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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리그제에서 1위부터 5위까지 포스트시즌 진출 기회를 주는 우리 제도는 정규리그 1위 팀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한다. 정규리그 1위 팀은 하위 성적 팀 중 사다리꼴 포스트시즌을 통과해 올라온 팀과 대결하기 때문이다. 충분한 준비로 힘을 비축한 정규리그 1위 팀은 접전을 펼치면서 만신창이가 된 도전자와의 대결은 1위 팀에 상당한 프리미엄이 된다. 실제 대부분 한국시리즈에서 정규리그 1위팀은 우승의 기쁨을 함께 누렸다. 


하지만 절대적인 열세를 딛고 우승한 사례도 있다. 1992년 롯데, 2001년 두산이 준PO부터 한국시리즈에 올라 우승했다. 그 이후에는 이런 우승의 기록은 더는 없었다. 그만큼 기다리는 팀들의 노하우가 더 많이 생겼고 포스트시즌이 치열해진 결과였다. 


2015시즌 두산은 앞선 두 번의 기억을 재현했다. 정규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두산은 준PO에서 넥센, 플레이오프에서 NC를 차례로 누른데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삼성에 승리하며 기적과 같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 2001시즌에 이어 두 번째 우승이었고 누구도 하지 못했던 준 PO부터 시작한 두 번째 우승 사레이기도 했다.




 

이런 두산의 우승을 두고 사람들은 미라클 두산이라 칭하며 찬사를 보냈다. 정규시즌보다 몇 배는 체력적, 정신적 소모가 극심한 대결을 이겨낸 결과였기 때문이었다. 정규리그 순위가 무의미해지고 1위 삼성의 전력 약화때문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있지만, 우승에 이른 두산의 포스트시즌 과정은 드라마 그 자체였다. 


이런 기적의 행진을 두산은 이미 2013시즌 한 차례 보여준 바 있다. 당시 두산도 준PO부터 열세라는 평가를 뒤집고 상위 팀들과의 대결을 이겨냈고 올 시즌 대결한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 만났다. 두산은 이미 준PO,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지쳐있었지만, 삼성에 3승 1패로 앞서며 우승을 눈앞에 뒀었다. 기적과 같은 그들의 행보가 우승으로 막을 내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5차전을 패배한 이후 두산은 내리 6차전과 7차전을 내주며 아쉽게 우승의 기억을 그들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이후 두산은 다수의 주력 선수들을 FA 시장에서 타 팀에 내준데 이어 준우승을 이끌었던 김진욱 감독 경질과 신임 감독 선임 등 급격한 팀 변화를 겪어야 했다. 그 변화는 팬들의 반발을 불러왔고 더 나은 성적이 아닌 하위권 추락이라는 시행착오로 이어졌고 두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FA 투수 장원준을 영입 등 과감한 전력 보강에서 시작된 변화를 통해 한국시리즈 우승의 결과를 가져왔다. 


이런 두산의 우승에는 화수분 야구로 일컬어지는 그들의 풍부한 인력풀에서 나오는 두꺼운 선수층과 이들 중 잠재력을 폭발시킨 선수들이 다수 등장한 것이 큰 요인이었다. 특히, 두산을 고심하게 했던 마운드에서 젊은 좌완 투수들이 다수 등장해 선발진과 불펜진을 강화했다. 이들은 장원준, 유희관과 더불어 좌완 투수 왕국을 이뤘다. 


이는 신.구 조화가 잘 이루어진 야수진과 조화를 이루며 상위권에 그들을 위치하게 했다. 포스트시즌 들어 니퍼트와 이현승이 선발진과 마무리 투수로 자리하면서 마운드의 불안요소를 없앴고 포스트시즌 들어 타선의 무서운 집중력을 보이며 단단한 전력을 구축했다. 여기에 정규리그 1위 삼성이 도박파문에 휩싸이며 전력이 약화되는 행운까지 겹치며 우승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이에 더해 두산은 시즌 후 열린 국제대회 프리미어 12회에서도 소속 선수들이 맹활약하며 대표팀의 우승을 일궈내며 팀의 위상을 한껏 높였다.  


이 모든 것은 운이 작용했다고 하지만, 두산 특유의 뚝심 야구로 버티고 또 버텼기에 얻어낸 결과였다. 아울러 2013시즌의 아쉬움을 2년만에 떨쳐낸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두산은 우승 후 2013시즌과 같은 일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올 시즌 후 FA가 된 간판타자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확정하며 팀을 떠났다. 내부 FA 선수인 오재원, 고영민과의 협상도 아직 지지부진하다. 모기업이 자금난이 겹치면서 외국인 선수 계약과 기존 선수들과의 연봉 협상도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팀 우승으로 연봉인상 등 요인이 많지만, 두산의 스토브리그는 차갑기만 하다. 


이렇게 두산이 우승의 기쁨을 계속 마음속에 간직하기에는 그들에게 닥친 현실이 만만치 않다. 자칫 2013시즌과 같이 팀이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올 시즌 우승 후 챔피언 자리를 확실히 하려는 두산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게 할 수 있다. 당장 김현수가 빠진 전력 공백을 메울 대안을 찾아야 하고 에이스 니퍼트와의 재계약 등 외국인 선수 구성도 마무리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오재원, 고영민과의 FA 협상도 미룰 수 없다. 


두산은 이 모든 문제를 내년 1월 중으로 마무리하려 하고 있지만, 올 시즌 성공 원인 중 하나가 김태형 신임감독 선임과 FA 장원준 영입 등 프런트의 과감하고 기민한 시즌 준비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불안감이 드는 건 사실이다. 상위권의 NC, 하위권인 한화, 롯데의 전력 보강이 확실히 이루어진 상황에서 두산의 스토브리그 행보는 챔피언 수성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두산으로서는 한층 어려워진 여건에서 최대한의 결과물을 얻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두산이 올 시즌 우승을 발판으로 강팀으로 다시 확고하게 자리할 수 있을지 여러 부정적 변수에 의해 추락하게될지 우승으로 귀결된 미라클 두산 스토리 그 이후가 힘겹게 이어지고 있는 건 분명하다. 


사진 : 두산 베어스 홈페이지, 글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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