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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로야구를 결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은 제9 구단 NC 다이노스의 창단과 리그 참여였다. 오랜 기간 유지되었던 8개 구단 체제가 깨진 것은 물론이고 신흥 IT 기업을 모기업으로 하는 구단의 창단은 여러 가지로 큰 의미가 있었다. 야구 열기가 뜨거운 통합 창원시를 연고로 한 탓에 경남, 부산을 연고로 하는 롯데와의 대결구도가 큰 관심사가 되기도 했다.

 

NC는 신생팀의 어려움을 적극적인 구단 운영으로 극복하려 했다. NC는 대기업 구단 못지않은 과감한 투자로 팀을 안정시켰다. 1년간 2군에서 유망주들을 중심으로 팀을 만들었던 NC는 올 시즌을 앞두고 특별 지명과  FA 영입을 통해 팀에 필요한 부분을 채웠다. 젊은 팀다운 빠른 의사결정과 결단력이 돋보이는 선수 보강이었다.

 

NC의 FA 영입 중심에는 이호준이 있었다. 이호준은 SK의 중심 타자로 자리했던 선수였다. 그 과정에서 숱한 우승의 영광을 함께했고 SK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선수이기도 했다. 이런 이호준이 SK를 떠나 NC에 새롭게 둥지를 틀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30대 후반으로 접어든 나이와 그를 괴롭히는 고질적인 무릎부상, 적응의 문제 등은 이호준의 SK 잔류를 예상하게 했다. SK 역시 이호준을 우선 협상에서 잔류시키지 못했지만, 그가 팀을 떠날것으로 예상하지 않았다. 협상에 미온적이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관록에 더해진 실력, NC 4번 타자이호준) 



 

하지만 NC의 판단은 달랐다. 젊은 선수들의 주축을 이룬 팀 사정상 경험 많은 베테랑, 그것도 팀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다. 이호준은 NC에 적합한 베테랑 선수였다. NC는 이호준의ㅏ 장점을 더 높이 평가했고 전격적으로 계약에 성공했다. SK는 또 한 명의 주력 선수를 떠나보내는 순간이었다. 이호준은 편안한 선수 생활의 후반기 대신 또 다른 도전을 선택했다.

 

이호준은 NC에서 4번 타자로 중용되었다. NC는 이호준에게 클러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중심 타자 외에 선수들의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기대했다. 패기는 있지만,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의 대다수인 NC에서 이호준의 존재는 그만큼 중요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출발은 좋지 못했다. NC는 신생팀의 한계를 드러내면 1승을 거두기 힘겨웠고 이호준의 역할도 미미했다.

 

백전노장 이호준 역시 신생팀에서 첫 시즌을 부담스러웠다.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만 앞선 결과였다. 공교롭게도 NC는 공격력 약화로 시즌 초반 고심을 거듭해야 했다. 외국인 투수 3인방과 새롭게 떠오른 스타 이재학, 싱싱한 어깨의 영건들이 주축인 마운드는 수준급이었지만, 1군 투수들에 대한 타자들의 대응력이 떨어졌다. 중심 타자 이호준 역할이 필요했지만, 시진 초반 그것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호준은 시즌 중반 이후 날이 더워지면서 제 페이스를 찾기 시작했다. 타격감을 되찾은 이호준은 여름철 더 뜨거운 방망이를 과시했다. 타격 각 부분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팀의 해결사로 NC의 신생팀 돌풍을 이끌었다. 우려되던 부상도 완전히 떨쳐냈고 꾸준함을 유지했다. 기량이 내림세로 들어설 것이라는 예상을 깬 활약이었다.

 

이호준은 올 시즌 타율 0.278, 123안타, 20홈런에 87타점으로 NC의 4번 타자로 손색이 없는 성적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부상 없이 시즌을 완주했다는 점이 큰 의미가 있었다. 특히 득점권 타율이 0.358에 이르렀고 리그 타점 부분 6위에 올랐다는 점은 그의 팀 기여도가 높았음을 보여주는 성적 지표였다. 이호준을 중심으로 한 NC 타선은 후반기 매서운 공격력을 보이며 기대 이상의 승수를 쌓는 데 큰 힘이 되었다.

 

이렇게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던 이호준의 신생팀 NC에서의 첫 시즌을 성공적이었다. NC와 이호준의 선택은 올 시즌 성공 그 이상이었다. 올 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이호준은 내년 시즌에도 팀의 중심 타자로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몇 가지 제한 조건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우선 30대 후반에서 한 살이 더 먹는 나이에 따른 힘과 체력저하 우려를 씻어내야 한다. 올 시즌 이호준의 모습이라면 기량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호준

- SK 황금기를 이끌었던 주역에서 신생팀 NC의 구심점으로

- 관록에 더해진 나이를 잊은 활약으로 입증한 베테랑의 힘


 

한층 두터워진 NC 선수층에서 파생될 팀 내 경쟁도 변수다. 물론, 올 시즌 이호준의 팀 내 입지는 절대적이었다. 내년 시즌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새롭게 선수들의 FA로 영입되고 외국인 타자가 가세하는 환경은 이호준을 다시 한 번 긴장하게 한다. 부상이나 기량 저하현상이 지속한다면 그가 지키는 지명타자 자리가 흔들릴 수 있다. 이호준이 방심할 수 없는 이유다.

 

내년 시즌 NC는 공격적인 선수 보강으로 신생팀의 티를 벗고 상위권 도약을 노리고 있다. 외국인 선수를 한 명 더 엔트리에 포함시킬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각 부분에 베테랑 선수들의 다수 포진된 것도 중요한 플러스 요인이다. 지난해 재기에 성공한 손민한과 긴 부상 터널을 지난 또 다른 재기를 노리는 박명환이 투수조에 가세했다. 야수진에는 이종욱과 손시헌이 기존의 이호준, 이현곤에 함께 팀을 이끌어 갈 선수다.


하지만 역시 NC의 첫 1군 진입과 함께했고 4번 타자로 올 시즌 내내 활약한 이호준에게 무게감이 더 실리는 것이 사실이다. 올 시즌 이호준은 팀의 믿음에 확실히 보답했다. 내년 시즌 역시 이호준은 팀의 4번 타자로 타선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 1994년 프로에 데뷔한 이호준은 내년이면 프로 20년 차에 이르는 선수가 된다. NC는 그에게 프로선수로서 사실상 마지막 팀이다. 


하지만 이호준은 올 시즌 아직 그가 보여줄 것이 많음을 입증했다. 내년 시즌 그리고 그 다음 시즌 이호준이 NC에서 만들어갈 기록들과 기억들이 어떤 것일지 궁금해진다. 


사진 : NC 다이노스 홈페이지, 글 : 심종열, 이메일 : youlsim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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