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t 내야의 센터 라인을 지킬 유력한 후보는 2루수 박경수, 유격수 박기혁 두 베테랑이다. 이들은 이전 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지난 시즌 FA 계약으로 입단할 당시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이를 씻어내는 활약으로 반전을 이루어낸 성공적 FA라는 공통점도 있었다.
박경수는 지난 시즌 프로데뷔 후 가장 많은 137경기에 출전한 건 물론이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박경수는 0.287의 타율에 22개의 홈런과 73타점을 기록하며 kt 타선의 주축 선수로 자리했다. 2003시즌 프로 데뷔 후 단 한 번도 한 시즌 10개의 홈런을 넘겨본 기억이 없었던 박경수임을 고려하면 엄청난 발전이었다.
박경수는 전 소속팀 LG에 1차 지명을 받았을 만큼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선수였다. 당연히 출전 기회도 많이 주어졌다. 하지만 유망주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사이 박경수는 LG에서 베테랑급 선수가 됐지만, 확실한 자기 자리를 잡지 못했다. 2014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었지만, 원하는 계약을 이끌어 내기는 힘들어 보였다. 그의 누적 성적이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kt 주전 2루수 박경수)
신생팀 kt의 1군 데뷔는 그에게 기회로 작용했다. kt는 한정된 재원을 선수층을 두껍게 하는 쪽으로활용했다. 보상 선수를 내주지 않아도 되는 점을 활용, 즉시 전력감인 준척급 선수들 영입에 주력했다. 박경수는 이런 kt의 기준에 맞는 선수였다. LG에서 주전과 백업을 오가던 박경수는 확실한 주전 2루수로 자리하며 항시 출전을 보장받았다. 심리적 안정은 좋은 성적으로 연결됐다. 박경수는 장타력을 갖춘 내야수로 변신했다.
박경수와 함께 FA로 kt 유니폼을 입은 박기혁의 변신도 남달랐다. 박기혁은 전 소속팀 롯데에서 오랜 기간 주전 유격수로 활약한 프랜차이즈 선수였다. 공격력에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화려한 수비로 이를 메우며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약점이던 타격 역시 점점 향상되는 모습을 보이며 공격과 수비를 겸비한 내야수로 발전했다. 2009 WBC 대회에서는 국가대표로 활약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상이 이어졌고 군 복무에 따른 공백기를 거치며 박기혁은 내림세를 보였다. 2013시즌 롯데로 돌아왔지만, 좀처럼 예전 기량을 회복하지 못했다. 결국, 박기혁은 경쟁자들에 밀려 1군과 2군을 오가는 처지가 됐다. 그나마도 2군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그가 2014시즌을 마치고 FA가 되었을 때 부상 FA 신청을 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했다. 롯데 잔류가 유력했던 박기혁이었지만, 협상은 원할하지 않았다. 이런 박기혁에게 kt가 손을 내밀었다.
2015시즌 kt로 팀을 옮긴 박기혁의 시즌 전망은 밝지 않았다. 수년간 그가 쌓아온 성적이 보잘것 없었기 때문이었다. 박기혁은 팀 내 경쟁을 이겨내고 kt의 주전 유격수로 자리했다. 시즌 초반 부진하던 타격도 경기를 치를수록 나아졌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박기혁은 하위 타선에서 공격의 징검다리 역할을 충실히하면서 kt 타선에서 소금같은 역할을 했다. 안정적인 수비로 kt의 내야진을 안정시키는데도 기여했다. 박기혁은 126경기 출전에 0.280의 타율을 기록하며 타격감을 회복한 모습을 보였다. 30대 중반에 나이에 이룬 극적 반전이었다.
이렇게 박경수와 박기혁은 지난 시즌 그동안 그들에게 씌워진 부정적 시선을 걷어내며 kt의 핵심 선수로 자리했다. 이들을 영입하면서 인색한 투자라는 평가를 받았던 kt의 선택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지난 시즌 박경수와 박기혁의 kt행은 선수와 팀 모두에 윈윈이 되는 결과였다. 새로운 기회가 절실했던 박경수와 박기혁은 주어진 기회를 멋지게 살렸고 kt는 비용대비 최고의 성과물을 얻어냈기 때문이었다.
올 시즌에도 kt의 내야진은 외국인 선수 마르테와 더불어 박기혁, 박경수가 중심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 지난 시즌 성적과 풍부한 경험은 비교되는 경쟁력이다. 젊은 유망주들과 트레이드로 영입된 경쟁자들이 있지만, 이들의 입지는 단단해 보인다. 시범경기에서도 두 선수는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올 시즌 kt는 전력 보강을 통해 만만치 않은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차 드래프트와 FA 시장에서 이진영, 유한준과 같은 전력을 업그레이드할 베테랑을 영입했고 백업 자원도 확보됐다. 이를 통해 팀 내 경쟁체제가 더 강화됐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를 한 명 더 보유할 수 있는 신생팀 혜택을 활용, 외국인 투수 3명으로 마운드 높이를 높였다.
주전 포수 장성우의 예기치 못한 공백이 아프지만, 지난 시즌보다 전력이 한층 업그레이드 된 건 분명하다. 박경수와 박기혁은 더 높은 도약을 기대하는 kt에 꼭 필요한 전력이다. 두 선수 높아진 기대치를 충족해야 하는 시즌이기도 하다.
박경수, 박기혁이 지난 시즌 반전이 우연이 아님을 변함없는 성적으로 입증할 수 있을지 그것이 가능하다면 kt의 올 시즌 흐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kt 위즈 홈페이지, 글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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