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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프로야구에서 KIA 타이거즈는 우승의 영광을 가장 많이 간직한 팀이다.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 시절부터 2009년 우승에 이르기까지 10회 우승의 기록은 누구도 해내지 못했다. 이런 명가의 전통과 더불어 KIA는 어느 팀 못지않게 많은 투자를 하는 구단이기도 하다. 또한 1, 2위를 다투는 팬들의 성원을 받는 팀이다.

 

올 시즌 KIA는 연고지 광주에 최신식 시설로 홈구장을 가지게 된다. 구단의 강력한 지원과 팬들의 뜨거운 야구사랑, 지자체의 과감한 결단이 만든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KIA의 성적은 전통의 명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초라했다. 2009년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동시 우승 후 KIA는 우승 후유증에 시달렸고 이후에는 강팀의 면모를 되찾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KIA는 우승 감독이었던 조범현 감독을 경질하고 팀의 레전드 선동렬 감독을 영입하는 변화를 시도했고 과감한 FA 영입으로 전력을 보강하는 일도 멈추지 않았다. 그만큼 구단의 지원은 풍족했다. 선수들의 면면 역시 화려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했다. 주전급 선수들의 상당수는 부상에 시달렸고 FA 영입은 실패작이 대부분이었다. 주전을 대신할 젊은 선수의 육성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KIA는 시즌 초반 반짝하다 여름 이후 급격히 내림세를 타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부상 병동의 굴레도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KIA의 좋지 못한 패턴은 절정에 다다랐다. 투.타 핵심 선수의 부상과 부진이 이어졌고 백업 선수의 기량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전력의 한 축인 외국인 선수마저 부진하면서 KIA는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시즌 막판 KIA는 승리 의욕마저 상실하며 급격히 추락했다.

 

 

 

 

신생팀 NC에도 밀리며 KIA는 정규리그 8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마지막 자존심마저 무너진 2013년이었다. KIA 팬들의 실망감을 극에 달했고 선동렬 감독의 명성에도 큰 흠집이 생겼다. 시즌 후 KIA는 변화가 필요했고 체질 개선을 시도했다. 해마다 관심을 보이던 FA 시장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내부 선수 육성을 위한 강한 의지였다. 외국인 선수 역시 전원 교체를 선택했다. 팀 성적에 관계없이 후하던 연봉협상에도 찬 바람이 불었다. 느슨하던 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시도였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무색하게 KIA는 스토브리그에서 큰 실패를 맛봐야 했다. 국가대표 외야수 이용규가 한화로 이적했고 에이스 윤석민은 해외 진출을 위해 사실상 팀을 떠났다. 최소한 내부 FA만은 잡겠다는 KIA의 의지가 무너졌다. 이용규는 지난해 시즌 막판 일찌감치 부상부위를 수술하고 다음 시즌을 준비했다. 구단과의 암묵적 협의가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KIA 잔류가 유력해 보였다.

 

문제는 KIA의 협상 안이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이었다. KIA는 이용규의 부상재활을 길어질 수 있음을 들어 잔류를 낙관했지만, 한화의 강력한 선수 영입 의지를 읽지 못했다. KIA와 우선 협상이 깨진 직후 이용규는 한화행을 선택했다. 기대했던 보상 선수 역시 한화의 엷은 선수층으로 인해 기대할 수 없었다. KIA는 급히 대체자를 찾았고 이대형을 영입하면서 한숨 돌렸지만, 오버페이라는 비판이 따랐다. 보상선수로 지난해 트레이드 영입 이후 불펜진에 힘을 실어주었던 신승현을 LG로 내준 것은 큰 출혈이었다.

 

이 상황에 에이스 윤석민의 기약 없는 미국행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복귀 가능성도 남아있지만, KIA가 그 팀이 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KIA로서는 전력 누수를 메우지 못한 채 스프링 캠프를 치러야 할 상황이었다. 이런 KIA에 희망을 가져다준 것은 수준급 외국인 선수의 영입이었다. KIA는 메이저리거 출신 투수 에센시오와 타자 브렛 필을 영입했다. 

 

에센시오는 전문 불펜 투수로 KIA의 고질적인 불펜 불안을 해결해줄 카드로 기대를 받고 있다. 경험이 풍부한 투수인 만큼 에센시오가 마무리 투수로 자리를 잡는다면 안정적인 불펜 운영을 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외국인 불펜 투수의 영입을 했다는 점은 그에 대한 KIA의 신뢰가 상당하다는 방증이다. 외국인 타자 브렛 필은 장타력과 정확성을 갖춘 선수라는 평가다. 보는 야구에도 능해 우리나라 투수들의 변화구에도 대한 적응력이 높다는 점도 반영된 영입이었다. 

