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준PO 1차전] 술술풀린 LG, 답답했던 넥센

한 마디로 LG는 의도한 대로 경기가 잘 풀렸고 넥센은 그들의 계산이 크게 어긋났다. 결과도 경기 내용대로였다. 2016 프로야구 준PO 1차전에서 LG는 투.타에서 넥센을 압도하며 7 : 0으로 완승했다. 정규리그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LG는 5위 KIA와의 와일드카드전 극적 승리에 이어 그 상승세를 그대로 유지하며 또 다른 시리즈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LG 선발 소사는 6이닝 동안 8안타를 허용했지만, 사사구가 단 1개에 그쳤고 위기에서 포수 정상호와 완벽한 호흡을 보이며 무실점으로 허를 찌를 볼 배합을 통해 넥센 타선을 막아냈다. 결국, 소사는 승리투수가 됐고 그의 뒤를 이어 등판한 불펜투수 진해수, 정찬헌, 김지용은 남은 이닝을 무실점으로 마무리하며 팀의 완승을 완성했다. 

지난 와일드카드전에서 득점권에서 아쉬움을 수차례 남겼던 LG타선은 9안타 7득점의 강한 집중력을 마운드의 호투를 뒷받침했다. LG는 1회 초 1득점 이후 팽팽히 맞서던 5회 초 3득점으로 4 : 0, 확실한 리드를 잡았고 6회와 7회 추가 득점으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정규리그 넥센전과 그들의 홈 구장인 고척돔에서 강점이 있었던 두명의 좌타자 김용의와 박용택은 각각 3안타 2타점 3득점, 3안타 타점으로 팀 승리의 주역이 됐다. 와일드카드전 끝내기 희생플라이의 주인공이었던 김용의는 1번 타자로 나서 팀 공격을 주도하며 포스트시즌 영웅이 될 가능성을 높였다. 

LG가 투.타에서 자신들의 야구를 제대로 펼친 반면 넥센은 초반부터 경기가 꼬이는 느낌이었다. 1회 초 1사 1, 3루 위기에서 LG 히메네스의 애매한 땅볼이 득점과 연결되며 실점한 넥센은 이후 1회 말과 4회 말에 잡은 1사 만루 기회를 병살타와 후속타 불발로 놓치며 경기 주도권을 내주었고 그 흐름을 다시는 가져오지 못했다. 넥센은 LG보다 많은 팀 11안타를 때려내면서도 득점권에서 결정력을 보이지 못하며 LG와 큰 대조를 보였다. 이는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였다. 

이에 더해 넥센은 마운드 운영에 있어 큰 승부수로 여겨졌던 선발투수 맥그레거 카드가 실패했다. 맥그레거는 1회 초 불운이 겹치 실점을 한 이후 안정된 투구를 했다. 공을 낮게 가져가려는 노력이 돋보였고 주무기인 빠른 직구와 컷패스트볼 외에 각도가 있는 변화구를 추가하며 4회까지 LG 선발 소사와 대등한 마운드 대결을 했다. 

하지만 5회 초 LG 김용의, 박용택 두 좌타자와의 승부에 실패하며 고비를 넘지 못했다. 팀 공격이 원활하지 않은 상화에서 좀 버텨줄 필요가 있었지만, 맥그레거는 추가 3실점 하며 무너졌고 경기 흐름은 급격히 LG로 넘어갔다. 넥센은 내심 1차전 LG 선발 투수로 나서는 소사를 충분히 타선이 공략할 수 있다는 계산하여 에이스 밴헤켄을 대신해 맥그레거 선발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맥그레거가 5이닝 4실점으로 선발 대결에서 밀렸고 타선마저 부진하며 선발진 운영 전략이 크게 흔들리고 말았다. 

3인 선발 체제로 시리즈를 운영하는 넥센은 경기 분위기가 넘어가자 선발 맥그레거의 투구 수 조절을 고려해 6회부터 불펜진을 가동하며 다음을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넥센으로서는 추가 실점을 막는 한 편, 불펜 투수들의 컨디션 점검을 겸한 마운드 운영이었지만, 김상수, 오주원 두 주력 불펜 투수들이 추가 3실점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마지막 2이닝을 무실점 호투한 신인 박주현의 호투가 그나마 작은 위안이었다. 

넥센으로서는 회심의 선발카드가 실패하면서 시리즈 전체에 부담이 커졌다. 타자들의 타격감이 나쁘지 않았다는 점은 긍정적이었지만, 득점기회에서 왠지 모르게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베테랑 선수들의 선발 라인업에 상대적으로 많은 넥센이 경기에 더 부담을 가지는 듯 보였다. 3, 4차전에서 허프, 류제국으로 이어지는 LG 원투 펀치를 상대해야 하는 넥센은 에이스 밴헤켄이 나서는 2차전에 배수의 진을 처야할 상황에 놓였다. 만약 패한다면 그들의 포스트시즌이 일찍 끝날수도 있는 넥센이다. 

원정 1, 2차전에서 1승 1패만 해도 성공이라 할 수 있었던 LG는 1차전 완승으로 상승세에 탄력을 받았다. 소사가 6이닝 버텨주고 답답했던 타선마저 폭발하며 불펜진 소모도 크게 없었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더 자신감을 가지고 앞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다는 점은 젊은 선수들의 상대적으로 많은 LG에 큰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1차전에서 보여준 타선이 집중력이 유지된다면 선발 마운드의 우위를 바탕으로 준PO에서 승리 가능성이 커진 LG다. 

1차전이 LG의 완승으로 끝나긴 했지만, 아직 시리즈는 끝나지 않았다. 1차전 넥센의 완패는 넥센의 경기 공백이라는 요인도 작용한 측면이 있다. 넥센 역시 반격의 여지는 남아있다. LG가 기선제압에 성공하긴 했지만, 시리즈 전체결과를 속단하긴 이르다. 하지만 분위기가 승패에 크게 작용하는 단기전 특성상 LG쪽으로 승부가 추가 기운 건 분명해 보인다. 

사진, 글 : 심종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