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 상위권 전력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끊임없는 전력 보강이 이루어져야 하고 내부 선수 육성, 외국인 선수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 여기기 부상이라는 복병을 이겨내야 오랜 기간 상위권 팀으로 자리할 수 있다. 바꿔말하면 하위권 팀이 상위권으로 발돋움하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 점에서 KIA는 2009시즌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수성에 실패한 경우다. KIA는 우승의 영광을 뒤로하고 긴 시간 침체기에 있었다. 팀의 레전드 선동렬 감독을 영입하며 부활을 노렸지만, 팀은 퇴보를 거듭했다. 급기야 올 시즌에는 신생팀 NC에도 밀려 정규리그 8위에 그치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고질적인 선수들의 부상과 이를 메우지 못하는 허약한 백업 층, 여기에 기존 주전 선수들의 부진이 겹치면서 KIA는 시즌 내내 제대로 된 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런 KIA에 신종길의 존재는 한 줄기 빛과 같았다. 그동안 가능성을 폭발시키지 못하며 만연 유망주 아니 노망주였다. 심하게 말하면 계륵과 같았던 신종길은 올 시즌 환골탈태했다. 풀 타임 시즌을 소화한 신종길은 타율 0.310, 117안타, 50타점 29도루로 맹활약했다. 이용규와 김주찬의 부상으로 뻥 뚫린 KIA 외야진을 홀로 지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역시 2002년 프로 입단 이후 최고의 시즌이었다.
(의문부호 완전히 떨쳐낸 신종길)
시즌 전 전망은 그리 좋지 못했다. 나이는 30살이 접어들었고 KIA 외야진은 이용규, 김주찬이라는 붙박이 요원이 있었다. 여기에 김원섭이라는 3할 타자가 한 자리를 예약한 상황이었다. 백업 자리 역시 젊은 유망주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했다. 그 경쟁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신종길을 전력에서 이탈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신종길을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주변의 불리한 환경은 그에게 큰 자극제였다. 잠들었던 잠재력이 깨어났다. 해마다 시즌 초반 반짝하고 이후 긴 침체기에 빠졌던 악순환에서 벗어났다. 신종길을 시즌 초반 타격감을 계속 유지했다. 백업으로 시작한 시즌이었지만, 신종길을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했다. 그 사이 이용규와 김주찬이 부상으로 쓰러졌고 유망주들의 성장을 더뎠다. 신종길의 입지는 더 단단해졌다.
시즌 후반기 부상과 체력 저하고 고비가 있었지만, 신종길을 타격 각 부분에서 상위권에 자리하며 의미 있는 2013년을 만들었다. 하위권을 전전하면서 침체에 빠졌던 KIA에서 신종길을 나지완과 더불어 팀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몇 안 되는 선수였다.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단 1개의 실책도 범하지 않는 견실함을 보여주었다. 절실함으로 임한 시즌에서 신종길을 마침에 완전한 주전으로 자리했다.
이제 신종길을 발은 빠르지만 타격에서 기복이 심한 선수가 아니다. 올 시즌 활약은 그의 능력을 입증하는 기회였다. 이 경험이 신종길에게는 자신감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의 성공이 길었던 침묵을 깬 것이기에 더 가치가 있었다. 이 활약을 바탕으로 신종길은 연봉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KIA에서 몇 안되는 대폭 상승 가능성이 높은 선수가 되었다.
내년 시즌 전망도 좋다. 오랜 기간 팀의 1번 타자로 활약하던 이용규가 팀을 떠났고 그 자리를 메울 선수로 신종길은 훌륭한 대안이다. 김주찬, 김원섭, 나지완 등과 함께 KIA 외야진에 주축 선수로 자리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타자 영입 변수가 있지만, 그의 자리를 흔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주전 자리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신종길이 나태함과 자만심에 빠질 가능성도 높지 않다. 단단한 팀 내 입지는 한 경기 부진하면 곧바로 주전에서 제외되는 부담도 덜어줄 수 있다.
신종길은 30살이 넘은 나이에 뒤늦게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길었던 인고의 시간이었다. 그의 뒤에 따라다니던 의문부호도 완전히 떨쳐냈다. 내년 시즌 이용규, 윤석민 투.타의 핵심 선수가 빠진 KIA에서 신종길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이젠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한층 강력해진 상대 팀의 견제를 이겨내야 하는 과제가 있다. 풀타임을 꾸준히 소화할 체력도 보강할 필요가 있다. 늦깎이 성공을 이룬 신종길이 내년 시즌 부활을 노리는 KIA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궁금하다.
사진 : KIA 타이거즈 홈페이지, 글 : 심종열, 이메일 : youlsim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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