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반응형
728x170

옛말에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진다는 말이 있다. 힘이 센 세력 간의 싸움에 휘말린 힘 없는 세력이 이리저리 휘둘리다 큰 화를 입는 것이 중요한 예라 할 수 있다. 프로야구는 출범 이후 고래들 즉, 대기업들의 싸움이었다. 모 기업의 지원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에서 불가피한 일이었다. 그중에서도 자금력이 떨어지는 팀은 전력을 유지하기 힘들었고 모기업의 몰락과 팀의 몰락이 함께 이루어지기도 했다.

 

이런 프로야구 상황에서 등장한 우리 히어로즈, 지금의 넥센 히어로즈는 당시로선 엄청난 사건이었다. 경제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명문 구단 현대가 모 기업의 어려움속에 매물로 나온 상황, 하지만 그 현대를 인수할 팀이 없었다. 몇 몇 대기업의 인수 시도가 있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무산됐다. 자칫 8개 구단 체제가 무너질 위기였다.

 

이런 현대를 인수하면서 등장한 팀이 히어로즈였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창단 당시부터 기대보다는 우려가 컷다. 단단한 모기업도 없었고 구단을 운영하는 이들의 면면도 베일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야구전문 기업의 등장은 신선했지만, 기존에 없었던 구단 운영방식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히어로즈는 우려대로 초창기 자금난에 시달렸다. 그들의 중요한 자금원인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주력 선수를 타 팀에 현금 트레이드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고 선수들의 연봉도 대폭 삭감되기도 했다. 당연히 경기력이 떨어지고 하위권을 전전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히어로즈에 넥센이라는 파트너의 등장은 큰 전환점을 가져다 주었다.

 

 

(외국인 거포들과의 대결 앞둔, 리그 최강 4번타자 박병호)

 

 

넥센 히어로즈로 팀 명을 변경한 이후 팀은 점점 자리를 잡아갔다. 자금난에서 벗어나면서 전력에 대한 투자도 늘었고 과감한 트레이드로 전력 보강도 이루어냈다. 선수 육성의 성과도 나타났다. 이렇게 조금씩 팀을 발전시킨 넥센 히어로즈는 2013시즌 정규리그 3위라는 놀라운 성과를 얻어냈다. 과거 동네북 신세였던 가난한 구단이 상위권 팀으로 도약한 일대 사건이었다.

 

비록 시즌 막판 힘이 떨어지면서 순위 싸움에서 아쉽게 2위 자리를 놓치고 포스트시즌, 준PO에서 2승을 먼저 하고 3연패 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들의 성과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성과가 일시적인 돌풍이 아니라 시즌 내내 꾸준함을 유지한, 말 그대로 안정된 전력에 기초한 것이었다는 점이 의미가 있었다.

 

2013년 시즌의 기억을 뒤로하고 넥센 히어로즈는 그 이상의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전력도 그만큼 강하다. 넥센 야구를 특징짓는 타선의 힘은 리그 최상급이다. MVP 박병호를 중심으로 그를 둘러싼 이택근, 강정호는 기술과 힘을 겸비하고 있다. 지난해 새롭게 발견된 김민성은 거포 내야수로 중심 타선에 무게감을 실어줄 수 있다. FA를 앞둔 거포 외야수 이성열도 더 발전된 모습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거포 군단을 뒷받침할 기동력 야구 역시 강하다. 재능있는 2루수 서건창은 올 시즌 다소 부진했지만, 1번 타자로서 충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2루수다. 여기에 젊은 외야수 문우람의 존재도 큰 힘이 된다. 장타력을 갖추 선수들 중 상당수도 뛸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백업 층도 단단하다. 또 다른 주전 외야수 장민국을 두산으로 보내면서 영입한 윤석민은 한때 두산 미래의 4번타자로 주목받던 선수였다. 3루와 1루수 수비가 가능한 윤석민이 지난해 그를 괴롭혔던 부상만 떨쳐낸다면 넥센 타선의 화력을 더 강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 외에도 내.외야가 모두 가능한 서동욱, 재치있는 플레이가 돋보이는 내야 요원 유재신과 김지수, 대타 전문으로 활약할 수 있는 오윤과 노장 송지만도 엔트리를 더 강화시킬 수 있는 선수들이다. 외국인 타자로 영입된 로티노는 명성은 타 팀 외국인 선수에 비해 떨어지지만, 내. 외야 수비가 모두 가능한 전천후 선수로 넥센 전력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타선에서만큼은 넥센 히어로즈는 더 강력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강력한 타선을 뒷받침한 투수진 운영이 넥센의 더 큰 꿈을 실현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넥센은 나이트, 벤헤켄 두 외국인 투수와 재계약했다. 충분히 재계약할 수 있는 성적을 남긴 투수들이었다. 하지만 나이트는 30대 후반에 이르는 나이가 큰 걸림돌이고 벤헤켄 역시 30대 중반에 이르는 나이와 함께 구위가 강력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타 팀에서 메이저리그 출신 외국인 투수를 대거 영입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지는 외국인 투수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넥센은 리그 적응력과 함께 검증된 외국인 투수와의 계약 연장을 선택했다. 이 두 외국인 투수가 지난해 정도 활약만 이어간다면 성공이라 할 수 있다. 결국, 토종 선발 투수들의 분전이 절실하다. 지난해 후반기 넥센 히어로즈는 그 가능성을 발견했다.

