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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프로야구에서 가장 뜨거운 가을을 보냈던 팀은 두산이었다. 포스트시즌 내내 보여준 두산의 투혼은 야구팬들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정규리그 1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3승 1패로 앞서고도 단 1승을 거두지 못해 준우승에 그친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 아쉬움을 덮을 만큼 두산의 2013시즌은 그들 야구의 참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아울러 전력 보강만 조금 더 이루어진다면 우승목표도 가능하다는 희망을 품게 하기에 충분한 시즌이었다. 하지만 두산의 선택은 변화였다. 그리고 그 변화의 폭을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베테랑들의 상당수가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FA 시장에서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을 떠나보낸 것은 과열된 시장에서 나름대로 원칙을 지킨 판단이었다는 평가도 다수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2차 드래프트에서 공수에서 소금 같은 역할을 하던 임재철을 떠나보낸 데 이어 선발과 불펜에서 역할을 해주던 김태영과 좌완 불펜 이혜천마저 팀을 떠났다. 여기에 깜짝 트레이드로 미래의 거포 윤석민마저 넥센으로 팀을 옮기자 두산 팬들의 반발이 극에 달했다. 두산이 변화의 주요 명분으로 내세운 세대교체에 부합하지 않은 트레이드였기 때문이었다.






두산이 윤석민과 맞바꾼 장민석은 넥센에서 주전 경쟁에서 밀린 상황이었고 2013시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나이도 30대 선수로 베테랑 외야수들을 다수 정리한 것과는 맞지 않는 선택이었다. 윤석민이 부상으로 주춤하긴 했지만, 두 자리 수 홈런을 언제든 때려낼 수 있는 정확성도 갖춘 내야수임을 고려하면 넥센에 날개를 달아준 트레이드라는 비판이 많았다. 


두산은 안팎의 비판에도 흔들리지 않고 팀을 개편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끈 김진욱 감독이 경질됐다. 구단과의 마찰이 그 원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김진욱 감독은 작전 수행이나 선수 기용에서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두산 특유의 뚝심 야구를 되살리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고 3년 차에 접어드는 2014시즌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변화의 물결  속에 김진욱 감독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경질되는 비운을 맞이했다. 두산의 파격은 신임 감독 선임에도 나타났다. 두산은 야구팬들에게 생소한 이름의 송일수 감독을 김진욱 감독 후임으로 결정했다. 지난해 두산 2군 감독을 역임하고 60대의 경험많은 감독이라고 하지만, 우리프로야구에서 지도자 경험일 일천한 초보 감독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결국, 두산의 변화는 선수와 코칭스탭 구성까지 팀 전체를 바꾸는 대공사로 이어졌다. 과거 두산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베테랑 중 홍성흔과 김동주 정도만 팀에 남았다. 김동주 역시 내년 시즌 거취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두산은 인위적인 세대교체를 통해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팀 체질을 개선하는 선택을 했다.


두산 프런트는 지금의 전력으로 상위권 유지는 가능하지만, 우승에는 이르기 힘들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두산의 두터운 선수층과 2군 시스템을 믿고 젊은 선수들의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그 힘으로 팀을 바꿔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자금난에 시달리는 모기업 사정과 맞물리면서 두산의 변화는 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낳고 있다. 그럼에도 두산은 멈추지 않았다. 


두산은 팀을 젊게 하면서도 성적을 포기하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영입에서 그 의지를 보이고 있다. 메이저리거 출신 거포 호르헤 칸투를 영입하며 타선의 힘을 실어준 데 이어 에이스 니퍼트와 비슷한 유형의 크리스 볼스테트드를 선발진에 합류시키면서 꽉 짜인 선발 투수진을 구축했다. 기존의 노경은, 유희관, 이재우에 니퍼트, 볼스테드가 더해진 선발진은 분명 위력적이고 두산의 강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타선 역시 상당수 주전이 빠졌지만, 이를 대체할 자원이 풍부하다. 외야진은 간판타자 김현수에 정수빈, 민병헌이 있어 든든하고 유망주 박건우와 트레이드로 영입한 장민석으로 이어지는 백업진도 당장 주전으로 손색이 없다. 내야진은 만개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이원석, 김재호, 오재원으로 이어지는 라인이 공격과 수비 모두 상당한 기량을 갖추고 있다. 


허경민, 최재훈의 백업진과 부활을 꿈꾸고 있는 고영민도 내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지난해 기량이 급성장한 오재일 역시 더 발전된 모습이 기대된다. 주전 1루수 기용이 예상되는 외국인 타자 칸투가 부진하더다로 이를 대체할 자원이 있고 타선이 힘 또한 크게 떨어지지 않는 두산이다. 지명타자로 나설 홍성흔 역시 30대 후반에 접어들었지만, 충분히 제 몫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타자다. 


이런 강점을 확실히 살리는 데 필요한 것은 역시 불펜진의 안정이다. 두산은 지난해 불펜문제로 곤욕을 치러야 했다. 이는 포스트시즌도 다르지 않았다. 기복이 심한 두산 불펜진은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했고 불펜 소모전을 불가피하게 했다. 결과적으로 불펜의 힘에서 밀린 두산은 한국시리즈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두산 베어스

- 2013년 영광을 뒤로한 과감한 변화

- 젊고 강한 팀으로 변신 가능할까?


두산은 부상에서 돌아온 이용찬의 부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새로운 마무리 투수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은 이용찬이 부상을 이겨내고 제모습을 되찾는다면 불펜진 전체가 강화될 수 있다. 지난해 롤러코스터 투구로 마음을 졸이게 했던 홍상삼을 셋업맨으로 고정할 수 있게 되고 부담을 던 홍상삼이 더 좋은 투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 윤명준, 오현택, 변진수, 김명성의 젊은 투수들과 노장 정재훈이 어우러진 불펜진은 질적으로 양적으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하지만 이용찬의 부상극복과 재활을 100%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두산의 2014년 주요 화두는 변화다. 그 변화 속에 두산은 세대교체와 더불어 성적도 함께 잡으려 하고 있다.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화수분 야구라고 칭해지는 두산의 두터운 선수층은 분명 큰 장점이지만, 주축을 이루던 베테랑들이 떠나면서 허전해진 팀의 뼈대를 다시 세워야 하는 과제가 있다. 누가 팀의 중심이 되고 팀을 이끌어야 할지 등의 역할분담부터 잘 이루어져야 하는 두산이다. 여기에 정규리그를 치르면서 겪게 되는 고비에서 재편된 코칭스탭이 위기관리 능력을 보일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두산은 변화의 단점보다 장점을 우선 고려했다. 팬들의 반발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두산은 성적으로 변화가 옳았음을 증명해야 한다. 만약 두산의 변화가 성공한다면 세대교체와 성적을 모두 잡는 이상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엄청난 반발과 함께 또 다른 변화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두산의 두 마리 토끼 잡기의 성공 여부가 주목된다. 


사진 : 두산 베어스, 글 : 심종열, 이메일 : youlsim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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