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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시즌 삼성은 팀의 정신적 지주였던 이승엽의 은퇴를 지켜봐야 했다. 이승엽은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한 장타력과 정교함을 함께 보여줬지만, 미련 없이 선수 생활을 접었다. 하지만 이승엽은 팀의 최정상에서 하위권으로 추락하는 팀을 바라보며 현역 선수로서의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삼성은 성대한 은퇴식으로 그를 배웅했지만, 과거 정규리그 5연 연속 우승이라는 기억을 뒤로하고 레전드를 떠나보내야 했다. 

이승엽이 떠난 삼성에서 그의 자리를 이을 수 있는 또 다른 레전드는 박한이다. 박한이는 2001시즌 삼성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후 줄 곳 삼성에서만 선수 생활을 했다. 박한이는 아마 시절부터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하며 프로의 주목을 받았고 삼성 입단 당시 높은 계약금을 받으며 일약 주전으로 도약했었다. 박한이는 이후 화려하지 않지만, 꾸준한 성적으로 삼성 외야의 한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그 사이 박한이는 두 번의 FA 계약을 했고 그때마다 타 팀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삼성과 일찌감치 계약하는 충성심을 보였다. 그의 계약은 폭등하는 FA 시장의 시세와 달리 저렴한(?) 수준이었다. 그 때문에 박한이에 대해 사람들은 착한 FA 선수라는 말을 자주 언급하기도 했다. 그만큼 박한이는 삼성이라는 팀에 애착이 강했고 지금도 그 마음에 변함이 없다. 


하지만 박한이의 현재 팀 내 입지는 불안하다. 2016 시즌까지 박한이는 2001시즌부터 무려 16시즌 동안 100안티 이상을 때려내는 꾸준함을 유지했고 2014시즌부터 3시즌 동안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는 등 베테랑의 힘을 보여줬지만, 2017 시즌은 달랐다. 부상 재활이 생각보다 길었고 그 사이 삼성은 삼성은 젊은 선수들에게 우선 기회를 제공했다. 박한이가 부상에도 돌아온 이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 결과 박한이의 출전 경기 수와 타수는 급격히 줄었다. 성적 지표도 급격히 내림세로 돌아섰다. 

2017 시즌 박한이는 68경기 출전이 그쳤다. 타수는 118타수에 불과했고 31안타에 타율은 0.268에 머물렀다. 박한이가 큰 애착을 가지고 있었던 시즌 100안타 돌파도 좌절됐다. 30대 후반에 이른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그 역시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기 힘들어 보였던 2017 시즌이었다. 하지만 박한이의 내림세는 팀의 전략적인 전력 배제에도 그 원인이 있었다. 최근 우리 프로야구의 큰 흐름인 선수 육성 강화 기조 속에 베테랑들의 수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박한이는 인위적인 세대교체의 대상이 됐다. 

이러 상황에서 박한이의 2018 시즌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하지만 현재 삼성 외야진에서 박한이를 능가하는 선수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삼성 외야진은 팀의 간판선수로 발돋움한 구자욱과 도루왕 박해민이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김헌곤, 배영섭에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이성곤에 베테랑 박한이가 경쟁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30대 후반의 박한이보다 젊은 선수들에게 보다 더 기회를 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김헌곤이나 배영섭, 이성곤 모두 박한이를 기량에서 능가한다 할 수 없고 유망주라 하기에도 애매한 연차들이다. 팀의 세대교체라는 명분에도 부합하지 않다. 신예들에게 기회를 줄 수도 있지만, 1군에서 붙박이로 활용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결국, 삼성의 외야 한자리는 그때그때 선수들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박한이 역시 이 경쟁구도 속에서 한정된 기회에 경쟁력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박한이는 이승엽이 은퇴하면서 생긴 지명타자로서의 활약도 박한이에게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갈수록 떨어지는 파워는 박한이가 지명타자로서 주전으로 활약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일단 박한이는 2018 시즌 외야와 지명타자로서 다방면에서 경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 역시 선수 육성을 함께 추진한다는 점에서 과연 박한이가 제대로 된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는 다수 미지수다. 

여기에 고려할 점은 박한이가 여전히 삼성 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점이다. 2017 시즌은 부상 후유증의 영향이 있었고 후반기 고타율을 유지하면서 여전한 타격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체력 부담이 있지만, 수비 능력도 결코 뒤지지 않는 박한이다. 무엇보다 삼성이라는 팀에 애정이 강하고 삼성의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전성기 멤버라는 상징성도 있다. 이승엽이라는 레전드가 팀을 떠난 이후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박한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홀대를 받기에는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박한이가 삼성에서 그가 그동안 이뤄놓은 성과물이 많다. 최소한 박한이가 공정한 경쟁의 기회만큼은 보장받을 자격이 있다. 

박한이는 2018 시즌 후 다시 FA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가 그의 나이 등을 고려하면 FA 계약을 다시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어쩌면 2018 시즌이 그의 마지막 현역 선수로서 마지막 시즌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대로 끝내기에는 아쉬움이 큰 선수이기도 하다. 박한이가 이대로 은퇴의 길을 가게 될지 극적인 반전을 이룰 수 있을지 이제 몇 남지 않은 삼성 왕조의 기억을 간직한 베테랑의 새 시즌이 궁금해진다. 

사진 : 삼성 라이온즈 홈페이지,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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