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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설이 난무했던 롯데의 신임 감독은 키움의 허문회 수석코치였다. 두산의 4연승으로 마무리된 한국시리즈 직후 그 사실은 언론을 통해 밝혀졌다. 롯데의 신임 감독 선임이 늦어지면서 한국시리즈 진출 팀인 두산과 키움의 코치진 중 한 명이 롯데 신임 감독일 것이라는 예상이 적중되는 순간이었다. 

롯데의 허문회 감독 선임은 전반적인 팀 개편을 진행 중인 롯데에게는 상징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롯데는 최하위에 머문 정규 시즌 이후 팀 프런트진과 코치진의 대폭적인 변화를 지속하고 있다. 올 시즌 풍부한 경험이 양상문 감독을 영입하면서 그의 관록에 기대했던 롯데는 최악의 경기력과 함께 홈 팬들에게도 외면받는 팀이 됐다. 이 과정에서 롯데는 이대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롯데는 30대 젊은 성민규 단장의 선임으로 팀 체질 개선의 시동을 걸었다. 롯데 출신 코치진도 상당수 팀을 떠났다. 선수단의 정리도 빠르게 이루어졌다. 2군은 신임 서튼 감독을 선임하면서 육성 시스템의 변화가 업그레이드를 시작하고 있다. 호주 겨울리그에 참가하는 질롱 코리아에 10명의 유망주를 파견하는 것도 이전과 달라진 롯데의 모습이다. 





이런 변화의 과정에서도 롯데는 1군 감독 선임은 그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롯데는 애초 외국인 감독을 우선순위에 두었지만, 협상은 원활하지 않았다. 1군 감독 후보군에 있었던 서튼이 2군 감독으로 자리하면서 과거 롯데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로이스터 감독의 복귀 가능성이 높아지는 듯 보였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다. 이후 롯데 신임 감독은 국내 지도자로 그 범위가 확대되었고 외국인 지도자는 선택지에서 사라졌다. 

결국, 롯데는 키움의 수석코치였던 허문회 신임 감독을 최종 선택했다. 허문회 감독은 선수 시절 좌타 거포로 기대를 모았지만, 기대만큼의 활약을 하지 못한 채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후 허문회 감독은 코치로서 경험을 쌓았고 키움의 수석코치로서 지난해와 올해 키움이 상위권으로 자리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허문회 감독의 선임은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롯데의 허문회 감독 선임은 롯데의 팀 운영 방향을 어느 정도 보여준다 할 수 있다. 허문회 감독의 선임은 키움의 선수 육성 시스템을 상당 부분 접목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키움은 최근 수년간 외국인 지도자를 2군 감독으로 임명하고 메이저리그식 선수 육성 시스템으로 선수를 육성했다. 큰 성과도 있었다. 

키움은 넉넉하지 않은 팀 재정 탓에 FA 선수 영입은 물론이고 내부 FA 선수를 붙잡는 것도 힘겨웠다. 하지만 키움은 다수의 유망주를 1군 전력으로 만들어내며 팀의 뎁스를 두껍게 했다. 전략적인 트레이드로 팀의 약점을 메웠고 올 시즌 투. 타에서 전력 강화를 이뤄냈다. 그 결과 키움은 올 시즌 후반기까지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며 정규리그 3위의 성과를 남겼다. 정규리그 1위 두산과의 차이는 2경기 차에 불과했고 승률은 6할을 넘어섰다. 키움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비록, 두산에 4연패 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키움은 저비용 고효율의 팀 운영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동안 많은 선수를 FA로 영입했음에도 그 효과가 크지 않았던 롯데로서는 지금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바꾸고 싶은 마음이 강할 수밖에 없었고 키움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었다. 실제 롯데는 외국인 감독에게 2군 육성의 책임을 맡겼다. 이에 더해 롯데는 키움의 시스템에 정통한 지도자를 1군 감독으로 선임했다. 

롯데는 이를 통해 팀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또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프런트의 역할 비중이 커지는 야구를 할 가능성도 커졌다. 롯데의 성민규 신임 단장은 메이저리그에서 데이터 야구에 대한 경험을 했고 그 시스템에 익숙하다. 이를 위한 롯데의 프런트진 개편도 있었다. 롯데는 이런 팀 운영 방침에 부합하고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인물로 허문회 감독을 선택했다. 허문회 감독 역시 자신의 고향팀인 롯데에서 지도자로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분명 의욕적인 시도지만, 롯데의 초보 감독 선임은 우려도 함께 하고 있다. 롯데는 올 시즌 양상문 감독 이전에 이종운, 조원우 두 초보 감독을 선임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하고 달랐다. 두 감독은 모두 보장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났다. 감독만의 책임은 아니었지만, 두 초보 감독의 재임 기간 경험 부족과 팀 장악력 등 팀 운영에 아쉬움이 있었다. 

허문회 신임 감독 역시 이러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 롯데는 상당수 코치진을 공석으로 남겨두며 허문회 감독과 보조를 맞출 수 있는 코치진 구성을 예고하고 있고 프런트와 감독의 새로운 역할 분담을 위한 준비를 사전에 해놓았다. 이전과 같이 감독만 바꾸면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함에 의존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번에는 뭔가 다르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허문회 감독의 선임이다. 

문제는 허문회 감독 선임으로 본격화되는 롯데의 변화가 단기간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적과 선수 육성 시스템의 성과물이 병행하지 어렵다는 점이다. 기다림의 시간도 필요하고 그 과정이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과연 팬들과 구단 수뇌부가 이런 상황을 계속 지켜볼 수 있는 인내심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허문회 신임 감독의 선임은 롯데의 변화가 일회성이 아님을 보여주는 건 분명해 보인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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