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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구장에서 뜨거운 승부가 펼쳐진 프로야구 개막 2연전 중, NC와 두산의 두 번째 경기는 선발 투수 매치업에서 흥미를 끌었다. 전날 두산에 역전패 당한 NC는 연패를 끊기 위한 카드로 베테랑 손민한을 선택했다. 이에 맞선 두산은 연승을 이어갈 카드로 FA 계약으로 영입한 좌완 장원준을 선발로 내세웠다. 



두 투수는 팀에서 가장 믿는 선발 카드이기도 했지만, 과거 롯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력이 있었다. 2000년 후반 롯데가 로이스터 감독 체제 이후 상위권 팀으로 발돋움했을 때 롯데 선발진을 이끌었던 두 투수들이었다. 당시 손민한의 롯데의 최고참으로 팀을 이끌어가는 선수였고 장원준은 새롭게 떠오르는 영건이었다. 



하지만 손민한이 FA 계약 이후 부상으로 장기간 재활의 시간을 가지게 되고 자유계약으로 롯데를 떠나면서 두 선수가 함께 롯데 선발 로테이션에 자리할 수 없었다. 이후 장원준은 시즌 15승을 거둘 정도로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선발 투수로 자리했다. 하지만 손민한은 부상과 경기 외적 문제에 발목이 잡히며 선수 복귀조차 어려운 상황에 빠지는 아픔도 있었다. 손민한은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NC에서 재기를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부활의 호투 손민한)




시간이 흘렀고 두 투수는 오랜 기간 입었던 롯데 유니폼이 아닌 타 팀의 유니폼을 입고 선발 맞대결하는 운명과 마주쳐야 했다. 손민한은 긴 재활의 시간과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을 이겨내고 NC의 선발 로테이션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과거 리그를 호령하던 에이스가 불혹의 나이에 재기의 시동을 거는 올 시즌이었다. 당연히 시즌 첫 선발 등판의 의미는 클 수밖에 없었다. 



장원준 역시 시즌 첫 등판의 의미는 컸다. 원 소속 팀 롯데의 제안을 뿌리치고 두산과 FA 계약을 체결한 장원준은 그 기량을 인정받는 투수였지만, 계약 조건이 지나치다는 평가가 상당수 있었다. 이는 시즌 성적에 대한 강한 압박감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근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지난 시즌 기복이 심한 투구 내용은 우려감을 높이는 요인이었다. 장원준으로서는 첫 경기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야 했다. 



모두 승리에 대한 열망이 강했던 선발 투수들의 대결이었지만, 승자가 둘이 될 수 없었다. 두 투수는 팀 승리와 자신의 승리를 위해 온 힘을 다했다, 강속구로 타자들을 압도하는 구위는 아니었지만, 관록의 투구로 수차례 위기를 벗어나며 호투를 이어갔다. 6회까지 두 투수는 단 1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막아내며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했다. 



두 투수의 운명은 7회 엇갈렸다. 장원준이 7회 초 NC 공격을 삼자범퇴 시킨 반면 손민한은 7회 말 고비를 넘지 못 했다. 이는 팀 승패와 직결됐다. 7회 말 손민한은 첫 타자 김현수에 안타를 허용한 이후 이어 나온 두산의 4번 타자 루츠와 5번 타자 홍성흔을 범타 처리했다. 7회를 무난히 넘긴다면 투구 수에 여유가 있는 만큼 8회까지 마운드를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2사후 두산 오재원의 2점 홈런은 상황을 급반전시켰다. 손민한의 높은 변화구를 노려 친 오재원의 타구는 우측 담장을 훌쩍 넘겼고 1 : 1의 팽팽한 승부는 두산의 3 : 1 리드로 균형이 무너졌다. 손민한은 그 홈런 전까지 좌우, 아래위로 떨어지는 변화구와 안정된 제구를 바탕으로 두산 강타선을 잘 막아냈지만, 단 하나의 실투가 화근이 되면서 마운드를 물러나야 했다. 



기세가 오른 두산은 이어 나온 NC의 두 번째 투수 노성호를 상대로 양의지가 연속 타자 홈런을 때려내며 승리 분위기를 만들었다. 두산은 7이닝 1실점 호투한 장원준에 이어 올 시즌 새롭게 구성된 불펜의 젊은 원투펀치 김강률, 마무리 윤명준 콤비가 무안타 무실점으로 8, 9회 NC 타선의 공세를 막아내며 장원준의 시즌 첫 승을 지켜냈다. 두산은 개막 2연전에 성공했다. 







(이적 후 첫 등판, 시즌 첫 선발승 장원준)




이렇게 장원준이 신. 구 에이스 대결에서 승리 투수가 되긴 했지만, 투구 내용에서는 손민한이 조금 더 앞섰다. 손민한은 6.2이닝 3실점했지만, 6피안타로 9피안타의 장원준보다 나은 내용의 투구를 했다. 투구 수 100개를 넘긴 장원준과 달리 손민한의 투구 수는 88개였다. 손민한의 보다 효율적인 투수를 한 셈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승리를 가져올 수 없었다. 장원준은 야수들의 연이은 호수비와 득점지원을 받았지만, 손민한은 그렇지 못 했다. 손민한으로서는 올 시즌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은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하는 경기였다. 장원준은 투구 내용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었지만, 에이스다운 위기관리 능력으로 그의 가치를 입증했다. 두산은 개막 2연전에서 두 경기 연속 중반 이후 뒷심에서 앞서며 연승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불펜진의 선전이 긍정적이었다. 



손민한과 장원준의 대결은 연승과 연패로 엇갈리며 양 팀의 희비도 엇갈리게 했다. 하지만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토종 투수가 양현종 단 한 명에 그쳤던 아쉬움을 떨쳐내는 두 토종 선발 투수들의 투수전은 야구팬에게는 흥미만점의 대결이었다. 언젠가 두 투수가 다시 맞대결을 한다면 흥행카드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사진 : NC 다이노스, 두산 베어스 홈페이지, 글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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