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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선발 투수 이의리가 독주하던 2021 시즌 프로야구 신인왕 경쟁에 롯데 불펜 투수 최준용이 점점 그 파동을 크게 일으키고 있다. 후반기 거의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하고 있는 최준용은 10월 들어서도 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0월 3경기에 모두 마운드에 오른 최준용은 무실점 투구와 함께 1승 1홀드를 추가했다.

최준용은 10월 3일까지 36경기 3승 1패 1세이브, 17홀드를 기록하고 있다. 방어율은 2.27로 불펜 투수로는 매우 준수하다. 특히, 후반기 최준용은 어깨 부상으로 3개월의 재활 기간을 거친 투수로 하기 어려울 정도의 페이스다. 8월 10일 후반기 첫 등판에서 2실점 한 이후 지금까지 최준용은 자책점은 하나도 없다. 지금 그의 방어율은 후반기를 시작하는 시점의 5.00이 변한 결과다. 그만큼 후반기 최준용의 페이스는 놀라움 그 자체다. 

세부 지표도 훌륭하다. 그의 피안타율은 0.221로 매우 낮고 이닝 당 출루 허용도 1.11이다. 37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동안 볼넷은 12개에 불과하다. 불펜 투수가 가져야 할 탈삼진 능력과 위기관리 능력, 꾸준함을 두루 갖추고 있다. 후반기만 놓고 본다면 그가 이 수치는 훨씬 낮아진다.

최준용의 투구는 단순하다. 강력한 직구와 슬라이더 두 가지로 타자들을 상대한다. 그나마도 슬라이더는 보여주는 공에 가깝다. 그의 구종은 대부분 직구다. 140킬로 후반의 직구는 힘 있고 공끝이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다. 최준용은 직구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스트라이크존 위아래를 적절히 활용한다. 타자들은 그의 직구를 알고서도 공략하지 못한다. 직구에만 대비하다 가끔 던지는 슬라이더에 힘없이 스윙하는 일도 많다. 리그 최고 레벨의 타자들도 그의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다. 최준용은 이 직구를 활용해 타자 높은 곳으로 과감한 승부를 펼쳐 범타를 유도하기도 한다.

 

최준용

 


후반기 그의 직구는 힘이 떨어지지 않았다. 알면서도 못 치는 직구는 위력적이다. 직구 구위로는 마무리 김원중을 능가한다. 선발 투수에서 불펜으로 전환한 외국인 투수 프랑코는 150킬로 후반의 직구를 던지만, 이따금 장타를 허용한다. 최준용의 직구에는 스피드 이상의 그 무엇이 있다. 중계 카마라에서 슬로 모션으로 본 그의 직구는 다른 투수들보다 훨씬 많은 회전수를 볼 수 있다. 볼끝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유다. 구위에 대한 자신감으로 최준용은 스트라이크 위주의 투구로 투구수로 절약하고 있다. 

최준용은 후반기 롯데 불펜진의 핵심이다. 그가 있어 마무리 김원중이 부담을 덜 수 있고 롯데의 8회가 편안하다. 구승민과 함께 최준용은 마무리 김원중까지 가는 길을 편안하게 해주고 있다. 7회부터 마운드에 오르는 구승민, 최준용, 김원중의 롯데 필승조는 후반기 패배를 모르는 투구를 하고 있다. 경기 후반 리드는 승리는 공식을 이들이 만들어주고 있다. 전반기 선발은 물론, 불펜진까지 난맥상을 보였던 롯데를 기억하면 큰 변화다. 후반기 롯데의 선전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최준용이 포함된 필승 불펜조다. 입단 2년 차 투수인 최준영은 어느새 롯데 불펜진의 핵심으로 자리했다. 

최준용은 지난 시즌 롯데 1차 지명으로 입단했다. 롯데가 그에게 거는 기대가 매우 컸다. 구위는 인정을 받았고 적응과 제구가 문제였다. 최준용은 2군에서 차근차근 준비 기간을 거쳤고 경험을 쌓았다. 지난 시즌 후반기 1군 마운드에 선 최준용은 뛰어난 구위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타자와의 승부 요령이나 경험에서 부족함이 있었다. 하지만 충분히 가능성을 보였다. 지난해 롯데는 최준용의 강력한 구위와 그의 적성을 고려해 불펜 투수로의 육성 방침을 굳혔다. 선발 투수에 대한 미련이 남을 수도 있었지만, 최준용 역시 불펜 투수로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했다. 최준용은 올 시즌 팀의 기대대로 필승 불펜조에 포함돼 개막전부터 1군에 합류했다. 

