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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전력 유출로 고심하던 롯데의 스토브리그였다. 그 충격을 덜어준 뉴스는 에이스 유먼의 잔류였다. 올 시즌 첫선을 보인 외국인 투수였던 유먼은 선발진이 붕괴되는 와중에도 시즌 내내 가장 꾸준한 투구를 했다. 성적 역시 13승 7패, 방어율 2.55로 준수했다. 유먼이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주어 롯데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할 수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유먼의 대 활약은 역설적으로 재계약 협상의 난항을 예고했다. 이미 일본의 몇몇 구단과 메이저리그팀에서 유먼에 관심을 보인다는 기사가 시즌종료 직후 나왔다. 머니 게임이 된다면 롯데가 유먼을 잡을 가능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유먼은 롯데 잔류를 원한다고 했지만, 단순한 립서비스 정보로 여겨졌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그의 나이는 더 좋은 제안에 마음이 가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유먼은 자신의 약속을 지켰다. 롯데가 김주찬, 홍성흔의 연이은 계약 실패로 충격에 빠진 사이 유먼과의 연장 계약은 그 충격을 덜어주는 소식이었다. 롯데는 시즌 종료 직후부터 유먼의 잔류를 위해 적극 협상에 임했고 원하던 결과를 얻었다. 롯데는 전력 약화로 인한 선수단 동요를 막기 위한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소식이 필요했다. 유먼과의 협상을 더 신속하게 진행해야 하는 이유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는 유먼의 활약 여부에 반신반의 하는 모습이었다. 타 구단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롯데 유니폼을 입히긴 했지만, 키만 크고 호리호리한 체격에 강속구를 갖추지 못한 어찌 보면 연약해 보이는 외국인 투수가 어떤 성적을 올릴지 의심이 눈초리가 많았다. 유먼은 이러한 우려를 실력으로 극복했고 롯데의 1선발로 자리했다.

 

 

 

 

 

 

유먼의 직구는 높은 타점에서 나왔고 공의 각을 좋게 만들었다. 스피드에 비해 공 끝의 힘이 좋았다. 여기에 수준급 제구력까지 갖춘 좌완 투수의 직구는 타자들에게 큰 부담이었다. 여기에 우타자를 상대로 던지는 체인지업과 좌타자를 상대로 던지는 슬라이더는 타자들을 더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유먼은 직구, 슬라이더, 체인지업의 다소 단조로운 볼 배합이었지만, 그 공들을 모두 위력이 있었고 제구도 좋았다.

 

여기에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춘 유먼은 에이스로 손색이 없었다. 롯데는 에이스 장원준의 상무 입대로 큰 공백을 느끼며 시즌을 시작했지만, 유먼이 있어 고민을 덜 수 있었다. 시즌 초반 롯데는 유먼과 베테랑의 힘을 보여준 이용훈이 원투펀치 역할을 하면서 선발 마운드를 이끌었다. 송승준, 사도스키, 고원준이 집단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두 선수의 활약은 영양가 만점이었다. 이들을 중심으로 불펜의 업그레이드에 성공한 롯데는 지키는 야구로 전력의 약세를 만회할 수 있었다.

 

유먼에게도 고비는 있었다. 유먼은 시즌 후반기 체력적인 문제를 보였다. 구위가 떨어지고 제구도 흔들렸다. 뜻하지 않은 부상까지 찾아오면서 치열한 순위싸움 중인 롯데를 암울하게 했다. 롯데는 시즌 막판 송승준이 제 모습을 찾으면서 선발진에 힘을 보탰지만, 유먼과 이용훈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팀 전체가 흔들리는 원인이 되었다. 롯데의 지탱하던 한 축은 불펜의 과부하도 심화되었다. 이는 팀 성적하락과 직결되었다. 롯데는 2위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4위로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에이스 유먼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이후 포스트 시즌에 등판한 유먼은 한결 좋아진 모습을 보였지만, 시즌과 같은 위력을 보이지 못했다. 경기 감각과 부상 후유증이 영향을 미쳤다. 유먼은 PO 5차전을 끝으로 2012년 등판을 마무리했다. 유먼은 5차전 다소 이른 이닝에 강판당하면서 자신을 크게 자책하는 모습이었다. 에이스 유먼이 조기에 무너지면서 롯데의 한국시리즈 진출의 희망도 함께 사라졌다.

 

한국 시리즈 진출 실패는 시즌 후 롯데의 변화를 몰고 왔다. 2년간 팀을 이끌던 양승호 감독은 경질되었고 김시즌 감독체제가 들어섰다. 그룹 고위층의 의자가 반영된 결과였다. 여론의 역풍도 만만치 않았다. 롯데는 전력 보강을 통해 변화에 대한 명분을 얻어야 했다. 결과는 그 반대였다. 롯데는 FA 시장에서 팀 내 선수를 잔류시키지 못했다. 외부 영입 역시 없었다. 우승을 목표로 한다는 롯데는 본의 아니게 리빌딩의 기로에 섰다.

 

유먼과의 재계약이 절실한 롯데였다. 유먼마저 팀을 떠난다면 선발 마운드의 구멍은 더 커질 수 있었다. 롯데는 올 시즌 실망스러운 성적을 기록한 또 한 명의 외국인 투수 사도스키와 사실상 이별을 고했다. 유먼마저 잡지 못한다면 롯데의 내년 시즌 구상을 크게 흔들릴 수 있었다. 유먼의 팀 잔류로 롯데는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롯데는 유먼과 송승준을 축으로 선발 마운드를 구성할 수 있게 되었고 김시진 감독의 조련하에 투수력으로 공격력 약화를 만회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공익근무에서 돌아오는 조정훈,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부활이 기대되는 고원준 등으로 구성될 선발 로테이션은 롯데의 내년 시즌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 중심에 있는 유먼은 롯데에 소중한 존재라 할 수 있다.

 

유먼으로서는 내년 시즌 더 좋은 성적을 위해 상대 팀들의 집중 분석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이미 유먼의 주 무기와 투구패턴 등은 모두 노출되었다. 시즌 막판 유먼은 그 위력이 반감되는 모습도 있었다. 부상의 원인도 있었지만, 상대가 유먼에 대한 대체 방법을 찾은 이유도 있었다. 투구패턴이나 수 싸움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동계 훈련기간 해결할 과제 중 하나다. 1년간의 우리 프로야구 경험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내년 시즌 롯데는 선발마운드의 재건과 기존 불펜진의 유지를 통해 지키는 야구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당장 타선의 취약점을 보완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유먼의 잔류 소식은 암울했던 롯데의 스토브리그에서 한 줄기 빛과 같았다. 발표된 연봉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분명 대폭적인 연봉 인상이 필연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유먼은 롯데에 필요한 존재라 할 수 있다.

 

2012년 시즌 시작 전 미지의 투수였던 유먼은 이제 팀의 에이스로 자리했다. 팀과의 융화도 잘 이루어졌다. 그의 롯데에 대한 애착도 크다. 내년 시즌 유먼이 롯데의 기대를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을지만 남아있다. 이는 롯데의 2013년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라 할 수 있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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