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의 늪에 빠진 롯데, 막판 집중력 빛난 LG [4월 26일 롯데 VS LG]

프로야구 롯데와 LG의 시즌 첫 만남은 경기 막판까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접전이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승패를 떠나 실책과 주루사가 더해지면서 양 팀 모두 아쉬움이 많았다. 하지만 LG는 경기 막판 타선의 집중력으로 3득점 하면서 2 : 4 로 뒤진 경기를 5 : 4로 뒤집는 역전 끝내기 승리로 아쉬움을 덜어낸 반면 롯데는 다 잡은 경기를 놓치면서 아쉬움에 한숨을 더하고 말았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롯데가 점수를 먼저 내면 LG가 추격하는 양상이었다. 롯데는 주중 SK전 연승의 기세를 그대로 이어갔다. 타자들의 타격감도 좋았고 선발 투수 유먼의 컨디션도 좋았다. 롯데는 초반 선취 득점으로 경기 흐름을 자신 쪽으로 돌릴 수 있었다. 2회 초 롯데는 1사 후 전준우의 안타와 도루, 박종윤의 안타로 잡은 1, 3루 기회에서 강민호의 희생 플라이로 선취 득점에 성공했다.

 

LG 선발 투수 우규민은 낮게 깔리는 제구로 1회 초를 무난히 막았지만, 2회 초 공이 가운데 몰리면서 3안타 1볼넷을 내주며 고전했다. 1실점 이후 2사 만루의 위기가 이어지면서 대량 실점의 가능성도 있었다. 가까스로 추가 실점은 막았지만, 투구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이는 중반 이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LG 선발 우규민이 고전한 반면 롯데 선발 유먼은 여유로운 초반 투구였다. 1회부터 3회까지 유먼은 큰 위기가 없었다. 제구는 대체로 낮게 형성되었고 변화구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땅볼 유도하는 피칭이 좋았다. 투구 수도 잘 조절했다. 하지만 4회 말 유먼이 흔들리면서 경기는 접전으로 바뀌었다.

 

 

 

(물거품 된 호투, 롯데 선발 유먼)

 

 

 

롯데 타선이 추가 득점없이 주춤하는 사이 LG는 4회 공격에서 3안타를 몰아치며 롯데 선발 유먼을 몰아붙였다. 유먼의 공은 4회 들어 높게 형성되었다. 조금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LG 타자들은 실투를 가벼운 배팅으로 안타로 만들었다. LG는 2사 1, 2루에서 좌투수를 대비해 출전시킨 문선재의 적시 안타로 동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LG 역시 이어진 득점 기회는 살리지 못했다. 롯데 3루수 황재균의 좋은 수비가 추가 실점을 막았다.

 

동점을 허용했지만, 롯데는 5회 초 곧바로 2득점 하며 리드를 이어갔다. 중심 타선이 힘이 발휘된 득점이었다. 롯데는 1사 후 김문호의 안타와 도루, 2사 후 터진 손아섭의 2루타로 2 : 1 로 달아났다. LG는 한계 투구 수에 다다른 유규민을 내리고 좌투수 류택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다소 빠른 불펜 가동이었다. 추가 실점을 막으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롯데 4번 타자 김대우는 LG의 좌투수 투입을 중전 적시타로 무색하게 했다. 최근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한 타격이었다. 롯데 선발 유먼의 투구를 고려하면 3 : 1의 리드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LG도 추격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5회 말 LG는 오지환의 홈런으로 롯데를 1점 차로 압박했다. 유먼의 높게 형성된 직구가 손지환의 풀스윙에 걸린 결과였다. 이 홈런은 1점 차의 접전으로 경기를 후반으로 이끌었다. 이후 롯데 선발 유먼은 제구가 다시 안정되면서 8회 1사까지 추가 실점을 막았다.

 

6회 말에는 선두타자 박용택에 무사 2루타를 허용하며 동점을 허용한 위기에 몰렸지만, LG의 번트 작전 실패와 타구 판단 미스에 따른 병살플레이가 나오는 행운까지 덤으로 얻으면서 실점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유먼은  탈삼진이 3개에 불과했지만, 범타 유도로 긴 이닝을 던져주었다. 위기관리 능력도 보여주었다. 유먼은 팀의 리드가 이어진 8회 말 1사 후 불펜에 마운드를 넘겼다. 7. 1이닝 2실점의 빼어난 투구였다. 또 한 번의 승리가 기대되었다.

