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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과 불펜의 분업화 경향이 뚜렷한 현대 야구에서 투수들의 선택은 선발을 더 선호하는 것이 보통이다. 5인 로테이션에 들어가면 충분한 휴식을 보장받을 수 있고 자신이 나설 경기에 대한 분석과 대비할 시간도 가질 수 있다. 게다가 선발 투수는 경기를 긴호홉으로 자신이 이끌어갈 수 있고 한 두 점 실점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다. 투수에 대한 가치 평가에서도 선발 투수로 자리한 투수는 불펜투수보다 상대적으로 고평가 받을 수 있다. 


물론, 최근 불펜투수에 대한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건 분명하다. 실제 FA 시장에서 수준급 불펜투수의 시장가가 치솟고 있다. 하지만 거의 매 경기 대기하면서 체력부담이 크고 실점에 대한 스트레스가 큰 불펜투수 역할은 투수들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불펜 투수의 어려움 탓에 젊고 유망한 투수들은 대부분 선발 투수를 선호한다.   


이런 투수들의 바람과 달라 우리 프로야구의 현실은 젊고 힘 있는 공을 던지는 투수들 중 상당수가 불펜진에 자리하고 있다. 외국인 투수 2명을 대부분 선발 투수로 활용하고 있고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들을 가능하면 많이 활용하려는 방편이지만, 토종 선발투수들의 성장에는 분명 좋은 일이 아니었다. 특히, 지난해 프리미어 12 일본대표팀의 오타니와 같이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젊은 선발 투수에 대한 갈증은 우리 프로야구에서 컸다.





2016시즌 넥센은 강속구 선발 투수 키우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팀 주축 불펜 투수였던 조상우의 선발 전환이 그것이다. 조상우는 2013시즌 프로입단 후 2014, 2015시즌 불같은 강속구를 앞세워 넥센 불펜진에서 큰 역할을 했다. 한현희, 조상우, 손승락으로 이어지는 필승 불펜조는 넥센 전력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이들이 있어 넥센의 공격야구는 더 빛날 수 있었다. 특히, 조상우는 압도적인 구위로 타자들을 힘으로 제압하는 투수였다. 지난 시즌 후반기에는 부진에 빠진 손승락을 대신해 팀 마무리 투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런 조상우의 선발 전환은 넥센에 있어 큰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이유는 있다. 넥센은 올 시즌 이런 이유로 주력 선수들일 팀을 떠나면서 대대적인 리빌딩 시즌을 보내야 한다. 마운드 역시 예외는 아니다. 선발진과 불펜진 모든 부분에서 전력누수가 발생했다. 선발진은 에이스 벤헤켄이 일본리그에 진출했다. 오랜 기간 팀 마무리 투수였던 손승락도 FA 계약으로 팀을 떠났다. 여기에 주력 불펜투수 한현희마저 부상 수술로 올 시즌 복귀가 불투명하다. 


넥센으로서는 선발진과 불펜진 모두 판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풀타임 마무리 투수가 확실했던 조상우의 보직에도 영향을 줬다. 조상우는 구위나 2년간 불펜 투수로서의 성과를 고려할 때 마무리 투수가 당연해 보였지만, 그와 짝을 이루는 한현희, 손승락의 공백은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조상우는 지난 2년간 불펜에서 무리다 싶을 정도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강력한 셋업맨이 사라진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의 위력이 반감되는 건 물론이고 과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지난 시즌에도 조상우는 웬만한 선발투수에 버금가는 93.1이닝을 투구했다. 이 후유증은 포스트시즌 부진으로 이어졌다. 


넥센으로서는 이런 전철을 되풀이하기 보다 조상우의 선발 전환을 선택했다. 2년간 팀에 헌신한 부분도 고려한 결정이었다. 올 시즌 성적보다 리빌딩에 주력하고 있는 팀 정책도 일정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넥센은 외국인 투수 2명에 트레이드 영입 후 재기 가능성을 보인 양훈, 조상우에 팀 내 경쟁을 통해 한 명을 더 추가하는 5인 선발진을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불펜진을 전면 개편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부정적 변수가 있다.


하지만 올 시즌 넥센은 선발투수 조상우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결정을 했다. 이른 위해 조상우가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풀 타임 선발투수로 로테이션을 소화할 체력이 필수적이다. 이른 위해서는 강속구를 뒷받침할 변화구를 추가해야 하고 긴 이닝을 이끌 수 있는 경기 운영능력과 투구 패턴 변화에도 적응해야 한다.  


하지만 프로 4년 차에 그동안 불펜투수로만 시즌을 치렀던 조상우가 동계 훈련기간 이를 모두 해결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개인적인 노력과 연구가 필요하다. 팀 역시 조상우에게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고 인내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시즌 선발투수로 전환했던 한현희를 시즌 후반 불펜투수로 되돌렸던 일이 되풀이돼서는 곤란하다.


2016시즌 선발투수 조상우는 아직 야구 팬들에게는 생소하지만, 그가 성공한다면 야구팬들은 그동안 우리 리그에서 찾기 힘들었던 강속구 선발 투수를 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조상우 개인으로도 그가 염원했던 선발 투수의 꿈을 이룰 기회를 잡았다. 조상우가 선발투수로 확실히 자리를 잡는다면 여러 가지로 큰 변화기에 있는 넥센에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 조상우의 선발전환 프로젝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이는 올 시즌 프로야구의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넥센 히어로즈 홈페이지, 글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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