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 1패로 팽팽하게 맞선 넥센과 LG의 2016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는 장소를 고척돔에서 잠실로 옮겨 3, 4차전을 치르게 됐다. 1패 후 에이스 밴헤켄의 완벽투를 앞세워 2차전 완승한 넥센이 분위기를 가져온 듯 보이지만, LG는 3, 4차전에서 선발 원투 펀치 허프와 류제국이 대기하고 있다. 여기에 홈구장의 이점과 상대적으로 많은 응원을 등에 엎을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LG는 강력한 선발 투수 두 명이 모두 선발로 나서는 3, 4차전에서 시리즈를 결정짓고 싶은 마음이 강할 수밖에 없다. 와일드카드전부터 선발 투수의 역할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올해 포스트시즌 분위기를 고려하면 LG의 바람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2차전 승리로 반전에 성공한 넥센으로서는 허프, 류제국을 상대할 선발 투수들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3차전 선발투수로 나설 넥센 신재영의 어깨가 무겁다. 신재영은 올 시즌 풀 타임 첫 선발 투수로 나섰음에도 15승 7패 방어율 3.90으로 놀라운 활약을 했다. 2012시즌 NC에 지명되어 프로에 데뷔한 이후 넥센을 거치면서 큰 활약이 없었던 신재영이었다. 경찰청에서 일찌감치 군 복무를 마친 그가 올 시즌 이 정도의 활약을 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의 선발투수 발탁은 넥센에게는 큰 모험이었다.
넥센의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연봉 2,700만원에 불과한 무명에 가까운 선수였던 신재영은 넥센의 선발투수로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특급 선발 투수의 기준인 15승을 넘어섰고 168.2이닝을 소화했다. 신재영은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도 볼넷이 21개에 그칠 정도로 제구에서 큰 강점을 보였다. 안정된 제구는 그가 강한 직구가 없어도 15승 투수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신재영은 위기에서도 과감한 승부로 이를 극복할 정도로 강한 멘탈의 투수이기도 했다. 기술적으로는 기술적으로 공 끝의 변화가 심한 사이드암 투수 특유의 변화 심한 구질을 잘 살려내 장점으로 삼았다.
이런 정규시즌 활약으로 신재영은 올 시즌 신인왕을 거의 확정했다. 토종 선발투수의 극히 부족한 우리 프로야구 현실에서 신재영의 존재는 팀은 물론이고 리그 전체에서도 상당하다 할 수 있다. 신재영으로서는 프로입단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한 경기 한 경기가 살얼음판인 긴장감이 최고조로 올라올 수 있는 포스트시즌은 분명 다르다. 정규시즌 15승을 거둔 강심장의 신재영이지만, 포스트시즌 등판은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신재영은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공략당하는 일이 많았다. 풀 타임 첫 시즌에 따른 체력적인 부담이 분명 있었다. 전반기 패배를 모르는 투수였던 그였지만, 후반기 성적은 전반기와 크게 달랐다.
넥센은 시즌 막판 그의 등판 간격을 조절하는 등 포스트시즌에 대비해 그를 배려했다. 그 효과가 포스트시즌에 나타날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이와 함께 신재영이 올 시즌 LG전 5경기 등판에 1승 2패, 방어율 4.85로 강점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과 피안타율이 3할을 넘었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사이드암 투수인 신재영으로서는 수준급 좌타자가 다수 포진된 LG 타선이 쉽지 않았다. 또한, 그가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등판해야 하는 잠실 구장에서 3경기 등판에 7점에 방어율로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았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신재영으로서는 후반기 주춤했던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던 LG 타선, 좋지 않았던 기억이 많은 잠실구장이라는 변수를 극복해야 한다. 여기에 상대 선발 투수로 LG의 에이스 허프라는 점도 부담이다. 허프를 상대로 넥센 타선이 다득점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재영은 그에 상응하는 호투를 할 필요가 있다. 불펜진에서 상대적 열세를 보이는 마운드 사정은 그를 더 힘들게 할 수 있다.
넥센으로서는 4차전 선발 등판이 예고된 맥그레거가 3일 휴식 후 등판이라는 점에서 충분한 휴식으로 힘을 비축하고 등판하는 신재영이 3차전에서 뭔가 일을 내주길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신재영에게는 준플레이오프 전체의 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3차전 등판이 프로 선수로서는 가장 긴장되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엄청난 중압감을 이겨낼 수 있을지가 그의 투구 내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즌 15승이라는 기록은 결코 운으로만 쌓을 수 없는 기록이다. 그에 걸맞은 실력이 있어 가능했다. 포스트시즌 첫 등판이 신재영에게는 힘든 일이지만, 신재영은 분명 능력이 있다. 신재영이 정규시즌과 같은 투구를 할 수 있다면 좋은 투구를 할 수 있다. 과연 신재영이 포스트시즌 첫 등판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이는 넥센의 가을야구 향방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넥센히어로즈 홈페이지, 글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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