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 년간 그리고 2013년, 프로야구 최하위 팀은 한화였다. 한화는 리그 최고의 선발 투수 류현진과 최고의 강타자 김태균을 보유했지만, 전체적인 전력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2012시즌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팀에 가세하기도 했지만, 전성기가 지난 그가 한화의 변화를 이끌기엔 무리였다. 그나마 올 시즌에는 박찬호의 은퇴, 에이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더 암담한 시즌을 보내야 했다.
올 시즌 한화는 9개 구단 체제로 처음 치러진 정규리그에서 첫 9위 팀의 굴욕을 맛봐야 했다. 신생팀 NC와 시즌 초반 하위 맞수가 되는 것도 모자라 한 참 떨어진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128경기를 하면서 42승 85패 1무의 전적은 승률 3할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었다. 그나마 시즌 막판 분전으로 2할대의 승률을 올렸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한화가 성적 향상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FA 영입으로 변화를 꾀하기도 했고 구장을 넓히기도 했다. 과거 우승청부사로 이름이 높았던 명장 김응룡 감독을 영입하고 오랜 기간 지속되었던 코칭스탭의 순혈주의 전통도 깼다. 2군 연습장을 개장하고 팜스템도 정비했다. 하지만 오랜 기간 황폐해있던 2군이 금세 본궤도에 오르기 힘들었다. 김응룡 감독 역시 오랜 경기 공백을 이겨내는데 무리가 있었다.
특히, 너무나도 허약한 전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힘들었다. 선수육성에 소홀하면서 흔들려버린 팀 기반을 다시 세우기가 쉽지 않았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올 시즌이 끝나고 한화는 팀 전력에 보탬이 되는 실질적인 변화를 모색했고 실천했다. FA 영입과 외국인 선수 영입이 치밀하고 과감하게 이루어졌다. 팀 물갈이도 과감하게 이루어졌다.
이런 변화를 통해 한화는 한층 더 젊고 빠른 팀으로 재편되었다. FA 시장에서 한화는 팀에 필요한 포지션을 보강했다. 리그 최상위권 외야수 이용규와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가 팀에 합류했다. 두 선수 모두 타격과 기동력, 수비능력을 겸비한 선수들이었다. 한화는 가장 시급했던 포수보강에는 실패했지만, 센터라인 강화에 성공했다.
이용규는 부상, 정근우는 기량이 내림세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평가도 있었지만, 한화는 과감한 배팅으로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내년 시즌 한화는 3할에 20도루 이상이 가능한 테이블 세터진 구축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한화는 내부 FA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이대수, 박정진, 한상훈에 다년 계약을 안기며 팀에 잔류시켰다. 최근 성적만 고려한다면 계약에 진통이 예상되었지만, 한화는 과감히 지갑을 열었다.
그동안 계속된 성적 부진으로 내부 선수들과의 연봉 협상에서 박하다는 인상이 많았던 한화는 오랜 기간 팀에 헌신한 선수들에 충분한 보상을 하면서 외부 FA 영입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위화감을 막고 선수단의 사기를 높였다. 이렇게 FA 시장을 활발하게 누빈 한화 프런트는 외국인 선수 영입에도 이전과 달리 심사숙고했다.
올 시즌 팀과 함께했던 이브랜드, 바티스타와 재계약을 포기한 한화는 우완 투수 클레이와 좌타 외야수 펙릭스 피에를 영입했다. 클레이는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지만, 미국에서도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던 선수였다. 메이저리그 바로 아래 단계인 트리플A 성적도 준수했다. 무엇보다 젊은 투수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한화는 선수단 개편으로 젊어진 팀에 어울리는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
이에 더해 외야를 책임질 펠릭스 피에는 장타자는 아니지만, 과거 한화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타자 데이비스를 연상하게 한다. 중거리 타자로좌.우중간을 뚫어낼 타격 능력과 빠른 발이 있는 선수라는 평가다. 한화는 올 시즌 넓어진 경기장을 커버 할 외야진 부족으로 고심해야 했다. 외야진의 수비능력이 극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화는 이러한 팀 사정을 고려해 외국인 타자를 선택했다.
한화는 이용규, 펠릭스 피에가 한화 홈구장을 넓은 지역을 잘 지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그러한 능력이 있는 선수다. 정근우와 더해 3명의 기동력 있는 선수들의 찬스메이커로도 역할을 할 수 있다. 한화는 김태균, 최진행, 김태완으로 이어지는 중량감 있는 중심타선이 있다. 군에서 제대하고 올 시즌 팀에 합류한 송광민은 대형 내야수로 기대를 모으고 있고 이양기라는 거포형 타자 유망주도 있다. 즉, 테이블 세터진에서 득점기회만 잘 만들어 낸다면 공격력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될 여지가 많다.
한화 스피드 업 3인방
- 이용규, 정근우, 펠릭스 피에
→ 3할 타격, 도루 20개, 단단한 수비의 3인방 될까?
올 시즌 한화는 공격을 풀어줄 선수 부재로 공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없었다. 한화가 새롭게 영입한 이용규, 정근우, 펠릭스 피에 트리오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이렇게 전력 보강을 위한 동분서주한 한화지만, 아직도 부족함이 있다. 특히 투수력에서 의문부호가 남는다. 한화가 기대하는 영건 김혁민, 유창식, 송창현이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는 한 명 남은 외국인 선수 영입을 더 심사숙고하게 한다. 외국인 투수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 한화이기 때문이다. 선발마운드와 더불어 마무리 송창식이 고군분투한 불펜진도 정비가 필요하다. 엷은 선수층을 보강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남겨놓은 포스팅 비용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스토브리그에서 한화는 분명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빠른 의사결정으로 전력 보강의 의지에 진실성을 보였다. 2군 육성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도 보였다. 하지만 상위권 도약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한화다. 다만 공격력과 수비력 모두를 강화하기 위해 영입한 이용규, 정근우, 펠릭스 피에는 한화 야구를 변모시킬 수 있는 카드임이 틀림없다.
이들이 상위타선에서 신바람을 낼 수 있다면 최소한 공격력에서만큼은 상당한 수준을 전력을 구축할 수 있다. 한화로서는 한층 더 강화된 스피드가 내년 시즌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3인의 조합이 만들어낼 결과물이 어떤 것일지 이는 한화의 하위권 탈출은 물론이고 그동안 겪었던 한화의 아픈 기억을 지워낼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한화이글스 홈페이지, 글 : 심종열, 이메일 : youlsim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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