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스토브리그에서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프로야구 한화의 행보가 2018 시즌을 앞두고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화는 투자 대비 효과를 함께 고려하는 전략으로 FA 시장과 외국인 선수 영입에 나섰고 지출도 크게 줄였다. 일단 한화는 외부 FA 영입이 없었다. 대신 내부 FA 선수들과의 계약에 주력했고 계약은 나름의 기준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외국인 선수 영입 역시 3인의 외국인 선수를 모두 교체하면서 젊고 유망한 선수들과 계약했다. 타 구단과 비교해 외국인 선수 영입에 지출된 비용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한화는 지난 시즌 영입된 박종훈 단장을 중심으로 팀 운영 방향을 육성을 중심으로 한 기조로 변경했고 팬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영입했던 김성근 감독과도 시즌 중 결별했다. 그 과정에서 다수의 베테랑들이 팀을 떠났고 비대해진 선수단 규모도 축소했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도 효율성을 크게 중요시하고 있다. 신임 한용덕 감독 역시 이러한 팀 운영 방침에 따라 2018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한화의 이런 변화 속에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중심 선수 정근우의 FA 계약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정근우는 4년간 한화에서의 활약을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다. 앞으로 활약도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한화는 이제 30대 후반의 나이로 접어드는 정근우의 기량이 내림세로 접어들었고 지난 시즌 잦은 부상으로 이전보다 활약도가 떨어진 점을 고려 정근우가 원하는 계약 조건을 제시하고 않고 있다. 한화는 2년 계약 방침에 변화가 없어 보이고 정근우는 계약 기간에 이견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정근우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점이다. 정근우의 나이와 최근 베테랑 선수 영입에 대부분 구단들이 부담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근우가 타 팀과 FA 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나 정근우의 영입에는 보상 선수 출현이 뒤따른다. 한화는 정근우가 타팀과 계약할 경우 보상 선수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는 한화에서도 정근우가 필요한 전력임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한화는 기존 방침에서 변화를 줄 여지가 없어 보인다. 정근우는 한화의 제안을 받아들을지 말지는 결정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한화와 FA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면 그의 2번째 FA 계약은 선수 생활의 위기로 연결될 수도 있다. 정근우로서는 KIA의 베테랑 김주찬이 KIA와의 2번째 FA 계약 체결이 부러울 수밖에 없다. KIA는 김주찬의 베테랑으로서의 가치와 지난 시즌 우승 기여도를 인정했고 2년에 옵션 1년이 더해진 계약으로 그를 붙잡았다. 김주찬 역시 KIA와의 계약 외에 대안이 없었지만, 만족할만한 계약을 홀가분하게 다음 시즌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정근우의 지난 4년간 한화에서의 활약은 충실했다. 입단 첫 시즌 0.295의 타율과 137개의 안타, 32개의 도루로 순조롭게 첫 시즌을 마무리한 정근우는 이후 내리 3시즌 연속 3할이 넘는 타율과 4할에 가까운 출루율을 기록했고 두자릿 수 이상의 홈런과 함께 한층 높아진 타점 생산력도 함께 선보였다. 도루 숫자가 조금씩 줄었지만, 이는 부상 방지의 측면도 강했다. 대신 타격에서 이를 충분히 메웠다. 웠다2016 시즌에는 18홈런 88타점을 기록하며 중심 타자 못지않은 활약을 하기도 했다. 또한, 정근우는 2루수로서 수비도 견실했다. 항상 수비 불안에 시달리는 한화에서 정근우는 내야의 중심을 잡아주는 선수였다. 사실상 2루수 자리에 정근우를 대신할 자원은 없었다.
문제는 FA를 앞둔 2017 시즌이었다. 2017 시즌 정근우는 0.330의 준수한 타율에 11홈런을 기록했지만, 부상에 시달리며 경기 출전수가 105경기로 크게 줄었다. 20개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던 도루도 6개로 급감했다. 수비에서도 잔 실수가 많아졌다. 정근우 역시 흐르는 세월을 느끼게 하는 시즌이었다. 이는 그에 대한 가치 평가에 있어 상당한 마이너스 요인이 됐다. 한화는 정근우의 앞으로 활약에 대해 확신할 수 없었다. FA 계약이 그동안 활약과 함께 미래가치도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한화는 고려했다. 한화는 장기계약을 보장할 수 없었다.
정근우로서는 여러 가지로 아쉬움 가득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선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자신의 입장을 굽히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2005시즌 프로에 데뷔한 이후 공격과 수비 주루에서 꾸준히 정상급 기량을 유지했던 정근우였다. 국가대표로서도 그의 활약은 최근까지 변함이 없었다. 나이는 크게 문제가 될 것으로 여겨지지 않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분위기다. 자유계약 아닌 자유계약 협상을 하고 있는 정근우로서는 한겨울 한파 그 이상의 냉기를 느낄 수밖에 없는 요즘이다.
사진 : 한화이글스 홈페이지,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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