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6일 롯데와 한화의 정규리그 최종전은 각각 홈런 2개가 포함된 롯데 14개, 한화 10개의 안타를 주고받는 난타전이었다. 경기는 6회 말 결정적인 3점 홈런 2방으로 경기를 뒤집은 롯데의 11 : 8 승리였다. 롯데는 4위 NC와의 승차를 1경기 차로 늘렸다. 롯데는 잔여 경기 2경기를 모두 승리하면 자력으로 3위를 확정할 수 있게 됐다. 1승 1패만 하더라고 NC는 남은 4경기를 모두 승리해야 순위 변동이 가능해졌다. 그만큼 롯데의 3위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기는 3위 수성을 위해 온 힘을 다해야 롯데와 9월 향상된 경기력으로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한화의 대결답게 팽팽했다. 롯데는 정규리그 3위를 위해 1승이 절실했고 한화는 이에 맞서 한 치의 물러섬이 없었다. 선발 투수 매치업은 롯데의 우세였다. 롯데는 토종 에이스 박세웅이 충분한 휴식으로 힘을 비축한 상태로 마운드에 올랐다. 한화는 신예 김민우를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박세웅은 올 시즌 리그를 대표하는 우완 선발 투수로 성장했고 김민우는 한화의 기대주였지만, 부상으로 상당 기간 공백기를 거치고 시즌 후반 1군에 오른 투수였다.
선발 투수의 무게감은 롯데가 앞섰다. 다만 박세웅이 한화전에 유독 승운이 없었다는 점이 변수였다. 하지만 10일 이상 휴식으로 체력을 회복한 박세웅이라면 이런 징크스를 깰 수 있을 것 같았다. 박세웅은 1회 초 1사 만루의 위기를 1실점으로 막아내며 초반 고비를 잘 넘는 듯 보였다. 타선은 1회 말 곧바로 동점을 만들었고 2회 말 4득점으로 박세웅을 지원했다. 4득점 과정에서 한화의 실책이 겹치면서 롯데는 뜻대로 풀리는 모습이었다.
초반 롯데의 5 : 1 리드는 롯데의 승리를 예상하기에 충분했지만, 박세웅은 이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3회 초 박세웅은 한화 김태균에서 적시 안타, 김회성에 2점 홈런을 허용하며 3실점했다. 승부구가 가운데 몰리면서 통타 당했다. 롯데의 여유 있는 리드를 사라졌다. 박세웅은 4회 초에도 안정감을 찾지 못했다. 박세웅은 2명의 주자를 남겨두고 마운드를 물러나야 했다. 승리가 필요한 롯데는 박세웅의 회복을 기다릴 수 없었다. 롯데는 선발 투수 중 한 명인 베테랑 송승준으로 마운드를 이어갔다. 선발 투수 1+1 전략이었다. 이는 승리를 위한 강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하지만 송승준은 기대와 달리 박세웅이 남겨둔 2명의 득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박세웅의 실점은 6점으로 늘었다. 박세웅은 3.1이닝 6피안타 3사사구 2탈삼진 6실점의 기록을 남겼다. 결국, 박세웅은 한화전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문제는 송승준도 좋은 컨디션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송승준은 5회 초 추가 1실점하면서 롯데의 계산을 어긋나게 했다. 결과적으로 선발 투수 2명을 모두 마운드에 올리는 전략을 실패였다.
마운드가 고전하는 사이 롯데 팀 타선은 초반 5득점 이후 주춤했다. 결정적 주루 실수로 공격 흐름이 끊어지기도 했다. 특히, 한화 두 번째 투수 서균의 변칙 투구에 고전하며 초반 타격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투. 타에서 롯데가 주춤하면서 한화는 7 : 5 리드를 잡았다. 롯데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경기 흐름이 다시 바뀐 건 6회 말 롯데 공격에서였다. 6회 말 선두 타자 황진수의 안타로 기회를 잡은 롯데는 후속 타자의 잇따른 범타로 기회를 잃는 듯 보였지만, 2사후 무서운 집중력을 보였다. 2사 1루에서 3번 타자 최준석이 긴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한 롯데는 4번 타자 이대호의 3범 홈런으로 순식간에 경기를 뒤집었다. 이대호는 그의 몸 쪽 승부를 대비하고 있었고 좌측 담장 너머로 그 공을 넘겼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롯데는 이후 강민호의 2루타와 대타 박헌도의 볼넷으로 다시 2사 1, 2루 기회를 잡았고 7번 타자 번즈의 3점 홈런으로 빅이닝을 만들었다. 번즈는 계속 파울을 때려내면서 타격 기회를 만들었고 이대호가 넘겼던 장소와 거의 같은 곳으로 타구를 날려보냈다.
한화는 6회 말에만 4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지만, 한 번 불붙은 롯데 타선을 막아내지 못했다. 이후 한화는 롯데 불펜진이 막혀 반격하지 못했다. 9회 초 최진행이 롯데 마무리 손승락으로부터 솔로 홈런을 때려냈지만, 더 이상의 추격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중반 이후 불펜의 힘 차이가 경기 결과를 좌우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 3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박진형의 활약이 돋보였다. 6회 초 마운드에 오른 박진형은 주무기 포크볼을 적절히 활용하며 한화 송광민, 김태균, 이성열까지 중심 타자들을 모두 삼진으로 잡아냈다. 이전 박세웅, 송승준의 부진과 대조되는 투구였다. 이 호투는 결과적으로 6회 말 반격의 바탕이 됐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박진형은 2타자를 삼진 처리하고 조정훈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박진형은 1.2이닝 무안타 무실점, 5탈진 투구로 승리 투수가 됐다.
롯데는 이후 조정훈, 손승락까지 필승 불펜 3명이 경기 후반 안정된 투구로 팀 승리를 지켰다. 그 시작은 박진형의 5탈삼진 호투였다. 팀 승리의 스포트라이트는 역전 3점 홈런을 때려낸 이대호와 뒤이어 3점 홈런을 때려낸 번즈에게 쏠렸지만, 롯데 필승 불펜진의 호투가 있어 가능한 역전승이었다. 그 점에서 마운드를 안정시킨 박진형의 호투는 가치가 컸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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