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진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을 되살리기 위해 롯데가 마운드 운영을 변경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롯데는 9월 30일 KT 전에서 선발 투수 스트레일리의 호투와 타선의 집중력으로 8 : 4로 승리했다. 최근 부진으로 5위권에 그 격차가 커진 롯데는 희미하지만 희망을 빛을 지키며 9월을 마무리했다.
이 경기에서 롯데는 통상적인 마운드 운영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6이닝 무실점 투구를 선발 투수 스트레일리에 이어 롯데는 7회 초 수비에서 외국인 투수 프랑코를 마운드에 올렸다. 컨디션 조절을 위한 등판이 아닌 남은 시즌 그를 불펜 투수로 불펜 투수로 활용하기 위한 시험 등판이었다. 프랑코는 1이닝 투구를 하면서 4피안타 1사사구 3실점으로 부진했다. 성공적인 등판은 아니었다. 프랑코의 3실점으로 롯데는 8 : 0의 여유 있는 리드에서 추격을 허용했고 필승 불펜진을 가동해야 했다.
프랑코는 이후 하위 타자들에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위기를 자초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2실점으로 이어진 2루타는 조명탑에 공이 들어가면서 좌익수가 이를 놓치는 불운이 있었지만, 하위 타선을 잘 처리했자면 무난히 넘길 수 있는 이닝이었다. 하지만 프랑코는 부진함 속에서 가능성을 보였다. 프랑코는 전광판에 무려 160킬로가 찍히는 강속구를 선보였다. 그 공으로 프랑코는 KT의 중심 타자 중 한 명인 황재균을 삼진으로 처리했다. 프랑코가 그의 장정인 속구의 위력을 그대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롯데는 그를 영입하면서 구위로 타자들을 압도하는 선발 투수가 되기를 기대했다. 타고난 신체조건에 150킬로를 가볍게 넘기는 투구는 분명 매력적이었다. 이런 기대에도 프랑코는 고질적이 제구 불안과 함께 지난 시즌 코로나 영향으로 미국에서 실전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게다가 프랑코는 선발 투수보다는 불펜 투수로 더 많은 선수 경력을 쌓았다. 그 탓에 롯데는 프랑코를 상대적으로 낮은 금액에 영입할 수 있었다. 롯데는 아직 원석이라 할 수 있느 프랑코를 잘 다듬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 아직 20대인 프랑코의 젊은 나이와 성공에 대한 간절함도 동기 부여 요소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선발 투수 프랑코는 성공을 말하기 어려웠다. 프랑코는 9월까지 9승을 기록하며 나름 승수를 쌓았지만, 방어율이 5.63에 이른다. 그만큼 실점이 많았다. 25번의 선발 등판에서 6이닝 3실점 이하를 기록한 퀄리티스타트는 9번에 불과하다. 선발 투수로서 중요한 이닝 소화능력에 대한 의문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닝 당 출루 허용도 많았고 다소 단조로운 투구 패턴으로 장타 허용률로 높았다. 프랑코는 128이닝을 소화하면서 16개의 홈런을 허용했다. 후반기를 시작하는 시점에 호투를 거듭하며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얼마 안가 전반기 기복이 심한 투구 내용으로 되돌아왔다. 무엇보다 4회를 넘긴 이후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지는 모습이 여전했다.
프랑코는 승리투수가 되는 경기에서도 5이닝을 가까스로 넘기는 일이 많았다. 그 결과 불펜진의 소모가 많아졌다. 롯데는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를 가졌지만,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시점에 결단을 내렸다. 프랑코의 반전을 기대하기보다는 그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프랑코는 앞으로 경기에서 5회와 6회 정도에서 필승 불펜진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선발 투수진이 약한 롯데는 선발 투수들이 상당수가 그 시점에 고비를 맞이하는 일이 많았다.
