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시즌 운명 좌우할 좌완 선발 3인방

프로야구에서 좌완 투수의 가치는 상당하다. 그리고 수준급 좌완 투수들을 많이 보유한 팀은 강팀으로 가는 중요한 카드를 손에 쥔 것이나 다름없다.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는 희소성의 효과를 누릴 수 있고 각 팀별로 좌타자가 중심 타선에 다수 포진된 상황에서 이를 견제하는 효과도 있다. 최근 중요한 공격 무기로 활용되는 기동력 야구를 저지하는데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각 팀이 좌완 투수 확보에 온 힘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외국인 선수 영입에서도 좌완 투수의 선호도가 높다. 올 시즌 각 팀은 유난히 좌완 외국인 투수가 많았다. 하지만 수준급 좌완 투수는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팀이 원하는 선수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점에서 SK는 타 팀의 부러움을 살만하다. 두 외국인 투수 레이예스, 세든에 이어 돌아온 에이스 김광현이 가세하면서 선발진 1, 2, 3를 모두 좌완 투수로 그것도 수준급 투수로 채웠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투구 내용도 좋았다. SK로서는 부상에서 돌아온 우완 윤희상과 함께 좌완 3인방이 더해진 강력한 선발진으로 올 시즌 승부를 걸어야 할 상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올 시즌 SK는 불펜 고민을 덜어내지 못하고 있다. 불펜 에이스 박희수의 복귀가 임박했지만, 수년간 누적될 피로로 인한 부상이 언제 재발할지 알 수 없다. 정상 컨디션을 회복한다 해도 그가 마무리로 돌아선다면 그 앞을 막아줄 투수가 절대 부족하다. 정우람의 빈자리가 느껴지는 올 시즌이다. 

시즌 초반 임시 마무리를 맞았던 송은범은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고 베테랑급 투수인 채병룡, 윤길현, 최영필, 이재영도 만족스러운 투구 내용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리그한 상황에서 중반 이후가 든든했던 SK였지만, 올 시즌은 불안감 속에 경기를 치르고 있다. 기대를 걸었던 젊은 투수들의 성장도 물음표를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 불펜의 불안은 시즌 내내 SK를 고민스럽게 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SK의 에이스 레이예스)

여기에 불펜 불안을 해소해줘야 할 타선 역시 부진을 떨쳐내지 못해다. 최정과 신예 이명기 등이 분전하고 있지만, 중심 선수들의 타격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외야의 주축인 박재상, 김강민은 여전히 타격감을 찾지 못하고 있고 중심 타선에 들어서야 할 박정권 역시 1할대의 빈타에 허덕이고 있다. SK 공격의 시발점이 되어야할 정근우 역시 FA 계약이라 큰 큰 동기부여 요소가 있음에도 2할대 초반의 타율로 기대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SK로서는 공수에서 팀 전력이 약해진 상태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성적 역시 5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상위권과의 격차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시즌 초반이라고 하지만 강팀의 이미지는 절대 아니다. 이런 SK에 좌완 선발 3인방의 존재는 소중하다. SK는 이들이 이닝이터로 불펜의 부담까지 덜어주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이미 레이예스와 세든은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레이예스는 대체 외국인 투수로 SK에 입단했지만 제1선발로 우뚝 섰다. 올 시즌 4경기 등판에서 레이예스는 모두 7이닝 이상을 소화해주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구위가 더 살아나고 있다. 타자를 압도하는 직구와 고속 변화구를 바탕으로 단단한 멘탈까지 갖춘 레이예스는 새로운 에이스로 자리했다. 

그와 짝을 이루고 있는 또 다른 좌완 투수 세든 역시 화려하지 않지만, 꾸준함으로 팀에 기여하고 있다. 시즌 첫 경기에 5이닝 투구를 제외하고 세든은 6이상의 퀄리티스타트 해주었다. 승운이 없어 단 1승에 머물고 있지만, 투구내용이 모두 좋았다. 각이 큰 변화구는 시즌 내내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부상만 없다면 SK 선발진에 큰 힘이 될 가능성이 높다. 

두 좌완 투수에 더해 김광현의 부상복귀는 천군만마와 같다. 김광현은 지난 시즌 부활의 가능성을 보였지만, 또다시 부상으로 주저앉은 기억이 있다. 올 시즌 역시 부상회복 여부가 큰 관심사였다. 투수에게 치명적인 어깨부상을 얼마나 빨리 극복할지가 관건이었다. 한 때 수술까지 고려할 정도로 우려가 높았지만, 김광현은 꾸준한 재활로 몸을 만들고 1군에 합류했다. 

시즌 첫 등판에서 6이닝 3실점으로 무난한 복귀전을 치렀다. 부상 재발만 없다면 그가 가진 경험과 에이스로서의 무게감은 선발 투수진에 또 다른 힘이 될 수 있다. 아직 부상재발의 위험에 투구수 등에 제한이 있지만, 중간중간 4일 휴식일이 있는 일정이 그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SK로서는 김광현이 건강하게 시즌을 치르기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SK는 재편된 마운드의 선발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SK 야구를 특징 하던 강력한 불펜진은 올 시즌 구현되지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SK는 KIA와의 대결에서 타선의 부진과 불펜진의 난조로 2경기를 모두 내주고 말았다. 힘이 차이를 절감하는 경기였다. 매 경기 끈끈한 야구를 하던 SK의 경기와는 거리가 먼 내용이었다. 

SK로서는 부진한 타선이 따뜻한 날씨와 함께 살아나고 선발진의 호투가 이어지길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좌완 3인방과 윤희상의 조합이 시즌 내내 꾸준함을 유지한다면 시즌 후반 반격의 가능성을 남겨둘 수 있기 때문이다. 여름 이후 본격화될 순위싸움을 가를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마운드의 힘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프로야구에서 중요시되고 있는 선발투수진에서 SK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구성을 갖추고 있다.

올 시즌 SK는 치열한 4강 싸움을 해야 한다. 한화의 NC의 전력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5할 승률 그 이상이 4강 커트라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시즌 초반 순위싸움과 멀어지면 따라붙기도 쉽지 않다. 지난해 하위권에 있었던 넥센과 LG의 전력도 만만치 않다. SK는 롯데 한화로 이어지는 하위팀과의 이번 주 일정에서 분위기 반전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그 중심은 역시 강력한 선발진이다. 

제1선발 레이예스부터 시작되는 선발진이 그 위력을 유지한다면 SK의 예상대로 보다 많은 승 수 쌓기가 가능하다. 더 나아가 시즌 운명까지 좌우할 수 있다. 그만큼 SK 선발진의 주축을 이룰 좌완 3인방의 어깨가 무겁다. 과연 이들이 부담을 떨쳐내고 SK 기대대로 SK를 가을 야구로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SK 와이번스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