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길었지만, 기분 좋았던 위닝시리즈 행진이 선두 두산에 막혀 끝났다. 롯데는 5월 20일 두산과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투. 타에서 총력전으로 나섰지만, 연장 접전 끝에 6 : 7로 패했다. 롯데는 모처럼 만에 루징 시리즈를 경험했고 승률 5할에 턱걸이하며 4위 KIA에 반경기차 5위를 유지하게 됐다.
두산은 주말 3연전 위닝시리즈를 가져오면서 2위권 팀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4경기 차 1위로 순위 경쟁에서 다소 여유가 생겼다. 두산은 롯데의 에이스에서 두산의 에이스로 변신한 이후 첫 사직 구장 경기에 선발 등판한 린드블럼이 7이닝 5피안타 1사사구 9탈삼진 2실점의 호투로 에이스다운 투구를 했고 공격에서 오재원이 3안타, 4할대 타율을 유지하고 있는 포수 양의지가 2안타로 돋보였다.
특히, 두산은 롯데가 같은 10안타를 때려냈지만, 연장 10회 초 볼넷과 상대의 실책성 수비로 잡은 기회에서 상당한 집중력으로 승부처에서 강한 강팀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두산은 오랜 2군 생활을 마치고 1군에 복귀한 외국인 타자 파레디스가 타격은 물론이고 수비에서도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그에 대한 고민을 깊게 했고 마무리 함덕주가 극심한 난조를 보이며 3실점 하는 등 아쉬움도 함께 했다.
하지만 이런 두산을 상대로 승리하지 못한 롯데의 아쉬움은 몇 배가 컸다. 롯데는 선발 투수 윤성빈이 강타선의 두산을 상대로 5이닝 3피안타 3사사구 8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두산 선발 린드블럼에 크게 밀리지 않는 투수를 하고 초반 득점으로 리드를 잡았지만, 좋은 흐름을 승리로 연결하지 못했다.
롯데는 2 : 1로 앞서던 6회 초 투구 수 100개에 근접한 선발 투수 윤성빈을 내리고 불펜진을 가동했지만, 곧바로 실점하며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롯데는 두산의 좌타자들을 대비해 좌완 이명우를 먼저 마운드에 올렸지만, 이명우는 두산 최주환에게 2루타를 허용했고 1사 3루에서 마운드를 오현택에게 넘겼다. 오현택은 두산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양 의지와의 승부를 이겨내지 못하고 적시 안타를 허용하면서 결과적으로 좌완 스페셜리스트 이명우의 등판은 실패로 끝났다.
2 : 2 동점이 된 승부를 정규이닝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연장전으로 접어들었다. 롯데는 오현택에 이어 진명호, 마무리 손승락까지 9회까지 필승 불펜 투수들을 모두 마운드에 올리는 총력전을 펼쳤고 두산 역시 7회까지 마운드를 지킨 린드블럼에 이어 김강률, 함덕주까지 가장 강한 불펜 투수들로 맞섰다.
같은 동점이었지만, 롯데로서는 승리할 기회가 있었다. 롯데는 8회 말 선두 타자 출루 이후 번트가 병살타로 연결되면서 기회가 무산됐고 9회 말에는 2사 1, 2루 기회에서 대타 이병규 카드가 실패했다. 롯데의 거듭된 득점 실패는 연장 10회 초 큰 위기로 돌아왔다.
10회 초 롯데는 윤길현으로 마운드를 이어갔다. 마무리 손승락이 더 마운드를 지킬 가능성도 있었지만, 롯데는 그를 무리시키지 않았다. 윤길현이 최근 좋은 투구 내용을 보이고 있다는 점고 고려한 마운드 운영이었다. 하지만 윤길현은 긴박한 승부에 대한 부담을 떨치지 못했다. 윤길현은 제구가 흔들렸고 볼넷 2개를 내주고 마운드를 물러났다. 이는 롯데의 10회 초 대 혼란의 시작이었다.
롯데는 배장호로 마운드를 이어갔지만, 두산 허경민의 보내기 번트가 야수 선택과 연결되며서 무사 만루의 위기에 몰렸다. 롯데 3루수 신본기의 과감한 선택이었지만, 두산의 2루 주자가 빠른 선수라는 점을 고려해야 했다. 이후 롯데의 수비는 계속 흔들렸다. 무사 만루에서 두산 최주환의 외야 플라이는 3루 주자가 들어오기 힘든 타구였지만, 롯데 중계 플레이 실수는 실점과 연결될 수 있는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다. 운 좋게 실점을 막았지만, 롯데의 운은 계속 이어지지 않았다.
1사 만루에서 두산 4번 타자 김재환의 우중간 타구는 잘 맞았지만, 롯데 우익수 손아섭이 잡을 수 있는 타구였다. 잡았다면 1실점과 아웃 카운트 하나를 맞바꿀 수 있었지만, 그 타구가 조명 속으로 들어가면서 손아섭을 그 공을 놓치고 말았다. 우익수 플라이는 2타점 2루타가 되었다. 롯데의 실점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두산은 계속된 기회에서 3득점을 추가했고 7 : 2로 앞서나갔다. 연장 승부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는 순간이었다.
롯데는 배장호에 이어 장시환까지 3명이 투수가 10회 초 나섰지만, 누구도 두산의 공격 흐름을 제대로 끊지 못했다. 필승 불펜조를 모두 소진한 롯데는 나머지 불펜 투수들을 믿었지만, 그들은 부담을 떨치지 못해고 수비마저 흔들리며 대량 실점을 허용했다.
비록 10회 초 5실점했지만, 롯데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롯데는 10회 초 선두타자 전준우의 안타에 이어 문규현, 손아섭의 연속 볼넷으로 무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9회 1사부터 마운드에 오른 두산 마무리 함덕주는 넉넉한 리드에 여유가 있었지만, 그 여유가 오히려 그의 투구 밸런스를 무너뜨렸다. 함덕주는 제구가 급격히 흔들렸고 3명의 주자를 남기고 마운드를 박치국에서 넘겨야 했다.
박치국으로서는 예상치 못한 등판이었고 그 역시 부담이 상당했다. 롯데는 무사 만루에서 이대호의 3타점 2루타로 기적을 연출한 가능성을 열었다. 이대호의 타구는 장타성이었지만, 두산 좌익수 김재한이 잡을 수 있는 타구로 보였다. 하지만 김재환은 펜스를 의식하면서 타구를 잡지 못했다. 롯데에는 행운이 섞인 3타점 2루타였다. 롯데는 계속된 무사 2루 기회에서 대타 김문호의 2루타로 1점 차로 두산을 압박했다.
롯데에는 동점 이상이 기대되는 순간이었지만, 롯데는 이어진 나경민, 번즈, 대타 오윤석까지 누구로 2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타격을 하지 못했다. 결국, 두산의 롯데의 막판 추격을 가까스로 막아내며 위닝 시리즈를 지켜냈다. 롯데는 연장 10회 말 대 추격전을 펼치며 끝까지 그들을 응원한 팬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롯데는 10회 말 공격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10회 초 대량 실점 장명이 아쉬운 경기였다. 필승불펜조를 제외한 불펜 투수들이 승부처에서 흔들리는 투구를 하며 앞으로 경기에서 이들의 활용을 고민하게 했고 위기의 순간 수비의 세밀함이 부족했다. 두산은 승부처에서 집중력을 보였고 수비가 흔들리지 않았다. 1위 팀 두산이 왜 그 자리에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 경기이기도 했다. 반대로 롯데는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 무엇이 부족한지를 느끼는 경기였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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