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1위를 지키고 있는 두산에 큰 고민거리가 생겼다. 선발 투수진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할 장원준, 유희관 두 좌완 선발 투수들이 모두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투수는 모두 수년간 두산이 우승 전력을 유지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했기에 올 시즌 부진은 예상치 못한 일이기도 했다.
장원준은 올 시즌 9경기 선발 등판에 3승 4패 방어율 9.15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시즌 14승 9패 방어율 3.14를 기록했던 투수라고는 믿을 수 없는 성적표다. 시즌 초반 장원준이 부진했을 때는 시즌 개막이 빨라지면서 페이스가 늦게 올라온 것에서 원인을 찾기도 했지만, 5월 중순을 넘어서는 시점에도 장원준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직구의 구속과 위력이 크게 떨어졌고 이는 그의 주무기 체인지업, 슬라이더의 위력까지 반감시키고 있다. 경기 운영 능력과 제구 등으로 버텨보려 하지만, 변화구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그마저도 쉽지 않다.
장원준은 5월 18일 롯데전에서는 2이닝을 채 버티지 못하고 8실점하며 마운드를 물러나기도 했다. 전날 두산은 롯데를 상대로 완승을 거둔 상황이었다. 선발 마운드만 어느 정도 역할을 한다면 상승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장원준의 초반 대량 실점을 일찌감치 승부의 추를 롯데 쪽으로 기울게 만들었다. 두산 선수들의 초반 대량 실점으로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이었고 경기 중반 이후 주전들을 대거 교체하며 다음 경기를 대비해야 했다.
장원준의 이런 장면은 올 시즌 패하는 경기에서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위기를 맞이해도 실점을 최소화하며 긴 이닝을 소화해주던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 5월 18일 롯데전에서 난타당하는 장원준의 모습을 올 시즌 부진을 그대로 대변하는 장면이었다.
장원준과 함께 좌완 선발투수로서 활약하던 유희관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유희관은 올 시즌 8경기 선발 등판에 1승 3패 방어율 8.17을 기록 중이다. 현재까지 유희관의 모습은 2013시즌부터 매 시즌 10승 이상을 기록하며 꾸준한 활약을 했던 모습과는 큰 거리가 있다.
유희관은 본래 구위로 승부하는 투수가 아니다. 130킬로를 조금 넘기는 직구지만, 날카로운 제구와 변화가 조합, 경기 운영 능력으로 선발 투수로서 버텨온 그였다. 하지만 올 시즌 유희관은 투구 패턴은 전혀 통하지 않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난타당하는 경기가 많았고 회복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급기야 유희관은 5월 4일 선발 등판 이후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기까지 했다. 두산으로서는 그의 명성만으로 더는 선발 기회를 주기 힘들었다.
최근 다시 1군에 복귀했지만, 그의 역할은 선발 투수가 아닌 불펜이었다. 그의 선발 로테이션은 신예 이영하가 채웠다. 유희관으로서는 떨어진 신뢰를 불펜 등판을 통해 회복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5월 18일 경기 유희관은 초반 난타당하며 조기 강판당한 선발 투수 장원준과 두 번째 투구 곽빈에 이어 3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이미 마운드가 10실점한 이후 승부가 기운 상황이었고 두산은 부담이 덜한 상황에서 유희관이 감을 찾을 수 있도록 그를 마운드에 올렸다.
유희관은 솔로 홈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3이닝을 1실점으로 버티며 회복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하는 시험 등판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4피안타를 허용하며 깔끔한 투구는 아니었다. 초반 대량 득점으로 앞서고 있는 롯데 타자들이 집중력이 다소 떨어진 상황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투구로 선발 로테이션 복귀를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두산으로서는 5월 18일 경기에서 좌완 에이스라 할 수 있는 장원준의 부진에 따른 대량 실점과 초반 강판, 또 다른 좌완 선발 투수인 유희관이 패전처리와 같은 역할을 하며 마운드에 올랐다는 사실이 패배 이상으로 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두 투수의 그동안의 활약이나 팀 내 비중을 고려하면 5월 18일 경기 모습은 너무나도 비정상적이었다.
현재 두산은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2위권인 한화, SK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두산은 선발투수 2명의 깊은 부진에도 다승 선두권인 외국인 투구 린드블럼, 후랭코프의 계속되는 호투와 불펜 투수에서 선발 투수로 전환한 이후 안정감을 유지하고 있는 이용찬의 활약으로 근근이 선발진을 돌리고 있다. 최근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온 이영하가 있지만, 아직은 풀타임을 맡기기에는 기복이 심한 단점이 있다.
두산은 서발 투수진의 문제는 좌완 불펜 에이스 함덕주를 중심으로 한 불펜진의 활약으로 메우고 있지만, 함덕주가 최근 등판이 잦아지면서 힘이 떨어지는 모습이고 여타 불펜 투수들도 등판 이닝을 늘어나면서 과부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새롭게 두산 불펜진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박치국, 곽빈, 김정후 등 신인급 선수들이라는 점은 장기 레이스에서 큰 위험요소다. 베테랑 이현승, 김승회는 승부처에서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두산으로서는 두 좌완 선발 듀오의 부진으로 마운드 운영 전체에 큰 어려움이 생긴 셈이다. 두산은 강한 응집력을 유지하고 있는 공격력과 단단한 수비력, 오랜 기간 다져진 두산 특유의 조직력으로 바탕으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마운드 불안이 계속된다면 후반기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장원준, 유희관이 본래 모습을 되찾아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장원준, 유희관이 당장 회복세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지난 수년간 두 선발 투수는 많은 이닝을 책임졌다. 정규리그는 물론이고 포스트시즌까지 투구가 이어졌고 장원준은 국제경기에도 나섰다. 분명 피로가 누적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들에게 이전보다 빨라진 올 시즌 프로야구 개막은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부담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누적된 피로에 빠른 실전으로 이들은 회복 시간이 짧았고 시즌이 꽤 진행되었음에도 페이스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여유가 있다면 두산은 이들에게 휴식을 주고 몸을 다시 추스를 시간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2위권 팀들이 추격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이런 결단을 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부진이 이어진다면 팀 분위기에 오히려 저해요소가 될 수도 있다. 두산으로서는 올 시즌 전체를 놓고 보는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장원준, 유희관은 경험이 풍부하고 스스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할 능력이 있는 투수들이다. 다만, 부진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자신감이 떨어질 수 있다. 지금의 분위기에서 선발 등판을 이어간다는 건 오히려 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장기간 회복의 시간을 주기에는 팀의 부담이 크다. 팀과 두 투수 모두 곤혹스러운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장원준, 유희관이 이대로 부진 속에서 시즌을 보내게 될지 강력한 선발 투수로 돌아올지 두산으로서는 풀기 쉽지 않은 숙제가 주어졌다.
사진 : 두산 베어스 홈페이지,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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