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구온난화, 기후 위기라는 말이 뉴스 등에서 자주 등장한다. 예상을 뛰어넘는 폭우와 폭염, 이상 한파와 가뭄 등 전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상황 속에서 그 원인을 분석하면서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각종 연구결과 등을 종합하면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과 그에 따른 해수면 온도 변화가 지구 전체의 기후 흐름을 변화시키고 기상이변을 불러오고 있다는 게 정설이 되고 있다.
이에 지구온난화의 큰 원인인 탄소 배출을 억제하고 이를 통해 지구 평균 온도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고 이를 위한 노력이 국내외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는 탄소 발생을 억제하는 친환경 재생에너지의 사업의 발전과 확대 등 산업 전반에서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가깝게는 일상에서 탄소 배출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의 경고하는 지구 온도 상승의 위험도 지속되고 있다.
이런 위기에서 기상관측 기술의 발전과 이를 통해 정확한 날씨와 기후 예보는 중요한 정보가 되고 있다. 이는 국가 차원이나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농업뿐만 아니라 민간 영역에서도 날씨 관련 정보는 그 가치가 커지고 있다. 즉, 돈과 직결되는 문제가 되고 있다.
그 바탕이 되는 기상관측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 서울 종로구에 있다. 조선시대 경희궁 터, 서울시 교육청 인근 송월길 52, 서울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한 국립기상박물관이 그곳이다.
국립기상박물관은 1932년 일제 강점기 경성 측후소로 시작해 해방 후 상당 기간 기상 관측의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경성 측후소는 1939년 기상대로 개편되고 이후 증축이 이루어지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해방 후에는 1953년, 현 기상청의 전신인 인천에 있던 중앙 관상대 건물이 전쟁 중 소실되면서 중앙 관상대가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기상관측의 본산으로 자리했다.
1982년 중앙 관상대는 중앙 기상대로 개편되고 1990년 외청인 기상청으로 승격되는 과정에도 이 건물은 함께 했다. 이후 기상청이 대방동으로 이전하면서 이곳은 서울 기상관측소로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 기상관측소는 서울 날씨와 기후 변화의 기준이 되고 있다. 이곳에서 비가 관측돼야 서울에 비가 오는 게 되고 서울의 현재 날씨는 이곳이 기준이 된다.
정원에 심어진 벚꽃나무, 개나리, 진달래, 복숭아나무, 매화나무는 계절 관측용 식물들로 계절 변화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실제 이곳에 벚꽃나무의 꽃이 개화해야 서울의 벚꽃 개화가 공식적으로 인정된다.
또한, 서울기상관측소는 일제 강점이 이전 근대 기상관측의 시초라 할 수 있는 1907년 대한제국 시절 세워진 한성 측후지소의 맥을 잇고 있는 약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에 서울 기상관측소는 2017년 부산 관측소와 함께 세계 기상기구로부터 100년 관측소로 공식 인정받기도 했다. 건물과 부지 역시 그 자체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서울 기상관측소는 기상관측 이전에 우리 근현대사의 중요한 장소로 그 가치가 크다. 이에 2020년 이 서울 기상관측소 부지에 기상 박물관이 세워지고 고대로부터 이어진 우리 기상관측의 역사와 그와 관련한 자료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경희궁터 인근 언덕길, 국립기상박물관 입구
중앙 기상청 표지석
근대 건축 양식이 보존된 외관
건물의 이모저모
정원 관측장비
1층 로비, 과거 건축양식을 살필 수 있는 모습들, 이 건물에는 1932년 건축 당시와 1939년 증축 당시의 서로 다른 건축 양식이 공존하고 있다.
제1 전시실, 이곳에서는 고대부터 이어진 기상관측의 역사를 살필 수 있다. 신석기시대 정착생활과 농지 경작이 시작되면서 농업은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고대 국가가 성립된 이후에도 농업은 국가의 중요한 산업이었고 농업의 진흥은 큰 과제였다. 이런 농업은 기후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었고 시시각각 변하는 기상상황과 계절, 각종 자연현상에 대한 관찰과 기록이 이루어졌다.
