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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선수들에게는 꿈의 무대라 할 수 있는 메이저리그, 하지만 오랜 기간 메이저리그는 닿기 힘든 미지의 세계와 같았다. 메이저리그 진출 선구자인 박찬호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우리에게 생소하기만 하던 리그를 텔레비젼 중계로 지켜보면서 박찬호를 응원했고 그의 소속팀까지 유명세를 얻기도 했다. 이후 메이저리그 진출 선수가 늘어갔고 이들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 인식될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메이저리그는 우리에게 친숙함으로 다가오고 있다. KBO 리그에서 곧바로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포스팅 절차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을 시작으로 강정호, 박병호가 그 뒤를 따랐고 이번에는 FA 자격을 얻은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확정했다. 


김현수는 FA 선수 중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사례로 우리 야구사에 남은 기념비적인 일이 됐다.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계약이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 건 그가 2006시즌 입단 당시 어느 팀의 지명도 받지 못한 신고선수 출신이라는 점이다. 계약금도 없고 선수 등록이 되지 않는 불안한 입지에 있던 고졸 선수의 성공 스토리는 놀라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김현수의 장점은 꾸준함이었다. 2007시즌 본격적으로 1군 선수로 활동한 김현수는 2008시즌 0.357의 타율을 기록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좌타 교타자로 자리한 데 이어 2009시즌 역시 0.357의 타율에 23홈런 104타점을 기록하며 정확성과 장타력까지 겸비한 타자로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였다. 이후 김현수는 2012시즌 부상이 겹치며 0.291의 타율로 다소 주춤한 것 외에는 모든 시즌에서 3할을 넘는 타율을 기록하며 변함없는 타격감을 과시했다. 


올 시즌에는 0.326의 타율에 28홈런, 121타점에 5할이 넘는 장타율과 4할을 넘긴 출루율로 MVP급 활약을 했다. 테임즈, 박병호라는 두 거포에 가려지긴 했지만, 김현수는 다재다능함을 과시하며 FA를 앞두고 그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그동안 그에게 따라붙었던 포스트시즌에 약하는 꼬리표까지 소속팀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떼며 완성형 선수로 거듭났다. 이런 타격 능력에 김현수는 외야와 1루를 오가며 수비에서도 화려하지 않지만, 안정감을 유지하며 공수를 겸비한 선수이기도 했다. 


타격 기계라 불릴 정도로 한결같음을 유지한 최고 타자 김현수가 FA 자격 취득했다는 건 사상 최대 계약을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소속팀 두수 역시 그의 잔류를 위해 FA 최고 대우 보장을 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더 큰 무대를 향하고 있었다. 특히, 시즌 후 프리미어 12 맹활약과 MVP 수상은 그에 대한 해외리그의 관심을 더 끌어올렸다. 


이전까지 김현수는 올 시즌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 홈런왕 박병호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져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선수 자원의 비교적 풍족한 외야수라는 점도 수요자를 줄어들게 했다. 김현수는 프리미어 12에서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다수의 구단에서 그를 주목하게 했다. 사실 김현수는 그동안 국제경기에서도 국내 리그 못지 않은 활약을 했고 대표팀의 중심 타자로 큰 역할을 했다. 프리미어 12는 김현수의 기량을 확실히 검증하는 기회였다. 


다수의 메이저리그 팀들과 협상을 시작한 김현수는 한때 계약의 난항이 예상되기도 했지만, 볼티모어와 2년에 700만 달러라는 좋은 조건의 계약을 하면서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좌타자에 친화적인 홈구장이 있는 볼티모어는 좌타 외야수가 필요했고 김현수는 그 조건에 부합했다. 그가 외야와 1루수 소화가 가능한 멀티 능력이 있다는 점도 플러스 요소였다. 김현수는 2년이라는 단기 계약이지만, 주전이 보장된 계약을 했고 아직 20대인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2년간 기량을 입증하면 대형 계약을 이끌어낼 기회를 잡았다. 


김현수는 포스팅을 거치지 않으면서 금액만 놓고 본다면 앞서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두 명의 야수 강정호, 박병호보다 더 나은 계약을 할 수 있었다. FA 라는 신분이 유리하게 작용한 면도 컸지만, 이런 조건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그의 실적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김현수는 KBO 리그의 가장 밑에서 성장해 누구나 선망하는 최고의 리그로 진출하는 역사를 만들어냈고 프로야구 선수로서 그 시작은 보잘것없었지만, 생애 최고의 전성기에 그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됐다.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떠난다는 사실은 분명 큰 아쉬움이다. 소속팀 두산 역시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간판타자를 떠나보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국내에 남았다면 최고 대우를 받으며 편안한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던 김현수의 도전은 분명 박수받을 만한 일이다. 우리 리그에서 보여준 그의 성실함과 부상도 아랑곳하지 않은 근성, 기복 없는 공수 활약을 이어간다면 더 큰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생애 최고의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된 김현수가 2년 후 더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을지 메이저리거 김현수의 앞으로 활약이 궁금해진다. 


사진 : 두산 베어스 홈페이지, 글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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