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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는 이제 팀별로 20여 게임 정도를 남기고 있다. 순위 싸움의 윤곽도 어느 정도 드러났다. 관심을 모았던 4위 싸움은 넥센이 승자로 거의 굳어진 느낌이다. 넥센을 추격하던 롯데는 맞대결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순위가 6위로 내려앉았다. 지금의 팀 분위기를 고려하면 롯데가 극적 반전을 이루어내긴 쉽지 않다.

 

4위 싸움의 마지막 변수는 롯데를 밀어내고 5위 차지한 SK의 무서운 상승세다. 지금의 높은 승률을 유지한다면 실낱 희망을 살릴 수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4.5경기 차를 따라 잡기는 자력으로 불가능하다. 넥센의 부진이 동반되어야 하지만, 넥센은 차곡차곡 승수를 쌓아가고 있다. 시즌 중반과 같은 극심한 부진이 재현될 가능성이 낮다. SK와 넥센의 맞대결도 3경기에 불과하다. SK로서는 지금의 상승세를 끝까지 유지하면서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는 수밖에 없다. 

 

이제 순위 싸움의 마지막 관전 포인트는 1위 다툼으로 옮겨지고 있다. 두산이 다시 연승 행진을 이어가면서 1위 싸움이 양상이 복잡해졌다. 1위를 탈환한 LG는 물론이고 2위로 밀린 삼성 그리고 두산까지 모두 정규리그 1위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LG는 시즌 내내 이어온 안정된 경기력이 강점이고 삼성은 2년 연속 정규리그 1위의 저력이 있다. 두산은 올 시즌 경기력의 기복이 있었지만, 세 팀 중 가장 가파른 상승세에 있다. 지난해와 달리 1위 싸움의 양상은 시즌 마지막까지 누구의 독주도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상위 팀들의 순위 싸움이 계속되는 와중에 롯데는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기억을 뒤로하고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요일 경기가 비로 연기된 것은 롯데에 길었던 가을 야구 티켓 전쟁이 끝났음을 알리는 듯 보였다. 이번 주 롯데는 넥센, SK로 이어지는 4연전에서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지만, 1승 2패의 성적을 남기고 휴식일을 맞이했다. 아주 작은 희망마저 더 희미하게 한 결과였다.

 

롯데로서는 마지막까지 희망을 끈을 잡으려 총력전을 펼칠 것인지 내년 시즌을 대비하는 야구로 경기운영을 바꿀 것인지 선택해야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롯데가 지금의 상황을 바꿀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마운드는 전체적으로 지쳐있고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꼭 필요한 동력인 타선의 힘도 부족하다. 새로운 전력 강화요소도 없다. 희망을 되살리기에 전력이 쳐져 있다.

 

 

 

(롯데 타선의 중심 손아섭)

 

 

최다안타, 타율 왕에 도전하는 손아섭  

 

사실상 무산된 4강의 희망, 그래도 팀의 자존심을 살려줄 선수들이 있다. 투타의 핵심 선수인 손아섭과 유먼이 그들이다. 손아섭은 현재 타율과 최다안타 부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타율은 0.353으로 2위권과 큰 격차로 벌렸다. 장외 타격왕 후보인 이진영의 0.342보다도 앞선 상황이다. 후반기 손아섭은 타석에서 참을성이 크게 좋아졌다. 욕심을 버리고 볼넷을 고르는 일도 많아졌다. 이러한 변화는 타율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9월 들어 타격감이 조금 떨어졌지만, 그의 꾸준함을 고려하면 생애 첫 타격왕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지난해 최다 안타왕의 위용도 여전하다. 146개의 안타를 기록한 손아섭은 2위권과 10개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큰 변수가 없다면 최다 안타 1위 역시 유력하다. 여기에 더해 손아섭은 34개의 도루로 이 부분에서도 2위에 이름을 올렸다. 1위 김종호의 44개를 따라가긴 어렵지만, 타율, 최다안타, 도루 부분에서 동시에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그만큼 올 시즌 손아섭은 롯데 타선에서 고군분투했다. 허약해진 타선에 손아섭의 활약이 없었다면 롯데의 공격력은 더 참담한 모습으로 보였을 가능성이 높다. 손아섭은 팀의 타격과 기동력까지 책임졌다. 팀 내 도루 2위 황재균이 19개의 도루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역할일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알 수 있다.

