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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낸 SK는 올 시즌 부활을 꿈꾸고 있지만, 스토브리그 동안 SK는 큰 상처를 입었다. 해마다 이어진 주력 선수의 이탈이 재현되었기 때문이었다. 팀의 주전 2루수 겸 1번 타자 정근우의 FA 이적은 큰 충격이었다. SK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선수였고 SK 야구에 있어 상징적인 존재였다. SK 역시 정근우를 잔류시키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했다.

 

하지만 협상은 순조롭지 않았다. 감정싸움의 양상까지 보였다. 정근우는 홀연히 한화로 떠났다. 그나마 기대했던 보상선수도 선택할 수 없을 만큼 한화의 보호선수 명단은 SK를 한숨짓게 했다. SK는 거물급 외국인 선수 영입으로 분위기를 전환했다. 메이저리거 투수 울프와 거포형 타자 스캇이 팀에 합류했다. 이들은 재계약한 외국인 투수 레이예스와 함께 올 시즌 SK의 중심 선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한숨 돌린 SK는 코칭스탭의 개편과 더불어 젊은 선수의 육성으로 내부 경쟁력을 높이고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스프링캠프 명단에도 신진급 선수들의 다수 포함되었다. 이만수 감독 역시 무한 경쟁을 공언하고 있다. 그러면서 마운드의 개편 역시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에이스 김광현의 마무리 전환이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김광현의 마무리 투수 기용은 간간이 거론되었다. 박희수라는 강력한 마무리 투수가 있는 SK지만, 박희수는 해마다 부상에 시달렸다. 당연히 시즌 전 훈련이 부족했고 팀 사정으로 충분한 재활 시간도 갖지 못했다. 이로인해 박희수는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적인 문제와 더불어 구위 저하를 경험해야 했다. 이런 박희수의 부담을 덜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SK는 오랜 부상에서 재활한 에이스 김광현을 주목했다. 지난해 김광현은 10승을 기록하며 부활의 가능성을 높였다. 구위 역시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회복하면서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133이닝을 소화하면서 부상에 대한 공포도 어느 정도 덜어낸 김광현이었다. 하지만 꾸준함에서는 아직 부족함이 있었다. 경기별로 기복이 있었고 경기 선발투수의 중요한 덕목인 이닝이터의 역할도 아쉬움이 있었다.

 

133이닝을 투구하면서 허용한 12개의 피홈런과 4.47의 방어율은 완벽한 부활을 말하기 어렵게 하는 수치였다. SK는 김광현이 구위를 어느 정도 회복한 만큼, 짧은 이닝을 투구하는 마무리 투수가 된다면 그 위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막판 김광현은 불펜 대기를 하기도 했다.

 

김광현의 구질이 직구와 슬라이더도 비교적 단순하고 구위로 승부하는 투수인 만큼, 이닝 소화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그가 가진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마무리 투수로의 변신은 분명 고려할 수 있기는 하다. LG의 제1선발에서 부상 재활 후 최고 마무리 투수로 거듭난 봉중근의 성공 사례로 이러한 구상을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김광현의 의지와 더불어 김광현이 없는 SK 선발 마운드가 그만큼 힘이 있는지 여부다. 김광현은 아마야구시절부터 전형적인 선발 투수였다. 역동적인 투구폼에서 나오는 강력한 구질은 그의 큰 장점이었다. 김광현은 SK의 전성기를 이끄는 축이었고 국가대표에서도 에이스였다. 부상 전까지만 해도 리그 최고의 좌완 선발 투수였다. 

 

이런 기억을 뒤로하고 보직을 바꾼다는 것은 큰 모험이나 다름없다. 심리적 압박감이 심한 마무리 투수로서 김광현은 준비가 덜 되었다. 올 시즌 후 해외진출 자격을 얻은 김광현으로서는 선발 투수로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싶은 마음이 강할 수밖에 없다. 팀 사정을 고려해도 마무리 변신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SK 선발진의 사정도 여유가 없다. 외국인 투수 울프가 선발진에 안착하고 붙박이 선발 윤희상,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레이예스까지 3인 선발만 확정된 상황이다. 지난해 가능성을 보인 백인식과 젊은 선발 투수 후보들이 있지만, 풀 타임 선발로 검증된 선수들이 아니다. 김광현이 없는 선발진이 허전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SK는 선발진의 약점을 강력한 불펜 야구로 메울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위험부담이 크다.

 

SK는 김광현을 마무리로 돌리면 기존 마무리 박희수를 본래 자리인 셋업맨으로 돌려 과거 정우람, 박희수 체제와 같은 좌완 불펜 원투펀치 구성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거기에 박정배, 윤길현, 좌완 진해수, 노련한 이재영, 임경완에 신진 투수들이 더해지면 강력한 불펜진이 완성되는 듯 보인다.

 

마무리 투수 김광현

- 상위권 재도약 위한 승부수?

- 팀운영 틀을 깨는 무리 수?

 

하지만 김광현이 마무리 투수 변신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마운드 운영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시즌 중 보직을 다시 변경하는 것은 그 선수가 상당한 부담이 된다. 스프링캠프에서 구상한 마운드 운영계획을 바꾼다는 것은 팀 운영의 틀을 바꾸는 것과 같다. 상당한 모험이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SK가 김광현의 보직 변경을 시도하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김광현이 보직 변경 논란은 그만큼 SK의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올 시즌 무너진 명가의 자존심을 되찾아야 하는 SK로서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김광현의 마무리 전환도 고려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SK 팬들 역시 젊은 에이스의 부활을 기대하지 그의 마무리 투수 김광현을 바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는 지금 변화의 한 가운데 있다. 올 시즌 상위권 재도약을 위해서도 변화를 불가피하다. 올 시즌 이후에는 상당수 선수들의 FA로 풀리는 만큼 변화의 폭이 더 커질 수도 있다. SK는 현재와 미래를 모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광현의 마무리 전환은 SK 팬들이 바라지 않는 논란의 변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마무리 김광현 카드가 지나가는 설로 그칠지 SK 부활을 위한 카드로 실제 사용될지 주목된다.

 

사진 : SK 와이번스 홈페이지, 글 : 심종열, 이메일 : youlsim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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