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스포츠에서 나이가 들수록 운동능력이 떨어지고 기량이 내림세를 보이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 여기에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그 내림세가 가파르게 이루어지면 반전은 더 어려워진다. 야구에서 투수 역시 이런 경향이 강하다. 한 번 떨어진 기량은 회복하지 못하고 그대로 은퇴로 이어지는 일을 자주 보아왔다.
롯데 베테랑 투수 송승준 역시 이런 위기에 있었다. 송승준은 2016 시즌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2016 시즌 송승준은 1승 2패 방어율 8.71을 기록했다. 부상이 겹치면서 등판 경기 수는 10경기에 불과했다. FA 첫 시즌에 이런 결과를 만들어내면서 송승준은 실패한 FA 계약 사례에 이름을 올리는 듯 보였다. 롯데는 30대 후반의 나이로 향하는 송승준에게 거액의 FA 게약을 안겨주었다.
2007시즌 롯데에 입단한 이후 꾸준히 선발 마운드를 지켜주었고 해마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팀 기여도가 높았던 점을 고려한 결정이었지만, 전성기를 지난 베테랑 투수에게 장기 계약을 한 것에 대한 우려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실제 송승준은 FA 계약을 앞둔 시점에 점점 성적 지표가 떨어지고 있었다. 이를 모를 리 없었던 롯데였지만, 롯데는 프랜차이즈 스타라 할 수 있는 송승준을 믿었다. 하지만 2016 시즌 그 믿음은 실패로 귀결됐다.
2017 시즌 송승준은 부상에서 돌아왔지만, 그의 자리는 익숙했던 선발 투수가 아니었다. 롯데는 외국인 선발 투수 2자리 외에 나머지 3자리를 젊은 투수들로 채웠다. 송승준은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했다. 그에게는 롯데 입단 후 첫 경험이었다. 송승준에게는 불만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송승준은 이를 받아들였다. 롯데는 시즌 초반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불펜진에 경험 많은 송승준이 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선발 투수의 자리는 박세웅, 김원중 등이 자리했다.
하지만 롯데 마운드는 시즌 초반 구상과 달리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외국인 투수 쪽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선발 투수난에 시달렸다. 이를 메워줄 대안이 필요했고 송승준은 다시 선발 투수로 돌아왔다. 돌아온 송승준은 2016 시즌의 부진을 잊게 하는 모습이었다. 이닝 소화능력에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송승준은 선발 로테이션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투구 내용도 점점 좋아졌다. 송승준은 예전과 같이 상위 순위 선발 투수는 아니었지만, 제5선발 투수로 손색없는 활약을 했다.
2017 시즌 송승준은 30경기 등판에 11승 5패 방어율 4.21을 기록했다. 투구 이닝은 130.1이닝을 기록하며 몸 상태가 정상적임을 입증했다. 19개의 다소 많은 피홈런이 문제였지만, 각종 성적 지표는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송승준은 롯데 선발 투수진이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있어 중요한 버팀목이 됐다.
송승준이 반전을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직구의 구속이 살아났고 이를 통해 주무기 포크볼의 위력을 되살렸다는 점이었다. 여기에 커브 등 또 다른 변화구를 적극 활용하면서 투구 내용이 더 좋아질 수 있었다. 특히, 잔부상에 시달리던 모습을 완전히 벗어났다는 점이 긍정적이었다. 송승준이 기량을 회복하면서 롯데는 외국인 투수 2명에 박세웅, 김원중, 송승준으로 이어지는 단단한 5인 로테이션 운영이 가능했다. 이는 후반기 롯데가 힘을 낼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2018 시즌 롯데는 더 큰 도약을 기대하고 있고 그 중심에는 마운드가 있다. 손승락을 중심으로 한 차고 넘치는 불펜 자원과 함께 안정된 선발 마운드도 롯데의 큰 장점이다. 기존 에이스 린드블럼이 두산으로 떠났지만, 그 이상의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는 외국인 투수 듀브론트가 가세했고 KBO 리그 경험이 풍부한 레일리가 좌완 원투 펀치를 구성하고 지난 시즌 에이스로 성장한 박세웅에 선발 투수로서 대성 가능성을 보인 김원중, 반전을 이룬 베테랑 송승준까지 롯데 선발진은 여전히 강하다. 여기에 진명호, 이인복 등 예비 선발 자원도 확보하고 있다.
송승준은 2018 시즌에도 베테랑으로서 마운드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박세웅, 김원중이 2년 차 징크스에 시달릴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송승준은 토종 선발 투수진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임무가 있다. 송승준이 2017 시즌만큼의 역할을 한다면 롯데 마운드 운영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물론, 30대 후반의 나이에 따른 기량 하향세를 여전히 상존하는 문제다.
하지만 송승준은 FA 먹튀라는 오명을 씻고 2017 시즌 반전을 이뤄냈다. 힘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투구 패턴에도 적응했고 그의 경험은 마운드에서 중요한 경쟁력이다. 건강만 하다면 여전히 경쟁력을 갖춘 송승준이다. 송승준 개인으로도 반전의 흐름을 놓치지 싶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송승준이 베테랑의 순기능을 2018 시즌에도 발휘할 수 있을지 그의 새로운 시즌이 기대된다.
사진 :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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