 

4번 타자 부재속에 각 팀의 집중 견제를 받는 와중에서도 타이틀 홀더로서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손아섭이다. 팀 성적에 대한 부담을 던다면 더 좋은 타격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의 강한 승부욕이라면 떨어진 팀 분위기가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지 않는다. 손아섭이 타율과 최다안타 2개의 타이틀을 모두 차지할 수 있을지 그의 노력에 대한 대가를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승 1위 에이스 유먼

 

공격에서 손아섭이 있다면 투수 부분에서는 에이스 유먼이 롯데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유먼은 13승으로 다승 1위를 달리고 있고 승률에서도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유먼은 지난해보다 많은 15개의 피홈런과 함께 방어율도 크게 올랐지만,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하며 승수를 쌓았다. 타선과 불펜이 지원이 더해졌다면 유먼은 15승 이상을 기록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최근 아쉽게 승리 기회를 날리는 경기가 이어지면서 그도 팀도 안타까움이 더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유먼은 올 시즌 내내 꾸준히 마운드를 지키고 있고 선발 투수의 중요한 덕목인 많은 이닝을 책임지고 있다. 유먼과 최근 시즌 10승에 성공한 옥스프링이 없었다면 롯데는 일찌감치 내년 시즌을 대비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다승 1위를 위해 유먼은 현재 2위 그룹의 거센 추격을 뿌리쳐야 한다. 올 시즌 삼성의 에이스 역할을 하는 배영수가 12승으로 다승 2위를 달리고 있고 SK 에이스 세든도 11승으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당장은 1승을 먼저 추가하는 것이 시급하다. 20여 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유먼에게 주어질 선발 기회는 4번 정도로 예상된다. 그 경기에서 2승을 추가한다면 다승왕에 오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하루를 앞당긴 금요일 등판이 비로 연기된 것은 유먼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충분한 휴식을 하고 등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롯데가 4강의 꿈을 접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승패에 대한 부담은 훨씬 덜 수 있다. 문제는 4강이 멀어진 팀 분위기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부다. 다승왕은 투수 자신뿐만 아니라 야수들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올 시즌 내내 에이스로 큰 역할을 했던 유먼이 우리 프로야구에서 첫 타이틀 홀더를 차지할지도 큰 관심거리다.   

 

 

휴식이 필요한 불펜

 

올 시즌 롯데의 전력 구사에서 불펜진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좋은 활약은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롯데 불펜은 시즌 초반부터 삐걱 거렸다. 마무리 투수로 기대를 모았던 정대현이 시즌 초반부터 부진했고 설상가상으로 또 다른 마무리 후보 김사율도 동반 부진에 빠졌다. 좌완 스페셜리스트 강영식 역시 지난해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투구를 했다. 파이어볼러 최대성마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면서 롯데 불펜은 지난해보다 그 힘이 크게 떨어졌다.

 

롯데는 김성배를 마무리로 돌리고 선발 요원인 김승회를 전천후 불펜으로 투입하면서 불펜을 안정시켰다. 좌완 이명우는 지난해와 같이 꾸준한 모습을 보이면서 승리 불펜조의 한 축으로 자리했다. 롯데는 김승회, 이명우, 정대현, 김성배로 이어지는 필승 불펜 조를 구축하면서 경기 후반을 버틸 힘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타선의 부진과 4,5선발 투수의 불안은 필연적으로 롯데 불펜진에 과부하를 가져왔다. 득점력 부재는 이기는 경기 때마다 불펜진을 호출하게 했다. 4, 5선발의 부진은 이른 불펜 가동을 가져왔다. 치열한 순위 싸움 와중에 롯데 불펜진은 빈번하게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롯데가 여름 한때 상승세를 유지할 때 불펜진은 큰 힘을 발휘하기도 했다.

