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프로야구 MVP, 타고투저 파고 속 우뚝 선 거인, 두산 니퍼트

2016년 늦가을, 시국이 여전히 어수선하지만, 프로야구는 올 시즌 마무리와 내년 시즌 준비가 한창이다. 한 해를 결산하는 KBO 시상식에서 가장 빛난 선수는 두산의 에이스 니퍼트였다. 니퍼트는 정규리그 MVP와 함께 다승, 방어율, 승률 부분 타이틀 수상자로 선정됐다. 

특히, 정규리그 MVP는 삼성 중심 타자 최형우가 접전이 될 것으로 여겨졌지만, 예상보다 큰 차이로 수상자가 됐다. 올 시즌 두산 우승을 이끈 프리미엄과 함께 타고투저의 분위기 속에서도 22승 3패, 방어율 2.95의 빼어난 성적을 기록한 것이 큰 점수를 받았다. 이 수상으로 니퍼트는 2011시즌 두산에 입단한 이후 5년 만에 두산의 에이스를 넘어 KBO리그 최고 선수의 자리에 올랐다. 

니퍼트는 두산에서 꾸준한 활약으로 팬들의 무한 신뢰를 얻었다. 두산 팬들은 그에게 니느님이라는 별명을 지어주며 그를 응원했다. 니퍼트는 2011시즌부터 2014까지 매 시즌 두 자리 수 승수를 기록하며 두산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2미터가 넘는 큰 키에서 나오는 위력적인 직구와 각도 큰 변화구에 더해진 침착함, 선수들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리더십까지 니퍼트는 에이스 투수로서의 자질을 갖춘 선수였다. 당연히 두산과 니퍼트의 인연은 계속 이어졌고 외국인 선수 교체 바람에도 그의 입지는 흔들림이 없었다. 어느새 그는 외국인 선수가 아닌 두산의 선수로 자리했다. 

2015시즌 니퍼트에게 큰 고비가 찾아왔다. 부상에 시달린 니퍼트는 정규시즌 90이닝만을 소화한 채 큰 재활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재활 기간은 예상보다 길어졌다. 당시 두산은 치열한 순위 경쟁에 있었지만, 니퍼트는 힘이 되지 못했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에이스의 면모를 되찾기 힘들어 보였다. 재계약 역시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리그 막판 팀에 합류한 니퍼트는 포스트시즌에서 완벽히 부활했다. 니퍼트가 에이스로서 역할을 해주면서 두산은 준PO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승승장구했다. 결국, 두산은 2015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니퍼트는 우승을 이끈 투수로 극적 반전에 성공했다. 포스트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니퍼트는 올 시즌 다시 KBO리그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2015시즌 우승의 기억은 그를 더 강하게 했다. 

올 시즌 니퍼트는 부상을 완전히 떨쳐낸 모습을 보였다. 시즌 초반부터 니퍼트는 위력적인 투구로 승수를 쌓아갔다. 니퍼트는 판타스틱4라 불리는 두산 선발투수진에서 구심점 역할을 했다. 4명의 선발투수가 15승 이상을 기록한 와중에도 니퍼트는 가장 뛰어난 투구를 했다. 시즌 후반 잠시 부상 우려가 있었지만, 니퍼트는 이내 부상을 털어냈고 근래 보기 힘들었던 한 시즌 20승 투수의 반열에 올랐다. 이는 최근 수년간 계속된 타고투저의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낸 니퍼트의 20승 달성은 큰 의미가 있었다. 

니퍼트의 정규리그 활약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이어졌다. 니퍼트는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투수로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타선의 부진속에 승리 투수가 되진 않았지만, 에이스다운 역투였다. 니퍼트의 호투를 시작으로 두산의 선발 투수 4인방은 각각 1경기를 완벽히 책임지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4승 0패 우승를 이끌었다. 선발 투수진의 활약을 바탕으로 두산은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에서 압도적 우승을 만들어내며 두산 왕조의 시작을 알렸다. 당분간 두산과 맞설 팀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올 시즌 두산의 저력을 극강이었다. 이런 두산에서 니퍼트는 팀의 수호신으로 손색이 없었다. 

이제 니퍼트는 KBO리그에서 가장 존재감 있는 선수가 됐다. 한때의 해프닝이었지만,  그를 내년 WBC에서 대표팀에 선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가 됐다. 이미 6시즌을 두산과 함께 한 니퍼트지만, 이변이 없다면 내년 시즌에도 두산 유니폼을 입은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활약을 고려하면 역대 최고 대우까지 예상된다. 비록 그의 나이가 30대 후반에 이르고 있지만, 올 시즌 니퍼트라면 내년 시즌에도 기대감을 높이는 것이 사실이다. 

두산으로서는 여전히 출중한 기량을 유지하고 있고 팀과 잘 융화된 그와 이별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니퍼트의 존재는 외국인 선수가 아닌 두산의 니퍼트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니퍼트 역시 두산 그리고 KBO리그에 큰 애정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니퍼트는 KBO리그에서 명예롭게 은퇴하는 최초의 선수가 될 지로 모른다. 내년 시즌 그리고 다 다음 시즌 그가 KBO리그에서 만들어갈 이야기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사진 : 두산베어스 홈페이지, 글 : 심종열