이에 롯데는 많은 경기에서 불펜진을 다소 일찍 가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은 올 시즌 선발 투수 경험이 있는 나균안과 신예 김도규가 그 역할을 잘 해냈지만, 풀 타임 시즌 경험이 없는 이들은 시즌 후반기 경기 등판이 늘어 가면서 힘이 부치는 모습이 역력했다. 롯데는 그 대안이 필요했다. 선발 투수로 한계를 노출한 프랑코가 그 역할을 맡았다. 롯데는 박세웅, 스트레일리가 원투 펀치로 나서고 프랑코가 불펜으로 전환하면서 생긴 선발 마운드의 빈자리를 이승헌, 서준원, 이인복 등 젊은 선수들이 채우도록 했다. 이들 역시 이닝 소화에 어려움이 있지만, 팀의 미래 자원으로 육성이 필요한 선수들이다. 2군에서 꾸준히 선발 등판하고 있는 베테랑 노경은도 필요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런 선발 마운드 운영은 올 시즌은 물론, 다음 시즌을 대비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롯데는 아직 시즌을 포기하지 않았다. 현재 가지고 있는 마운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외국인 투수의 불펜 기용은 비효율적이고 그동안 성공사례가 많지 않았다. 국내 선수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연봉을 받는 외국인 투수들에게 가능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선발 투수로 활용하는 게 투자 대비 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함이 있기도 하고 외국이 투수의 불펜 기용은 중복 투자의 느낌도 있다. 무엇보다 외국인 투수 대부분이 불펜으로 나서는데 거부감이 있다. 롯데는 이런 어려움에도 프랑코를 설득하고 그의 장점을 더 살릴 수 있는 길을 택했다.
프랑코는 올 시즌 외국인 선수들 중 가장 낮은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 즉, 이닝 대비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덜하다. 그가 불펜 투수로 강력함을 보인다면 그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지금의 성적이라면 프랑코의 내년 시즌 재계약은 부정적이다. 하지만 불펜 투수로 경쟁력을 보인다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최근 불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롯데의 젊은 선발 투수들이 자리를 잡는다면 외국인 불펜 투수로 고려할만하다. 롯데 마운드의 구성상 선발 투수보다 불펜진이 비중이 한층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프랑코의 불펜 전환은 당장의 승부수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선수 구성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롯데는 아직 시즌을 포기하지 않았다. 무엇이든 더 많은 승리를 하기 위해 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5위권에 들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5할 승률로 본다면 롯데는 잔여 경기 24경기에서 16승 8패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4, 5위 팀인 두산과 키움은 롯데보다 5할 승률 유지가 한결 수월하다. 그 이상의 승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16승 8패 이상의 목표도 버겁지만, 상위 팀들의 부진이라는 변수도 필요하다.
그만큼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자력으로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롯데가 순위 상승을 위해 필수적인 폭발적인 연승을 하지 못한다는 점도 가능성을 더 낮게 하는 이유다. 롯데는 후반기 상승세에 있을 때도 3연승 이상을 기록하지 못했다. 2승 1패 페이스로 승수를 쌓아가는 모습이었다. 오죽하면 롯데의 2승 1패는 과학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무게감이 크게 떨어진 선발 마운드의 문제가 크긴 했지만, 상승세를 더 가파르게 할 에너지를 연승을 통해 얻지 못한 롯데였다. 두산이 후반기 수차례 긴 연승으로 7위에서 4위로 치고 올라간 모습은 롯데와 크게 대조적이었다.
롯데는 시즌 막바지 벼랑 끝에 서 있다. 경기를 치를수록 올 시즌보다는 다음 시즌에 대한 대비라는 현실과 마주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롯데는 낮은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 그 가능성을 위해 온 힘을 다할 태세다. 내년 시즌을 위한 준비를 하려 한다면 선발 투수로 활용하지 못하는 외국인 투수를 불펜으로 활용할 필요가 없다. 롯데는 전력을 쥐어짜내며 희망을 끊을 놓지 않고 있다. 불펜 투수 프랑코가 롯데의 희망을 지속하게 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을지 무의미한 시도도 기억될지 그 결과가 궁금하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스포츠 > 2021 프로야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 프로야구] 시즌 막바지 현재 진행형인 KIA, 한화의 탈꼴찌 경쟁 (4) | 2021.10.03 |
---|---|
[2021 프로야구] 선두 KT전 3연승 롯데, 희망 고문의 시작? 반전의 시작? (6) | 2021.10.02 |
[2021 프로야구] 팀타율 1위 롯데 타선의 아쉬움 홈런 파워 (9) | 2021.09.30 |
[2021 프로야구] 멀어진 포스트시즌, 더 먼 미래를 봐야 할 상황에 놓인 롯데 (12) | 2021.09.28 |
[2021 프로야구] 성공하지 못한 FA, 하지만 아쉬움으로 다가오는 롯데 민병헌의 은퇴 (11) | 2021.09.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