 

좌완 오재영과 우완 문성현의 선발 로테이션 진입니다. 오재영은 부상 재활 이후 좌완 불펜투수로 주로 나섰지만, 선발 투수로서 재기에 성공했다. 빠른 공은 아니지만 날카로운 제구와 경기 운영능력이 돋보였다. 올 시즌 선발진의 한 축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구위는 좋지만, 경기에 나서면 흔들리는 모습이 많았던 문성현 역시 지난해 후반기 안정된 투구로 새로운 희망이 되었다. 지난해 후반기 투구내용만 유지할 수 있다면 더 발전된 모습이 기대된다.

 

이들 외에 터질 듯 터지지 않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강윤구, 김영민도 선발진에 힘을 보태야 할 선수들이다. 경험이 쌓인 만큼 올 시즌 기대를 걸 수 있는 선발투수 후보다. 선발진에 비해 불펜진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세이브왕이자 골들글러브 수상자인 마무리 손승락은 부상만 없다면 여전히 리그 최고 수준의 마무리 투수다. 한현희는 손승락을 앞은 지키는 든든한 리그 최강의 셋업맨이다. 지난해 포스트 시즌에서 두 불펜 원투펀치는 엄청난 호투로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넥센의 수호신 세이브왕 손승락)

 

 

이들을 뒷받침할 이정훈, 송신영, 마정길을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이고 군에서 제대한 젊은 투수들도 불펜진에 가세할 수 있다. 올해 사실상 마지막 기회를 잡은 김병현 역시 불펜진을 강화할 히든카드라 할 수 있다. 베테랑들이 주축인 불펜이지만, 이들의 경험과 신예 선수들의 패기가 조화된다면 경기 후반을 든든히 지켜줄 수 있는 구성이기도 하다.

 

이렇게 넥센 히어로즈는 아직 젊고 더 발전 가능성이 높은 팀이다. 지난해 3위로 시즌을 완주하고 포스트 시즌의 경험은 분명 팀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킬 밑거름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넥센 히어로즈는 연봉 협상의 흐름을 주도하는 과감한 계약으로 성과를 낸 선수들에게 파격적인 보상을 해주었다. 팀 운영에 대한 자신감이 표출이기도 했다. 선수들의 사기도 높이는 효과도 있었다.

 

넥센 히어로즈는 지난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긴 했지만, 여전히 돈의 문제에서는 대기업 구단과 비교할 수 없는 빠듯한 살림이다. 특급 외국인 선수의 계약이 이어지는 가운데도 넥센은 움직임이 없었고 FA 시장도 그대로 지켜보기만 했다. 대신 내부 결속력을 높이고 내실을 다지는 선택을 했다. 하지만 2014년을 맞이하는 넥센은 전력은 상위권 진입을 노릴 수 있는 수준임에 틀림없다.

 

과연 넥센 히어로즈가 2013시즌의 도약을 더 뛰어넘는 도약을 할 수 있을지 거대 기업이 주도하는 프로야구 시장에서 고래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그들을 이기는 슈퍼새우로 확실하게 자리할 수 있을지 만약 2014시즌에도 지난해와 같은 선전이 이어진다면 야구 전문기업으로의 위치는 더 단단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선전 여부가 주목된다. 

 

사진 : 넥센 히어로즈 홈페이지, 글 : 심종열, 이메일 : youlsim74@naver.com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댓글
반응형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