 

1루수로 주로 나설 브렛 필의 영입은 부진에도 그 입지가 단단하던 주전 1루수 최희섭을 경쟁 체제속으로 몰아넣게 되었고 더 나아가 몸값을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주전급 야수진 전체에 큰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진 선수들의 육성과 기회 제공을 공언한 상황에서 주전급 선수들 역시 스프링 캠프에서 많은 땀을 흘려야 할 상황이 되었다. 

 

이렇게 외국인 선수 두 자리를 채운 KIA는 일본리그 다승왕 출신 데니스 홀튼의 영입으로 외국인 선수 구성에 마침표를 찍었다. 홀튼은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뛰었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는 투수였다. 전성기를 지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지만, 부상의 변수가 없다면 강력한 선발 투수로 자리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다. 동양야구를 오래동안 접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내부 FA 잡기에 실패하면서 우울하게 스토브리그를 열었던 KIA는 특급 외국인 선수 영입을 통해 전력의 약점을 보강하고 전력을 더 강화하는 효과를 얻었다. 실제 KIA의 선수 구성은 결코 타 팀에 뒤지지 않는다. KIA의 큰 장점인 선발 투수진은 윤석민의 합류가 불투명하지만, 외국인 투수 홀튼을 시작으로 김진우, 지난해 부활한 좌완 양현종, 지난해 김상현과의 트레이드로 영입한 FA 재수생 송은범까지 그 면면이 화려하다. 여기에 좌완 선발 투수로 가능성을 보인 박경태와 베테랑 서재응, 그밖에 젊은 투수들이 5선발로 가세한다면 그 힘이 상당하다.

 

타선 역시 지난해 부상으로 큰 활약을 못 했지만, FA로 영입한 김주찬과 타격에 눈을 뜬 신종길의 테이블 세터진이 수준급이고 부상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인 이범호, 팀의 중심 타자로 확실하게 자리한 나지완, 외국인 타자 브렛 분, 심기일전할 것으로 기대되는 안치홍, 최희섭으로 구성될 중심 타선의 힘도 어느 팀 못지않은 힘이 있다. 3할 타자로 거듭난 김선빈 역시 상위타선 하위타선 모두에서 역할이 기대된다.

 

하지만 박기남, 김원섭을 제외하면 내.외야의 백업층이 두텁지 못하고 주전 포수 김상훈의 급격한 노쇠화 이후 확실한 대안 마련이 되지 않은 포수 포지션은 큰 약점으로 대두할 가능성이 높다. KIA는 선수 육성에 기대하고 있지만, 장기간 시간이 필요한 선수 육성의 성과를 올 시즌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KIA 타이거즈

- 무적 해태의 영광, 뜨거운 팬들의 성원, 전폭적인 구단의 지원

- 고비용 저효율의 구단 운영, 부상 도미노 속 막지 못한 성적하락

 

 

또한 외국인 투수 에센시오의 영입으로 마무리 투수 대안이 마련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불펜진에 대한 해법 마련도 필요하다. 에센시오 카드가 실패했을 때 그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큰 불안요소다. 유동훈과 같은 베테랑 선수들의 회춘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다. 결국, 영건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부상에서 회복한 좌완 심동섭과 지난해 혹독한 2년 차 징크스에 시달렸던 박지훈 등의 잠재력 폭발이 절실한 KIA다. 하지만 불펜진의 질과 양에서 상위권 팀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불펜진 구성과 운영은 올해도 큰 숙제다.

 

올 시즌에도 KIA는 전반적으로 주전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높고 이들의 부상 위험은 여전하다. 외국인 선수 3인의 성공여부도 아직 확신할 수 없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 역시 확실한 전력보강 카드가 아니다. 어쩌면 KIA의 위기는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이는 해마다 KIA를 상위권 후보로 올려놓았던 많은 이들의 시즌 전 평가를 달라지게 할 수 있다. 당장은 상위권 팀과의 격차가 느껴지는 KIA의 상황이다.

 

그럼에도 KIA는 기대를 하는 팀이다. 주전 선수들의 면면이 화려하고 이들이 함께 할 수 있다면 상당한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지도력에 대한 혹독한 비판에 시달렸던 선동렬 감독 역시 계약 마지막 해가 되는 만큼 그의 진정한 능력을 보여줄 시기가 되었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비판 여론에 고개를 숙여야 했던 선수들 역시 성적으로 말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지난해 믿을 수 없었던 추락을 경험했던 KIA가 올 시즌 새로운 홈 구장에서 그들의 무뎌진 발톱을 가다듬고 진짜 호랑이로 다시 태어날지 아니면 또다시 종이 호랑이로 남을지 올 시즌 프로야구 인기 회복을 위해서도 그들의 부활은 꼭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사진 : KIA 타이거즈 홈페이지, 글 : 심종열, 이메일 : youlsim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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