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대대적인 팀 개편과 FA 시장에서의 선수 보강 등으로 분위기를 일신했던 롯데, 하지만 기대와 달리 롯데의 자리는 정규리그 8위였다. 전력약화로 고심했던 2015시즌과 다를 것이 없었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로 롯데는 2013시즌부터 4년간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했다.
같은 지역의 NC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등 4년간 강팀의 입지를 다진 것과는 크게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롯데는 올 시즌 NC에 1승 15패라는 참담한 상대 전적을 남기는 굴욕까지 맛봐야 했다. 계속된 성적 부진에 롯데는 최고 인기구단이라는 이미지도 크게 퇴색했다.
이렇게 아픈 기억을 남긴 올 시즌이었지만, 몇 몇 선수들의 분전은 눈에 띄었다. 거의 10년 만에 유망주 그늘을 벗어나 3할 타자로 다시 태어난 외야수 김문호의 재발견은 큰 소득이었다. 새롭게 4번 타자로 자리한 황재균은 지난해보다 더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김상호라는 새로운 1루수의 발견도 의미가 있었다. 마운드에서는 영건 3인방의 활약이 돋보였다. 미래의 에이스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박세웅이 풀타임 선발투수로 시즌을 소화하며 한 단계 더 올라섰고 박진형, 박시영도 선발과 불펜에서 맹활약하며 부진했던 베테랑들의 빈자리를 메웠다.
이런 활약과 함께 팀의 주장이었던 포수 강민호의 분전도 돋보였다. 강민호는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공,수에서 팀의 중심 역할을 했다. 타격에서는 0.323의 타율에 20홈런, 72타점, 0.982의 OPS, 득점권 타율이 0.330에 이를 정도로 팀 중심 타선을 이끌었다. 외국인 타자들의 활약이 미미하고 중심 타자 최준석의 부진이 겹쳤던 롯데로서는 강민호와 더불어 황재균, 손아섭의 활약이 있어 일정 공격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강민호는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더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였고 도루 저지율도 준수했다. 블로킹과 기타 수비 능력에서 여전히 아쉬움을 가지는 목소리가 있지만, 장타력을 겸비한 뛰어난 타격 능력과 풍부한 경험은 리그 포수로서 손색이 없는 경기력이었다. 내년 3월에 있는 WBC에서도 강민호는 두산의 우승을 이끈 양의지와 함께 국가대표 포수로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이렇게 포수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강민호지만, 앞으로도 포수로서 활약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 것도 사실이었다. 시즌 후반기 강민호는 무릎 부상으로 상당 기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재활프로그램을 소화하며 시즌 막판 팀에 합류하긴 했지만, 강민호는 포수가 아닌 지명타자로 주로 활약했다. 무릎 부상의 여파가 생각보다 컸다. 롯데가 시즌 후반기 내림세를 보인데는 강민호의 공백도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다.
롯데는 강민호를 당연히 내년 시즌 주전 포수로 여기고 있지만, 그의 몸 상태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경기중 수도 없이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해야 하는 포수의 특성상 좋지 않은 무릅 상태는 큰 부담이 될 수있다. 수비에 대한 부담은 자칫 그의 장점이 타격에서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강민호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명타자로의 전환이나 1루수로의 포지션 변경이나 출전 수를 조절하는 것에 대한 여러 의견이 대두하는 것도 사실이다. 선수로서 수명을 더 연장하기 위해서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일이다. 롯데와 두산에서 큰 활약을 했던 홍성흔의 성공적이 사례도 있었다.
문제는 롯데에서 포수 강민호를 대신할 자원이 없다는 점이 변수다. 올 시즌 롯데는 강민호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김준태, 안중열 등 젊은 선수로 대신했다. 경기를 치르면서 기량이 발전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아직은 이라는 물음표를 완전히 지워내진 못했다. 그나마 김준태는 상무 입대예정이고 안중열은 부상 재활중이다. 군에서 제대한 김사훈이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백업포수로 나설 수 있고 1차 지명 신인인 나종덕이라는 걸출한 포수 자원도 있지만, 당장 강민호의 대안이 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롯데로서는 강민호가 부상을 완전히 털어내고 많은 경기를 나서기를 기대해야 하는 내년 시즌이다. 롯데는 강민호가 포수로 나설 때 팀 공격력이 더 강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내년 시즌이 끝나면 2번째 FA 자격을 얻는 강민호로서도 포수로서 FA 시장에 나서는 것이 자신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다른 포지션으로 변경을 모색하기에는 1985년 생인 그의 나이가 아직은 젊다.
결국, 강민호가 포수로서 자신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만약 부상에 시달리게 된다면 롯데는 대안 모색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는 롯데나 강민호 모두가 바라는 시나리오가 아니다. 이 점에서 내년 3월 WBC 출전은 분명 부담이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국가대표 포수로서 강민호 만한 경험을 가진 선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즉, 아직은 포수 강민호의 가치는 상당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힘겨운 2016시즌을 보냈던 롯데에서 부상과 싸우며 고군분투했던 강민호였다. 그 과정에서 롯데는 포수 강민호의 공백을 실감해야 했다. 강민호가 포수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롯데의 내년 시즌 전력 구상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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