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이저리그 추신수의 FA 계약은 야구 팬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예상대로 추신수는 텍사스와 아시아선수 최고액으로 장기 계약에 성공했다. 또 한 명의 스포츠 재벌의 탄생이었다. 무엇보다 성공하기 더 힘들다는 타자라는 점이 그 가치를 더했다. 박찬호로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도전사는 대부분 투수들이 그 중심이었다.
메이저리그 도전 초창기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낸 선수 중 김병현도 포함된다. 김병현은 대학 재학 중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이후 정상급 불펜 투수로 화려한 선수생활을 했다. 월드 시리즈 우승의 영광도 누릴 수 있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도 이루지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거 김병현이 순탄한 시간만을 보낸 것은 아니었다.
부상선발투수에 대한 열망이 강했던 김병현은 편안한 길을 버리고 도전을 선택했다. 언더핸드 선발투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뒤로하고 김병현은 선발 투수의 길을 갔다. 한 때 안착의 가능성도 있었지만, 이내 한계에 봉착했다. 뜻하지 않은 부상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김병현은 점점 주목받는 메이저리거 대열에서 이탈했다.
여기에 미디어와의 관계까지 좋지 못했고 가금씩 나오는 돌발행동이 그에 대한 평가를 더 부정적으로 만들었다. 결국, 김병현은 소리소문없이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다. 150킬로를 넘는 강속구와 마구로 불리던 슬라이더와 떠오르는 업슛의 기억을 뒤로한 채 김병현은 상당 기간 그 모습을 감추고 살았다. 한동안 야구를 벗어나 다른 일을 하기도 했다.
(부활하지 못한 핵잠수잠 김병현)
모두가 김병현의 야구 인생이 이렇게 끝났다고 여겼다. 하지만 김병현은 야구를 떠나지 않았다. 수년간의 공백을 딛고 김병현은 재기를 돌아왔다. 한때 일본리그에서 재기를 모색하기도 하고 독립리그에서 선수생활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예전 기량을 되찾진 못했다. 긴 공백이 문제였다. 이런 김병현에서 넥센은 국내 무대에서 재기의 기회를 주었다.
해외진출 선수 특별지명권으로 김병현에 대한 보유권을 가지고 있었던 넥센은 김병현을 국내로 복귀시켰다. 비록 전성기가 지났지만, 김병현이 가지고 있는 많은 경험과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언더핸드 투수라는 장점, 그의 승부근성을 믿었다. 넥센은 재기가 불투명한 김병현에 거액의 연봉을 안기며 큰 기대를 걸었다. 김병현 역시 적극적으로 재기의 의지를 보였다.
2012시즌 김병현은 넥센의 선발투수로 우리 프로야구 마운드로 돌아왔다. 그가 예전 기량의 70%만 발휘해도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문제는 경기 감각이었다. 김병현은 흐트러진 투구폼을 쉽게 되찾지 못했다. 제구 불안이 계속되었고 자연스럽게 투구의 기복이 심했다. 넥센은 김병현을 믿고 계속 기용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2012시즌 김병현은 3승 8패 방어율 5.66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넥센은 김병현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그의 부진을 적응의 문제로 보았다. 다음 시즌에는 좋은 모습을 보일 거라는 확신과 함께 김병현을 신뢰했다. 넥센의 기대 속에 맞이한 2013년, 김병현은 시즌 초반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재기의 가능성을 높였다. 제구가 더 안정되고 경기 운영도 매끄러워졌다. 넥센의 상승세도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김병현의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고질적인 제구 문제가 다시 발생했고 베테랑 답지 않게 스스로 페이스를 잃고 경기를 그르치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돌출 행동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계속된 부진 속에 김병현은 시즌 중반 이후 2군에 머무르는 일이 많아졌다. 넥센은 치열한 상위권 경쟁을 하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김병현은 소속팀의 선전을 지켜봐야만 했다.
시즌 막판 순위경쟁과 포스트시즌에서도 김병현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의 경험을 고려하면 불펜투수로서 활용 가능성도 있었지만, 김병현에게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김병현의 2013시즌은 조용히 마무리되었다. 김병현은 올 시즌 5승 4패 5.26의 방어율로 지난해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넥센 구단 역시 김병현의 계속된 부진에 당근 대신 채찍을 들었다.
김병현
- 화려했던 메이저리그의 기억, 그리고 방황, 국내 무대로의 복귀
→ 극복못한 긴 공백, 계속된 부진, 선수생활의 기로에 선 핵잠수함
내년 시즌을 위한 연봉 협상에서 김병현은 대폭의 연봉삭감을 받아들여야 했다. 팀의 고참 선수로 기대에 못 미친 부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력 선수들에 대한 파격적인 연봉인상을 해주었던 넥센이지만, 해줘야 할 선수의 부진에는 온정이 없었다. 대폭의 연봉 삭감은 김병현에 대한 특별대우가 더는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1979년생인 김병현은 30대 중반을 넘어 후반의 나이가 된다. 반전의 계기를 잡지 못한다면 선수로서 거취를 걱정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토록 원했던 선수로서 재기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절박한 마음으로 시즌에 임할 수밖에 없다. 만약 성적 부진으로 그가 선수생활을 접는다면 자존심 강한 그로서도 견디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내년 시즌 넥센은 올 시즌 돌풍을 이어 다시 한 번 상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다. 단단해진 전력을 올 시즌 이상의 성적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강력한 타선에 비해 투수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보인다. 김병현이 제 기량을 되찾고 선발과 불펜진에 가세한다면 천군만마가 될 수 있다. 김병현 역시 명예 회복을 위한 사실상 마지막 기회를 잡아야 한다.
이제 김병현은 전직 메이저리거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스스로 힘으로 경쟁을 이겨내고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그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물론,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야구 팬들은 한 때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던 핵잠수함 김병현을 기억하고 있다. 김병현이 우리나라 리그에서 멋지게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 2년간 방향을 잡지 못했던 핵잠수함이 내년 시즌 기대했던 경로를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 : 넥센 히어로즈 홈페이지, 글 : 심종열, 이메일 : youlsim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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