럼의 난조와 대량 실점으로 패색이 짙던 경기를 불꽃 타격으로 뒤집었고 8월 5일 경기는 연장 10회 초 실점을 허용하고 이어진 연장 10회 말 이를 뒤집고 끝내기 승리를 했다. 아직 일요일 경기가 남았고 5위와의 승차가 4경기 차로 상당하지만, 침체된 팀 분위기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높인 롯데다.
주말 3연전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롯데의 팀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주중 3연전 전패를 하면서 그 내용이 모두 아쉬웠기 때문이었다. 투. 타는 계속 엇박자가 났고 연장전에서 2득점하며 승기를 잡고도 이를 역전당하면서 팀 전체가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마무리 손승락은 손가락 부상으로 팀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큰 부상은 아니지만, 올 시즌 든든한 마무리 투수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손승락의 건강 이상은 롯데에게는 큰 악재가 될 수 있었다.
이렇게 주중 3연전을 모두 내준 롯데는 7월 한 달간 상승세를 꺾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순위 경쟁을 지속하기 어렵다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는 연승이 절실했지만, 연패에서 다시 연승 분위기를 만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롯데와 대결하는 넥센은 꾸준히 중위권을 유지하는 중이었다. 불펜진의 핵심 김세현을 트레이드로 떠나보내는 등 주력 선수들의 유망주들과 과감히 트레이드하는 등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면서 성적까지 유지하는 넥센이었다. 최근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롯데로서는 꼭 넘어야 할 상대였지만, 버거운 상대이기도 했다.
8월 4일 경기에서 1회 초 5실점 할 때까지만 해도 롯데가 침체 분위기를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였다. 마침 선발 투수가 전 에이스이자 후반기 비장의 카드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 린드블럼이었다는 점에서 팀에 주는 충격은 상당했다. 린드블럼은 준비기간을 거쳐 정상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시작하는 첫 경기였고 기대가 컸지만, 초반 넥센 타선에 난타당했다. 이제 어렵구나 하는 생각이 들 즈음 롯데 타선이 힘을 냈다.
롯데는 3회 말 4득점으로 점수 차를 좁혔고 4회 초 2실점 후 4회 말 6득점으로 경기를 뒤집는 무서운 집중력을 보였다. 넥센은 조기에 불펜을 가동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후 롯데는 불펜진이 넥센의 반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내며 10 : 8로 승리했다. 부상 우려로 등판이 조심스러울 수 있었던 마무리 손승락은 1.1이닝 무실점 세이브로 팀의 연패를 끊는 승리를 지켰다.
롯데는 이 기세를 다음 경기에서 이어가야 했다. 마침 선발 투수는 후반기 가장 믿을 수 있는 선발 투수 레일리였다. 하지만 레일리는 7월 이후 좀처럼 허용하지 않았던 홈런으로 1회 초 1실점 하는 등 초반이 불안했다. 실점 위기도 계속 이어졌다. 전날 불타올랐던 팀 타선은 넥센의 실질적 에이스라 할 수 있는 브리검에게 득점 기회를 매 이닝 잡으면서 확실한 공격력을 보이지 못했다. 만약 레일리가 무너진다면 경기 자체가 어려울 수 있었다.
하지만 레일리는 초반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긴 이후 호투를 이어갔다. 레일리는 7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완성하는 괴력을 발휘하며 자신의 역할을 다 해냈다. 그 사이 타선에서는 2군에서 돌아온 이후 타격감을 끌어올린 최준석이 2 : 1에서 3 : 1로 앞서는 홈런포를 때려내며 레일의 호투를 지원했다.
롯데의 승리가 눈앞에 보이는 순간 사건이 발생했다. 8회 초 롯데는 한계 투구 수에 이르른 선발 투수 레일리에 이어 이정민으로 마운드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정민은 넥센 외국인 타자 초이스에 2점 홈런을 허용했고 경기는 순간 3 : 3 동점이 됐다. 롯데는 에이스 레일리를 상대로 2안타를 때려내는 등 타격감을 끌어올린 초이스를 경계할 필요가 있었지만, 그의 타석 앞에 주자를 내보냈고 그와의 승부를 실패했다.
롯데 선발 레일리의 두 경기 연속 7이닝 이상 투구에도 승리를 기록하지 못하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승부도 정규이닝에서 승패를 가리지 못하고 연장전으로 접어들었다. 뒤지는 경기를 동점을 만든 넥센이 경기 흐름을 주도했다 연장 10회 초, 롯데는 불펜 투수 배장호는 넥센 김민성에 결정적인 홈런을 허용하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넥센 마운드를 마무리 한현희가 지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순간 롯데에는 패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기는 그대로 끝나지 않았다. 롯데는 1사 후 손아섭이 넥센 마무리 한현희로부터 극적인 동점 홈런을 때려내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홈런을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롯데는 2사 후 이대호의 2루타로 2사 2루의 득점 기회를 잡았다. 여기서 넥센은 타석에 선 강민호와의 정면 승부를 택했다. 보통이라면 장타력이 있는 강민호를 고의 4구로 내보내고 상대적으로 타격이 약한 후속 타자 번즈와의 승부를 하는 것이었지만, 넥센은 그렇지 않았다. 넥센의 선택에 강민호는 우중간 적시 안타로 화답했다. 그것으로 경기는 끝이었다.
롯데는 극적인 승리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차이는 있지만, 중위권 추격의 희망도 되살렸다. 부진으로 2군행을 경험했던 최준석이 심기일전한 모습을 보이며 타선이 힘을 실어주고 있고 타자들이 집중력이 한층 높아졌다. 마운드는 주중 LG 전에서 불안감을 노출하기도 했지만, 불펜진이 역투가 돋보이고 있다. 롯데로서는 무엇보다 위기의 순간 팀 전체가 하나가 된 모습이 긍정적이었다. 롯데 팬들 역시 어렵겠다는 마음을 다시 접고 응원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롯데가 이 분위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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