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스포츠든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 보다 지키는 것이 힘들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 팀의 타 팀의 집중 견제 대상이 되고 연구의 대상이 된다. 이런 타 팀의 도전을 이겨내기 위해 최고의 전력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프로야구 삼성은 최고의 자리를 3번 연속 지켜냈다. 올 시즌 삼성은 4번째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한 도전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주력 선수의 이탈로 조금 불안하게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두터운 선수층에서 끊임없이 선수를 육성하고 있지만, 마무리 오승환과 1번 타자 배영섭의 빈자리는 커 보인다. 배영섭은 이영욱, 정형식 등 재능있는 타자들이 다수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어 걱정을 덜 하게 하지만, 오승환의 빈자리는 쉽게 채워질 것 같지 않다.
그만큼 오승환이 차지하는 상징성과 압도적인 기량은 삼성에서 절대적이었다. 특히 삼성의 강점이었던 단단한 마운드는 무적의 마운드 오승환이 뒷문을 지키고 있어 가능했다. 이기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오승환의 상대 팀에 너무나 큰 벽과 같았다. 이기는 경기를 쉽게 마무리할 수 있다는 건 불필요한 전력 손실을 막고 안정적으로 리그를 운영할 수 있다. 삼성은 그것이 가능했다.
올 시즌 삼성은 오승환을 대신할 마무리 투수를 찾아야 하고 이는 불펜진 개편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일단 삼성은 안지만을 마무리 투수로 기용할 가능성이 높다. 안지만은 2010시즌부터 삼성 불펜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셋업맨으로 오승환의 앞자리를 지켜주었다. 힙합 스타일로 모자를 쓰는 등 개성이 넘치는 선수로도 이름난 안지만은 성적도 준수했다.
2010시즌 2점대 방어율 9승 9세이브 8홀드를 수확한 이후 2011시즌 2점대 방어율 11승 17홀드, 2012시즌 1점대 방어율에 28홀드, 2013시즌에도 22홀드를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불펜투수의 자리를 지켰다. 빼어난 구위와 배짱 넘치는 투구를 하는 안지만은 마무리 투수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부상으로 시즌 출발이 늦었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그동안 셋업맨으로 활약하면서 안지만은 다소 많은 투구 이닝을 소화했다. 해마다 이어지는 포스트시즌 등판도 피로를 누적시키는 요인이다. 결과에 대한 중압감이 더한 마무리 투수 자리에서 셋업맨으로 활약했던 만큼의 투구를 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현 삼성의 불펜 투수 중 안지만 만한 마무리 투수 후보는 없다. 부상만 없다면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가 될 기량도 갖추고 있다. FA 계약을 앞둔 시즌이라는 점도 큰 동기부여 요소다.
문제는 안지만이 마무리 투수로 돌아선 이후 그가 지켰던 셋업맨의 자리, 필승 불펜진을 어떻게 구성할지 여부다. 삼성은 동계 전지훈련 명단에 다수의 투수를 포함했다. 새로운 얼굴을 찾는 의미도 있지만, 다수의 선수를 시험하기 위한 의미도 있었다. 우선 고려되는 투수는 심창민이다. 심창민은 잠수함 투수로는 드문 150킬로 이르는 빠른 직구가 있다. 좌타자 승부에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스피드다.
2012, 2013시즌 불펜투수로 큰 경기에 자두 투입되면서 경험도 쌓았다. 하지만 아직 포스트 시즌과 같은 부담이 큰 경기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흔들리는 모습도 노출했다. 아직은 젊은 투수의 단점인 기복이 심한 투구를 떨쳐내지 못했다. 경험 많은 불펜 투수가 그 부담을 덜어준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승리 조에 자리할 베테랑 투수가 아쉬운 삼성이다.
좌완 권혁이 그 후보지만, 최근 부상이 겹치면서 성적 지표가 내림세에 있다는 점이 문제다. 지난해에는 좌타자 전문 스페셜리스트로 활용 폭이 좁아졌다. 삼성은 권혁이 예전과 같은 위력을 되찾고 승리 불펜진에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마무리 투수 후보 안지만과 함께 FA 계약을 앞둔 권혁으로서도 지난해 부진을 떨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삼성은 긴 부상재활을 거치고 복귀한 권오준과 타 팀에서 영입한 김희걸, 서동욱, 이영욱 등에게도 일정 역할을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우선, 조현근과 같이 1.5군 선수들도 기회를 잡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승리 불펜 조에 자리하기에는 좀 더 검증이 필요하다. 최근 기량이 급성장한 좌완 백정현 또한 젊은 힘을 앞세워 불펜진을 강화할 선수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런 대안이 있지만, 삼성 불펜진의 무게감은 지난해 보다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불펜진 구성이 여의치 않다면 선발투수 경쟁을 하는 투수 중 한 명을 불펜으로 기용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은 외국인 투수 2명을 포함 6명의 선발 투수가 5인 로테이션 진입 경쟁을 하고 있다. 6선발 체제로 고려할 수 있지만, 휴식일이 곳곳에 있는 일정은 선발 마운드 운영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불펜 투수 경험이 많은 차우찬과 외국인 투수 중 한 명의 불펜 전환도 고려될 수 있다. 이는 선발진의 강점을 약화할 수 있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시범경기까지 거쳐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불펜진 구성에 대한 고민이 시즌 개막까지 이어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과연 삼성이 오승환이 없는 불펜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구성하고 운영할지 이는 삼성의 최고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를 결정지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삼성라이온즈 홈페이지, 글 : 심종열, 이메일 : youlsim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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