 

유먼의 호투 속에 롯데는 상대 실책 편승한 추가 득점으로 승세를 굳히는 듯 보였다. LG는 선발 우규민에 이어 류택현, 임정우, 이동현 등으로 이어지는 불펜 총력전으로 추격의 끈을 놓지 않았다. 7회 초 롯데는 1사 후 손아섭의 2루타에서 시작된 2사 2루 기회에서 전준우의 빗맞는 내야 땅볼이 LG 투수 이동현의 악송구로 이어지는 행운 속에 귀중한 추가점을 얻었다.

 

롯데는 한 점차 불안한 리드에 조금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실책으로 실점한 LG는 이후 유격수 오지환의 실책이 더해지면서 팀 전체가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롯데의 적시타가 한 번 더 나왔다면 승리 가능성이 더 높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롯데는 만족스러운 공격력을 보이지 못했다. 계속된 만루 기회에서 황재균의 삼진으로 기회를 무산시킨 롯데는 8회와 9회 어이없는 견제사가 이어지며 스스로 공격 흐름을 끊었다.

 

8회 말에는 무사에 안타로 출루한 박기혁이 2루에서 견제사당했고 2사 후 대주자로 1루에 나간 문규현마저 견제사당하면서 추가 득점 기회를 날렸다. 박기혁의 견제사 이후 대타 장성호의 안타는 롯데의 아쉬움을 더했다. 9회 초에서도 롯데는 무사에 좌전 안타로 출루한 손아섭마저 견제사당하면서 허무하게 기회를 놓쳤다. 승리를 낙관하면서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진 것이 원인이었다.

 

이러한 3번의 견제사는 결국, 9회 말 롯데에 대재앙으로 이어졌다. 롯데는 아쉬운 막판 공격에도 8회 말 유먼에 이어 최대성, 이명우를 마운드에 올려 실점을 막았고 9회 말 마무리 김성배를 올리면 5할이 넘는 승율에 바싹 다가섰다. LG의 대타 김용의가 범타로 물러나자 롯데의 승리가 그대로 굳어지는 것 같았다. 

 

손주인이 안타 출루 이후 대타 이대형을 김성배가 삼진 처리할 때까지 롯데의 승리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2사 후 대타 양영동의 안타로 상황이 매우 급해졌다. LG는 포기하지 않는 대타 공세로 공세의 물꼬를 텄고 롯데는 경기 후반 나온  3번의 견제사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대 역전승 완성한 한 방, LG 이진영)

 

 

 

오지환의 적시타로 LG는 한 점 차로 롯데를 추격했다. 롯데는 좌완 강영식을 올려 마지막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베테랑 이진영의 좌중간 2루타는 LG의 대역전 승을 완성하는 한 방이었다. 롯데는 다 잡은 경기를 불펜의 난조로 놓치는 순간이었고 LG는 마무리 봉중근을 뒤지고 있는 9회 초에 투입하면서 승리 의지를 불태운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봉중근은 행운은 승리 투수가 되었고 롯데의 새로운 마무리 김성배는 3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유먼의 7. 1이닝 2실점 호투도 물거품이 되었다. LG는 실책 3개와 주루 미스로 어렵게 경기를 이끌었지만, 막판 역전승으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반면 롯데는 상대의 허술한 수비에 승기를 잡았지만, 경기 막판 집중력이 떨어진 주루사가 이어지며 상대에 추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여전한 불펜 불안도 롯데의 고민을 더 한 경기였다. 롯데의 방심을 그대로 흘려보내지 않은 LG의 막판 집중력이 돋보인 한 판이었다.

 

롯데는 손아섭이 3안타를 몰아치며 팀 공격을 주도했고 팀 타선이 여전한 상승세를 보였지만, 패배로 빛이 발했다. LG는 테이블 세터 오지환과 이진영이 각각 2타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큰 힘을 되었다. 9회 초 과감한 견제로 스스로 위기를 넘긴 마무리 봉중근의 노련한 투구로 승리의 중요한 발판이 되었다.

 

승패가 극적으로 엇갈렸지만, 양 팀은 수비와 주루에서 실책성 플레이를 연발하며 내용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분명 개선해야 할 부분이었다. 극적인 승부였지만, 명승부로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경기였다. 하지만 패배한 롯데의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롯데는 주중 연승으로 이어온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고 LG는 삼성에 당한 연패 후유증을 벗어날 수 있었다. 이런 상반된 결과가 남은 주말 3연전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당장은 LG 쪽으로 분위기가 기운 것이 사실이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 자이언츠, LG 트윈스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