롯데는 지난 시즌 최준용의 투구 이닝을 29.2이닝으로 제한했다. 입단 1년 차 투수에 대한 배려도 있었지만, 30이닝 이상 투구를 하지 않으면 신인왕의 자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 여러 의도가 포함된 관리였다. 올 시즌 신인왕 경쟁에는 특급 신인 투수 이의리, 장재영, 김진욱에 대형 타자 유망주 나승엽이 우선순위에 있었지만, 최준용은 조용히 이들과의 경쟁을 준비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은 순조롭지 않았다. 예상외로 공략당하는 경기가 자주 나왔다. 5월 중에는 부상으로 장기간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어깨 부상이라는 점에서 올 시즌 내 복귀가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도 컸다. 그의 부상 공백이 발생하면서 롯데 불펜진 운영은 한층 더 어려워졌다. 롯데는 시즌 중 선발 투수였던 김진욱을 불펜으로 이동하는 등 불펜진 개편을 하기도 했다. 이런 롯데 불펜의 어려움 속에 최준용의 프로 2년 차 시즌도 저물어가는 듯 보였다.

이런 최준용에서 리그 중단 사태와 올림픽으로 인한 여름 브레이크는 시즌 중 복귀 가능성을 열어준 일이었다. 긴 여름 브레이크 기간 재활에 성공한 최준용은 후반기 시작과 함께 1군에 합류했다. 재활 기간 완벽한 몸 상태를 만든 최준용은 무적의 불펜 투수였다. 부상 우려가 있었지만, 잦은 등판도 문제가 없었고 연투에도 끄떡없었다. 멀티 이닝 소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10월에는 3경기 연속 등판도 강행했다. 최준용은 스스로 관리의 틀을 벗어나 더 많은 등판을 스스로 자처하는 승부욕을 보였다.

 



그렇게 불펜 등판을 이어가면서 쌓인 홀드 기록은 이 부분에서 그의 순위를 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최준용의 17홀드는 이 부분 1위 주권, 장현식과 7개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남은 경기 수를 고려하면 극복하기 어려운 차이다. 대신 최준용은 20홀드 이상을 기대할 수 있다. 8월 11일 경기부터 시작한 연속 비자책 경기 행진도 의미 있는 기록이다. 최준용이 지금의 투구를 이어간다면 신인왕 후보로도 손색이 없다. 

현재 올 시즌 신인왕 1순위는 KIA 선발 투수 이의리다. 이의리는 시즌 시작 전 롯데 김진욱, 키움 장재영과 함께 신인 선발 투수 빅 3를 형성했지만, 현재 경쟁자들을 여유 있게 앞서고 있다. 지금까지 신인왕 경쟁에서 그와 맞설 선수가 보이지 않았다. 이의리는 개막전부터 KIA의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돼 19경기에 선발 등판하며 선발 투수로서 역량을 발휘했다. 이의리는 19경기에서 4승 5패 방어율 3.61을 기록했다. 하위권으로 쳐진 팀 상황 등이 겹치며 승수를 쌓지 못했지만, 신인 투수로는 기대 이상의 성적표다. 이의리는 이에 더해 도쿄 올림픽에서 대표팀 선발 투수로 호투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에 김진욱과 장재영이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이 이의리가 미디어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고 인지도도 높였다. 

하지만 이의리는 신인왕을 굳히기 위해 막판 스퍼트에 제동이 걸렸다. 부상으로 사실상 잔여경기 등판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 사이 최준용이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다. 시즌 막바지 이의리가 자신을 알릴 기회를 잃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신인왕 투표를 앞두고 마지막까지 그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최준용이다.

물론, 선발 투수보다 불펜 투수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고 임팩트도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점은 약점이다. 이런 제한사항에도 최근 불펜의 중요성이 한층 커진 현대 야구의 흐름과 함께 최준용이 현재의 빼어난 기량을 유지한다면 상항을 반전시킬 가능성은 남아있다. 또한, 롯데가 여전히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이 남아있다는 점도 변수다. 롯데는 잔여 경기에서 기적을 기대하고 있고 현재 경기력도 최고조로 올라와 있다.

만약, 롯데가 극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면 그 주축이 되는 최준용에 대한 긍정 이미지가 한층 커질 수 있다. 이는 최준용을 신인왕에 보다 가깝게 할 수 있다. 최준용이 신인왕에 오른다면 1992 시즌 투수 염종석 이후 끊어진 롯데 신인왕의 역사를 이어가는 일이다. 문제는 거듭된 등판으로 과부하 우려가 커진 상황을 최준용이 이겨낼 수 있을지와 부상의 재발 우려다.

남은 시즌 최준용이 기대와 함께 하는 우려를 이겨내고 신인왕 레이스에서 극적인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지 이는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을 지켜가는 일이기도 하다. 롯데의 후반기와 닮은 최준용의 후반기 호투 행진이다. 이에 앞으로 그의 등판을 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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