역사 문헌에서도 그와 관련한 기록이 남아있다. 삼국사기에는 고구려, 백제, 신라 시대에 있었던 기상현상을 기록해둔 부분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 기록은 통일신라, 고려, 조선시대까지 이어진다. 고려시대에는 천문과 함께 기상관측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서운관이 있었고 서운관은 조선초 관상감으로 이름을 바꾸어 존속됐다. 기상청의 최초 이름이 관상대에서 시작한 것도 역사적 전통이 있기 때문이었다.
조선시대 만들어진 현존하는 유일한 측우기 원본을 국립기상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었다. 측우기는 서양보다 무려 200년 이상 앞서 강수량을 측정하고 이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세종대왕 시대 훗날 문종 임금이 된 세자의 제안으로 비를 측정하기 시작했고 정확한 비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원통형의 측우기가 만들어졌다.
측우기는 이 측우기와 함께 받침대 격인 측우대, 내린 빗물을 양을 측정할 수 있는 주척으로 구성됐다. 세종대왕 시대 만들어진 측우기는 이후 전국 각지에 설치되어 비의 양을 측정하고 기록됐다. 이를 통해 농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치수 계획을 수립하고 가뭄과 홍수 등에 대비할 수 있었다. 그 먼 옛날 비의 양을 오랜 기간 측정하고 그 기록을 데이터 베이스화 했다는 점은 매우 획기적이었다. 측우기는 조선 과학기술의 발전을 상징하는 일이었고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는 백성들의 삶을 살피기 위한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이 담긴 창조물이었다.
이 측우기는 아픔의 역사를 상징하기도 했다. 조선시대 설치됐던 측우기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전란과 일제강점기 등을 거치며 어려 문화재 등과 함께 소실되고 사라졌다. 측우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 전시되는 측우기는 1905년 경 일본 학자가 반출해 우리 땅을 떠나 있다 1971년 반환되어 돌아올 수 있었다. 측우기와 함께 조선 과학 기술의 또 다른 상징인 앙부일구 해시계 역시 원본은 대부분 사라졌다. 2020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노력으로 해외 경매시장에 나온 앙부일구를 매입해 국내로 환수할 수 있었다.
국립기상박물관의 측우기는 우리 역사의 시련 속에 해외로 반출된 문화재 중 하나였다. 다행히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여전히 세계 각지에 수십만 점의 우리 문화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것도 실체가 파악된 문화재 숫자고 실재는 훨씬 많은 문화재들이 해외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측우기는 위대한 우리 역사 유산이기도 하지만, 시련의 역사를 이겨낸 상징물로 그 가치가 크다 할 수 있다. 또한, 조선의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우리 기상관측의 오랜 역사가 담긴 유물이기도 하다.
측우기와 앙부일구, 해외 반출 문화재의 문제를 다룬 프로그램 TBS 역사스테이 흔적 방송 링크
1층 체험실과 휴게실
2층 가는 길
일제강점기 기상관측 자료
해방 후 기상관측 자료
현대 기상관측의 흐름 보여주는 전시물
최근 기상관측은 인공위성과 최첨단 슈퍼컴퓨터 등을 활용해 한층 과학적으로 정확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제는 그 관측 자료를 실시간으로 앱이나 인터넷으로 각 개인이 살필 수 있는 세상이기도 하다. 과거 기상관측 자료와 일기예보가 고급 정보로서 활용되던 시절과 비교하면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상이변이 일상이 되는 현실에서 예상할 수 없는 기상상황이 계속되고 있고 그 피해도 커지고 있다. 예측 불가의 날씨는 큰 재앙이 되고 있다.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은 그만큼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 할 수 있다. 그 최 일선에 자리한 기상청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런 기상청의 기능은 우리 먼 조상 때부터 있었다. 조상들은 하늘을 경배의 대상으로 보기도 했지만, 과학적으로 천문과 기상을 관측하고 대비하는 지혜도 발휘했다. 그 기상관측이 역사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립기상박물관에서 그 역사를 한눈에 잘 살필 수 있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탓에 방문에 제약이 있지만, 직접 가지 못한다 해도 홈페이의 VR 서비스를 통해 박물관을 살필 수 있다.
앞으로 근대 역사 유적이 곳곳에 자리한 주변 지역과 연계해 장소를 더 정비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기대 해 본다.
사진,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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