 

문제는 롯데 불펜 투수들도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롯데 불펜투수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누적된 피로를 극복할 수 없었다. 올 시즌 불펜에서 마당쇠 역할을 하던 김승회의 힘이 먼저 방전됐고 정대현도 지난해보다 훨씬 늘어난 경기 출전과 이닝을 견디지 못했다. 생애 첫 마무리 투수로 자리한 김성배 역시 점점 힘이 떨어졌다.

 

이명우가 분전했지만, 그 역시 리그에서 가장 많은 수준인 65경기에 나서야 했다. 불펜진의 약화는 뒷심 약화로 이어졌고 후반기 롯데는 경기 후반 아쉬운 패배가 이어졌다. 이런 패배가 누적되면서 롯데의 가을야구 희망도 사라져갔다. 하지만 불펜진에 책임을 묻기에 로데의 올 시즌 전력을 투.타에서 누수가 많았다. 불펜만으로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제 롯데 불펜진에 필요한 것은 휴식이다. 젊은 투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필요가 있다. 롯데 필승 불펜조는 내년에도 로데의 불펜을 책임져야 한다.

 

 

(에이스 그 이상의 역활 롯데 유먼)

 

 

계속되어야 할 새로운 얼굴 찾기

 

롯데는 5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면서 강팀으로 자리했지만, 그 이면에 신인 선수 찾기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신본기, 정훈이 내야의 핵심 선수로 자리한 것은 반가운 일이었지만, 그들의 백업을 해줄 선수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5년간 롯데는 세대 교체의 선순환 구조와 팀내 경쟁구도가 나타나지 않았다. 당장 올 시즌 김주찬, 홍성흔을 빠진 자리를 메우지 못했다. 

 

롯데는 투수력을 강화시키는 역발상으로 승부를 걸었지만, 부실한 공격력으로 상위권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실감해야 했다. 투수진 역시 고원준, 진명호, 이재곤 등 젊은 선발 투수 후보들이 성장하지 못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들을 대체할 자원도 없었다. 4강이 어려워진 상황은 투.타에서 가능성 있는 선수들에 기회를 제공해줄 기회다.

 

시즌 초반 시도했던 내부 자원에서 4번 타자 찾기도 다시 시도해볼 필요가 있고 주전 의존도가 극심했던 포지션에 새로운 얼굴을 시험할 수 있느 기회도 있다. 올 시즌 쉬지 못하고 거의 풀 타임을 출전한 황재균, 전준우, 손아섭의 부담을 덜어줄 또 다른 카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다. 남은 경기에서 롯데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롯데가 가을 야구를 경기장 밖에서 지켜봐야 하는 현실은 선수들에게도 팬들에게도 낯 선 풍경이다. 지난 5년간 롯데는 포스트 시즌에서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가을 야구의 주인공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팀의 부족한 부분을 뒤돌아볼 시간이 부족했다. 롯데는 올 시즌 전력의 약세를 인정하기보다는 지난 5년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막연하게 상위권 성적을 목표로 했다.

 

현실은 막연한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주지 않았다. LG, 넥센의 상승세에 밀린 롯데는 상위권 팀의 자리를 내줘야 했다. 지난 5년간 지속하여온 4강 체제의 한 축이었던 롯데였지만, 변화의 바람에 밀리는 처지가 되었다. 아직 경기는 남았고 포기하기에 이르지만, 막연한 희망을 좇다가는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 롯데는 그들에게 무엇이 남아있고 지켜야 할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김포맨(심종열), 이메일 : youlsim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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